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책상이 난장판이 되었어요. 새해는 좀 더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어 여기저기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서랍 속에서 묵은 편지를 발견했어요. 16년 전 받은 손편지였죠.
‘너랑 만난게 우연이 아니라 인연인 것 같다’, ‘너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꼬옥 하길 바래’, ‘몇 달 있으면 흩어질테지만 우린 영원히 친구할거잖아’ 모두가 그렇듯이, 영원할 줄 알았던 친구와는 아주 오래전 멀어졌어요. 서로 불렀던 별명도 기억이 안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시절 나눈 온기만은 그대로 머물러있는 느낌이었어요.
아마 여러분에게도 그런 손편지가 한두개쯤 있으실 거예요. 편지를 써준 사람의 모습과 시간이 온전히 보이는, 그래서 더 감동적인 편지들 말이죠. 후후레터도 누군가에게 그런 힘이 될 수 있는 편지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2022년에도 인류애가 바닥날때, 다 그만하고 싶을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후후레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번 레터는 연말 특집으로 듀이가 올해 발견하고 담은 변화의 증거를 박박, 긁어 모아왔어요. 한숨 돌리면서 2022년으로 함께 가요, 후후! 💨💨
2021년 듀이가 긁어 모은 변화의 증거를 하나씩 꺼내보려 해요. 우리가 얼마나 바뀐 세상에 사는지 체감하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또 누군가가 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변화인지도 알기 어렵고요.
그래서 아침마다 신문을 봤고, SNS를 뒤졌어요. 또 길을 가다 보이는 광고나 시설물에서도 변화가 보이면 메모장에 적어뒀어요. 그래서 화가 나는 소식을 접하거나, 세상사에 지칠 때면 메모장을 열어보고 후후💨할 수 있었죠.
다가오는 내년에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겠어요. 감동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나, 세상을 바꾼 캠페인, 법 개정 현황 등 변화의 증거를 모아왔어요. 본문에서 못다한 31가지 소식은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이면도로를 따라 걷는 어린이들을 마주하곤 해요. 자동차와 뒤섞여 걷다보니 늘 안전이 걱정이 되곤 했는데, 어떤 어른들은 팔을 걷고 나서더라고요. 월세 수익을 포기하고 등굣길 보행로를 만들어준 사장님, 차도 안전을 위해 머리를 맞댄 주민들까지… 안전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졌어요. 물론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기보단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통학로를 만드는,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겠지만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이 시작한 이야기도, 변화의 증거!
후후레터 vol.3에서 소개해드렸던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 일상 회복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속에서 여전히 인권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장시간 이어지는 재난은 우리 모두에게 처음이기에, 인권을 고려하고, 지키는 것도 어려울지 몰라요. 그래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권의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다시 올 재난 앞에서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예요.
우리가 마주하게 된 2021년의 풍경도, 변화의 증거!
그간 시청각 장애인들은 대형 영화관에 가서도 마땅히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었어요. 자막도, 화면해설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장애인권단체들이 소송 제기한지 6년만에 판결이 나왔습니다. 300석을 넘는 영화관의 경우 1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자막·화면해설을 제공하라는 내용이죠! 최근 보조기기들을 사용하면 어떻게 영화를 볼 수 있는지 보조기술시연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한 해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총 16분을 만났어요. 비영리단체의 활동가, 중간지원조직의 간사, 어린이집 선생님, 기업 대표까지… 하는 일도, 목적의식도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요새 인터넷 밈으로 돌고 있는 ‘다 울었니? 이제 할일을 하자’를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
변화를 만드는 동안 희망보다 절망을 마주하는 순간이 조금 더 많거든요. 그 모든 순간들에도 인터뷰이들은 울건 울고, 할 건 하셨더라고요. 그 모습을 듣고, 적으며 저 또한 큰 용기를 얻어 아홉번째 레터까지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인터뷰에 담지 못한 듀이의 사적인 코멘트를 달아볼게요.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피드백이 일의 목적이기도 해요. 후후레터를 만드는동안 남겨주신 의견을 보면서 울고 웃었답니다. 남겨주신 설문내용 중 답을 꼭 드리고 싶었던 의견을 골라 전합니다. 구독자님들, 싸랑해요!
Q. 내용이 길어요. 시각적으로 한눈에 보이게 더 요약되면 좋겠습니다.
A. 제작과정에서도 ‘길다’는 피드백을 매번 받고 있답니다.😂 줄이고 또 줄이고 있어요. 앞으로는 더욱 간결하게, 핵심만 간단하게 써볼게요! 의견 주신 것처럼 그림이나 이미지 등을 사용해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다룬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어요. 혹시 못 보셨을 수 있으니 링크 공유해요! (미래의 먹거리 일기 보러가기) 감사합니다.
Q. ‘보편적 출생등록’, ‘코로나19와 장애’, ‘토종 씨앗’⋯. 부끄럽지만 올해 후후레터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개념들입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앎은 삶의 해상도와 같다’고 말이에요. 한 달에 한 번 메일함을 데워주던 후후레터는 흐릿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만 품고 있던 제게 좀 더 선명한 해상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동료이자 꽉찬 위로였습니다.
A. 어쩐지 부끄러워집니다. 말씀해주신 주제들은 저도 처음 접한 주제들이었거든요. 매번 레터 주제가 달라지다보니, 레터를 마감하자마자 쉴 새 없이 새로운 주제를 찾고, 또 공부하고 있습니다. 배워가는 마음으로 만드는 레터인만큼 구독자님과 함께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여정 이어가고 싶습니다. 정성스레 보내주신 의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이맘때면 1년간 또 허송세월했구나 안타까워만 했는데 올해는 ‘후후레터’와 함께여서 생각의 외연이 넓어진 것 같아요. 저는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문제는 늘 언론 보도의 사각지대에 갇힌다고 생각합니다. 농업·기후·질병권 등 후후레터는 언론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해주는 점이 참 좋았어요. 뉴스레터에 나온 문구처럼 ‘변화는 차곡차곡 쌓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훗날 후후레터가 만든 변화도 크지 않을까요? 저는 레터 하단에 소개된 모금함에 소소하게 기부하면서 기부습관이 만들어졌답니다. 내년에도 발냄새 나는 레터 기대할게요!
A. 구독자님, 고백할게 있어요. 저도 기부를 시작한지 이제 2년 정도밖에 안되었다는 거예요! 기부라는 말도 낯설었고, 돈을 좀 더 벌어야 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관심있는 주제부터 기부를 시작하고 나니까 점점 여기저기 하게 되더라고요? 소액이라도 모이면 어떤 힘이 되는지 아니까, 또 어떤 변화가 되는지 보이니까 꾸준히 이어가게 돼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2022년 레터에서는 단체나 기관을 응원하는 방법도 넣어볼게요. 귀한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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