고인의 사망 후에 유가족들끼리 재산 분배를 두고 다투는 일은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에는 법적 효력을 갖춘 유언장이 있다고 해도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유류분이라는 법적 보호 아래 피상속인의 의지가 완전하게 반영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지만, 2020년 [상속시점 1년 이하에 계약된 신탁재산의 경우 유류분에서 제외된다] 라는 판결을 통해 피상속인의 의지를 최대한 실현하고 과도한 상속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써 신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 배정식 센터장님과 함께 다양한 사회 변화 속에 기부자의 상황과 의지에 따라 원하는 대상과 시점, 방식으로 재산 분배 및 기부도 가능한 신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우리 사회 가족관계에 일고 있는 참 많은 변화
요즘은 예전과 달리 가족관계가 참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다양해진 가족관계만큼이나 재산 상속의 갈등과 그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세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상속 신고된 총 상속재산가액이 21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액은 4조 5천억, 상속신고 대상자는 9,555명입니다. 5년 전에 비해 상속 신고 대상도 2배 가까이 늘었고, 총 상속재산가액도 60%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돌아가시는 분도 늘었고 재산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상속을 고민하는 고령의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부부 중 어느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남은 배우자가 치매에 걸리더라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전장치는 너무도 필요합니다. 또한 내 재산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쓰이고, 그 뜻을 가족들이 함께 하길 기대하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바람을 실현시켜드릴 수 있는 자산관리 방법으로 신탁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남편과 사별 후 자녀 둘을 둔 80대의 김영숙 님도 현금과 작은 상가를 신탁으로 맡겨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였습니다. 지금은 건강하지만 더 힘들어지면 인근에 살고 있는 작은 딸을 재산 관리 대리인으로 지정하여 내 생활비와 병원비, 간병비 등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둔 것입니다. 유고가 발생하면 신탁된 재산의 50%는 자신을 늘 돌보던 딸에게, 그리고 해외에 있는 큰 딸에게는 30%, 나머지 20%는 1인 가구의 지원에 기부하도록 정해놓았습니다. 미국 드라마에서 보면 이젠 신탁을 설정해 놓으면 노후 재산 관리와 상속 집행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근래 신탁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심화된 일본의 경우에도 은퇴 후 노년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신탁 활용은 늘고 있습니다.
신탁이란 무엇인가?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뜻입니다. 내가 가진 재산 즉 금전, 부동산, 주식 등을 믿을 만한 사람이나 금융기관에 맡긴 후 내가 원하는 대로 재산을 관리도 하고 운용도 하면서 사후에는 원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상속해 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유언대용신탁 제도는 2012년 신탁법에 도입되면서 소개가 되었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유언장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신탁계약은 유언장과 달리 공증하는 절차가 필요 없고, 수탁자인 금융기관과의 신탁계약을 하면 바로 그 자체가 유언장의 효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평소 운용하던 예금을 신탁하면서 혹시 사후에 자녀를 사후 수익자로 지정하면 그 자체가 유언장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유언공증을 하려면 제3자의 증인 두 명 이상이 공증 사무실에 동행해야 하는데 개인 재산 내역도 밝혀야 하고 내밀한 가족관계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신탁계약은 내 돈이 나의 노후를 위해 쓰이다가 남는 경우 상속하라는 재산 관리의 기능이 있어 노후보장뿐 아니라 미성년자녀와 손주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재산 관리도 할 수 있어 재무적 후견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신탁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집행입니다. 본인이 신탁계약에 정해놓은 대로 상속집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녀들끼리 협의하는 과정이나 어느 한 사람이 상속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신탁해 놓으면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판결도 나와
2020년 1월에 유언대용신탁을 해 두면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비록 대법원 판례는 아니지만 신탁된 재산은 1년 경과 후 유류분 기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하급심 판결로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대로 상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형제간 유류분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법무부의 입법예고가 있듯이 상속분쟁의 큰 원인 중 하나가 유류분 제도이기도 합니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자신의 귀한 재산이 사회에 의미 있게 쓰이거나 원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졌다 하겠습니다.
세무와 법률 및 부동산 솔루션도 한꺼번에 신탁에서
좋은 상속 설계의 첫 출발은 내 재산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입니다. 재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세금, 그리고 유류분 등 법적 분쟁의 리스크 잘 점검해서 솔루션을 찾아가야 합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만약 부동산을 상속하고 싶어도 적절한 관리와 처분 절차도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신탁을 통해 상속하기 전부터 제대로 된 관리를 받다가 사후에는 상속인을 위한 관리 문제까지 풀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 기부를 고려하는 경우라면 신탁을 통해 잘 관리하면서 노후생활을 하고 사후에는 기부단체에 이전하는 절차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부동산을 매각하여 현금으로 기부를 원한다면 그러한 절차까지 투명하게 진행하여 기부의 뜻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내 재산 전체가 아니라 사망 후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비용 즉 장례비, 세금, 또는 채무 등을 대비한 별도 자금도 신탁으로 처리할 정도로 신탁의 활용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계획기부 방법, 신탁
이제 우리 사회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건강과 노후를 챙기듯이 귀한 재산이 가족과 사회를 위해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는 상속설계의 또 하나의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찾게 되었습니다.
신탁 제도는 단순히 사후 상속인을 결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적, 세금 측면에서도 최적의 솔루션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자산관리 도구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생전 자산관리 및 사후에도 자산의 가치를 유지시켜주는 소중한 파트너로 아름다운재단과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가 함께 할 것입니다.
글 |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 배정식 센터장
# 서 간사 Talk
신탁이라고 하면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만 활용할 수 있다거나, 자산관리 비용(보수)에 대한 부담, 내 재산의 소유권이 금융권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한 불안함 등 여러 심리적 장벽과 약간의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물론 나를 대신해 중요한 자산관리를 맡아주는 것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그 비용이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규모를 조율하거나, 사후에 재산 처분 시 일괄 비용 집행 등 그 시기를 고객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신탁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충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산기부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이미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가족이나 이복형제의 사후 유류분 분쟁을 걱정하시는 분들이나, 홀로 사는 1인 가구로써 노후 자산관리나 사후에 재산 처리 과정이 원활할 수 있을지를 염려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일종의 만능 키처럼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곤 합니다. 아름다운재단과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는 돈독한 파트너십을 맺어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님이라면 언제든 맞춤형 상담을 지원할 수 있으니 상속과 자산 관리, 사후에 분쟁 없는 유산기부를 계획하고 계신 기부자님이 계시다면, 유용한 선택지의 하나로 유언대용신탁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법률/세무·회계/부동산 각 분야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위원회>와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와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나눔으로 우리 사회에 작은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뜻을 가진 분들이 어렵지 않게 그 뜻을 실현하실 수 있도록 전문 자문을 바탕으로 그 과정을 돕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