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호종료청년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가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2021년에는 ‘나들목바하밥집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와 협력사업으로 40명의 장학생을 지원하였습니다. 장학생들은 선배 장학생인 길잡이와 함께 작은변화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팀 활동을 진행합니다. 올해 6개 팀 중에서 ‘따뜻함을 잇다팀’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
생일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셨기를
2021년 ‘작은변화프로젝트’ 따뜻함을 잇다팀 활동 인터뷰-민○, 미○, 윤○, 지○
‘2021년도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장학생 자치활동 ‘작은변화프로젝트’. 아름다운재단과 리커버리센터가 함께하는 2021년에도 예년처럼 여러 팀이 결성되었다. 팀명부터 눈에 띄는 ‘따뜻함을 잇다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활동을 위해 뭉친 팀이다. 보육원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자라왔기에 어쩔 수 없이 소홀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생일. 그리고 자립 생활 후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복잡한 심경으로 홀로 보낸 생일……. ‘따뜻함을 잇다팀’은 2021년도 장학생 40명의 생일을 빠짐없이 챙기면서 서로 관계를 끈끈히 이어나가고자 활동해왔다. 활동에 안성맞춤인 팀명 ‘따뜻함을 잇다팀(이하, 잇다팀)’이다. 잇다팀 팀장 민○님(길잡이), 팀원 미○님, 윤○님, 지○님(장학생)을 만나 활동을 시작한 동기를 들으면서 활동 의의를 살펴봤다.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님! ○일 ○일 생일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셨기를…….
코로나 조심하시고, 공부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앞으로 활동하며 더욱 친해지도록 합시다.”
(잇다팀원 지○님의 생일축하 메시지)
빼곡한 축하 메시지가 담긴 롤링페이퍼. 잇다팀 열 명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을 담아 손글씨로 써 내려간 생일축하 인사가 담겨 있다. 잇다팀에서는 장학생의 생일날이 되면, 축하 메시지와 같이 신나는 생일축하 영상, 선물을 보낸다. 매달 생일을 맞이할 장학생 명단을 챙겨두었다가 생일 당일에 카카오톡을 통해 메시지와 영상을 전송한다. 롤링페이퍼는 언뜻 보면 만나서 모여서 쓴 것 같지만 실은 따로따로 쓴 메시지를 모은 것이다. 잇다팀 팀원이 각자 빈 종이에 축하 인사를 적고 사진을 찍어 보내면, 팀원이 번갈아 그것을 취합해 예쁜 테두리 디자인에 넣어 붙인다. 완성한 롤링페이퍼 축하카드를 영상과 함께 카톡으로 보낸다. 올해 장학생의 생일이 가장 많이 들었던 7월에 카드를 쓰느라 제일 바빴다.
덩실덩실 댄스, 댄스 – 신나는 우리 생일
생일 축하 영상도 잇다팀 제작으로 손수 만들었다. 팀 결성 후 얼마 되지 않은 봄날, 팀원들 넷이 대학가의 작은 스튜디오를 잠시 빌려서 44초짜리 짤막한 영상을 찍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 때여서 팀원 넷밖에 모일 수 없었지만, 잇다팀 열 명 모두의 뜨거운 생일 축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미리 대본도 짜고 배경이 될 스튜디오 공간도 꾸몄다. 강한 비트의 신나는 생일축하 음악에 맞춰 팀원 넷이서 두 손에 노란 튤립 장식을 들고, 노래도 부르고 어깨도 연신 들썩이며 그야말로 온몸을 흔들었다. 덩실덩실 열심히 춤췄다.
잇다팀의 특별한 생일 선물을 소개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멋진 생일 하루를 선사하기 위해 잇다팀이 마련한 특별한 생일 선물이 있다. 장학생의 이름을 새긴 우드 볼펜, 샤프펜슬 세트이다. 2~3만 원을 들여 인터넷 수공예품 제작업체를 통해 만들어서 생일날에 딱 맞추어 배송한다. 잇다팀은 온라인 (줌)에서 회의하는데,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했다. 텀블러, 향초, LED무드등, 양말, 만년필 등과 같이 다양한 아이템이 의견으로 나왔다. 장학생에게 제각기 다르면서도 의미가 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서 고심했다.
