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호종료청년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가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2021년에는 ‘나들목바하밥집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와 협력사업으로 40명의 장학생을 지원하였습니다. 2020년, 2021년 2년 동안 아름다운재단 장학생으로 활동했던 김○경 장학생이 2년 간의 장학생 활동에 대한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장학생으로서의 2년을 마치며

‘여러분의 스물은 어떤 향기가 났었나요? 어떤 소리가 들렸고, 어떤 모습으로 살았나요?’
‘저의 스물은요. 코끝 시린 겨울 향기가 났고, 자동차 소리가 들렸고……. 글쎄요.’

[여러분의 스물은 어떤 향기가 났었나요?] (출처 : 김0경 장학생)]

[여러분의 스물은 어떤 향기가 났었나요?] (출처 : 김00 장학생)]

모두가 꿈꾸는 스무 살. 옥죄이던 매듭이 풀리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나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놀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나이. 저마다 스물에 대한 환상이 있다. 심지어 이제는 나이 지긋이 먹은 어른들 또한 스물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내 스물은, 환상 속의 그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어린 날에는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사랑과 폭력을 함께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었다. 끔찍한 날들은 매일 같이 이어졌고, 어느새 나는 감추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피멍이 든 종아리로 걸어 다니며 “넘어져서 그렇다”고 둘러대던 나. 언니와 동생, 그리고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부둥켜 안은 채 눈물을 쏟던 나. 모난 가시들을 세워서라도, 철저히 감추어야만 했던 나의 감추고 싶은 모습들이었다.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마음 깊이 욱여넣었다.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나 여유롭고 철모르는 그런 보통의 스무 살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이 놀러 가버리면 아르바이트에 늦을까 부리나케 뛰어가 정신 없이 일을 하다가, 차갑게 식은 삼각김밥을 먹는 나의 모습은 내가 꿈꾸던 평범한 스무 살의 모습은 아니었다. 스물의 나는 그저 별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더니, 어느덧 별난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 그런 모순의 반복이었다.

스물이 끝나갈 무렵, 운이 좋게도 아름다운재단의 장학생이 된 나는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조금씩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친구들과 떠들며 놀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고,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겁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 시간들을 걱정 없이 보내는 나의 모습. 나도 이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감사하게도 나는 지난 2년간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하며 장학금을 받았고, 세워두었던 학업목표를 성실히 이루어냈다. 또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러운 내 모습,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서슴없이 드러내며,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표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삶에 대한 목표가 없었던 내가, 어느샌가 막연하게나마 ‘행복하게 살기’라는 장기적인 삶의 목표 또한 세우게 되었다.

‘행복’이란 저 멀리 손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허상이 아니라, 나를 살게하고 도전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장학생 활동을 하며 몸소 경험했다. 나는 이제 나의 행복에도, 내 옆에 있는 이들의 행복에도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된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내게 있어서는 결코 쉽지 않았던 행복, 그리고 존재에 관한 질문들을 반복해가며, 나는 그렇게 조금씩 잊고 있던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올해 화란쌤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를 찾는 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자라온 환경 가운데 오랜 시간 쌓이며 만들어진 모습인데. 이런 나를 두고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말이 너무 모순적인 거 아니야?’라고 줄곧 되묻곤 했다. 그러나 화란쌤과 삶의 아픔을 공유하며 마음속 어린 나에게 위로를 건네던 순간- 내 안에 있던 내가, 조금씩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모습,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은 이런 것들이야 – 라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나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나는 ‘진짜 내 모습’이 아닌 그저 ‘남과 같은’ 보통의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어떤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넌 낯을 많이 가리는 것 같아.”라고 하면 그런 내 모습이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대로 행동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너는 참 감정적이야.’라는 말을 하면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보통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나는 늘 남들이 말하곤 하는 보통이라는 기준에 위태롭게 서서 갈팡질팡할 뿐이었다.

남에게 보이기 싫은 내 모습을 애써 부정하며 숨기려 했고, 그들에게 늘 좋은 모습, 밝은 모습만을 보이고자 애썼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건 없이 자신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지니십시오.’라는 무언의 위로를 곱씹으며, 꽤 오랜 시간 나 자신을 찾는 여정 가운데 있었지만 지친 상태였다.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결함 없이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게 올해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은 정말 뜻 깊었다. 제주를 여행하며 매일 밤마다 사람들과 이렇게까지 허물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어느덧 신뢰가 촘촘히 쌓이게 된 깊고 넓은 대화의 장 속에서, 나는 그렇게 힘들었던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용기 있게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고 또 다정하게 보듬어 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끝내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주 한달살이’는 정말 내게 큰 선물이었다. 누군가와 진솔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이 아니어도 괜찮아.’ ‘별나도 괜찮아.’- 라는 믿음이 굳건해지는, 내 삶을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제야 나는 비로소, 나로 살아갈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아준 선물 같은 사람들, 그리고 어린시절 가족과 나 자신을 지키고자 무던히도 애썼던 나에게 감사와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이 징검다리를 함께 동행하며 건너게 될 이들에게도 또한 격려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우리 모두, 별나게 잘 살아보자고! 말이다.


글, 사진 : 김OO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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