우리 장학생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바쁜 현실에서 누군가와 따뜻함을 나눈다는 게 쉽지 않죠. 그래도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 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우리 장학생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혼자 지내는 장학생이 참 많은데요. 저희도 가볍게 참가할 수 있고, 동시에 받는 장학생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생일을 축하해 보자.” (민○님)
팀을 만들게 된 계기를 찬찬히 이야기하는 잇다팀장 민○님. 소박하고도 진지하게, 수수하고도 정겹게 서로 지지하려 하는 활동취지에 십분 공감한 팀원이 아홉 명이나 모였다. 시원시원한 매력의 팀원 지○님은 “생일마다 영상과 격려의 말을 전하면서 장학생들의 행복한 하루를 만들고 싶었다”고 참가동기를 힘차게 강조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했을 즈음에 갓 자립한 미○님도 잇다팀에 합류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왁자지껄하게 지내던 단체생활을 하다가 자립을 하게 됐을 때 공허함이 더 크게 왔던 것 같아요. 자립 교육을 많이 받지만 막상 실전이 닥치면 또 다른 느낌이 들거든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을 못 만나게 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자고 일어났는데,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가득 왔을 때. 스팸 문자 말고요. 진짜 내가 얼굴을 알고, 내가 이름을 아는 사람한테서 내 생일날, 나만을 위한 축하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의미가 남다르니까요.” (미○님)
“막 자립했을 때는 자유다 싶었지요. 그런데 자유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르니까 한편으로는 외롭기도 슬프기도 하고요. (혼자 사는 장학생들에게) 뜻깊은 생일이 될 수 있도록 축하하며 행복한 날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지○님)
그래도 한 해 한 해 설레고 가슴 두근두근하던 어릴 적 내 생일
시설에서 살 때 단체 생일파티를 해온 장학생들이 많다. 해마다 내 생일이 아닌 날에 남들과 같이하는 잔치. 매번 똑같은 선물, 매번 여럿이 함께 끄는 촛불. 생일 축하를 안 하고 산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마냥 좋지는 않았다. 생일날 미역국을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중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생일날 미역국 먹는 문화를 비로소 알게 된 이야기. 진짜 자기 생일날이 되면 먹으려고 선물 받은 케이크를 남겨서 고이고이 냉장고에 넣어두었건만 정작 생일에 그만 상해서 못 먹게 된 이야기. 바쁜 엄마(시설 보호사 선생님)가 깜박 하시는 바람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쓱 지나가 버린 어느 해 생일, 나중에 몹시 미안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사정을 이해했지만 내심 좀 서글펐던 기억.
그래도 한 해 한 해 생일 전날 밤만 되면 뭔가 설레고,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안쓰럽지만 소중한 나의 어린 날. 그런 나날을 나만의 특별한 날, 이 세상에 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곱씹으며 주변으로부터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받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날로. 잇다팀은 성장 시절에 느낀 서운함을 서로 따뜻하게 다독이면서 연대를 향해 나아간다.
신경 써줘 고마워요
생일 당일에 자신의 이름이 각인된 펜과 잇다팀 오리지널 축하영상, 깨알 같은 메시지가 들어간 축하카드를 받고 좋아하는 장학생들이 많다. 멀리 혼자 지내고 있거나 평소 대화 기회가 없는 장학생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잇다팀 덕분에 올해 장학생 40명은 여느 때보다 따스하고 풍요로운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신경 써 줘 참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들려줬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 너무너무 좋았어요(코로나19로 인해) 줄곧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누군가는 분위기를 좀 차갑게 느낄지도 모를 시기인데요. 따뜻함을 느껴준 듯해요. 내가 내 생일을 축하받듯 남들한테도 축하의 말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고요. 멀리서 떨어져 살고 있다거나 내향적인 장학생도 적극적으로 소감을 들려줬어요. 짧게나마 그렇게 메시지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한 마디라도 더 덕담을 주고받게 되고요” (민○님, 미○님)
서넛 소규모로 이어나간 친교활동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잇다팀의 전체 모임을 열 수 없었다. 친교활동을 중단하거나, 만나더라도 팀원이 돌아가면서 서넛 소규모로 만날 수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틈틈이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생일 축하 영상 제작을 위해 모였을 때는 집들이도 겸해서 갓 이사한 팀원 지○님 집에 갔다. 매운 갈비찜을 맛있게 나눠 먹었다.
오래오래 남을 영상 제작 외에도 재미난 추억이 있다. 팀 활동이 가장 바쁜 여름에 반나절 일정으로 떠난 부산여행이다. 공방에서 가서 조향사의 도움을 받아 우드향, 코튼향, 오렌지향, 코코넛향 각지각색으로 자신만의 향수를 직접 배합해 만들었다. 나만의 향을 찾는 이색경험이 매우 즐거웠다. 긴 시간을 보낼 수 없고 식사도 같이 못 해서 아쉬웠지만, 잠시나마 같이 넓고 끝없는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생일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나를 스스로 아껴주자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수확은 잇다팀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사려 깊은 미○님은 “이번에 이렇게 생일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나를 스스로 아껴주자고 생각이 들었어요. 나부터 나에 대해 생각해주고 내가 지금 뭐가 힘든지 스스로 생각해보자.”라고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스스로를 비롯해 각자의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한다. 나도 팀원도 더 존중하며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보이는 곳,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루 일손을 보태며 자신의 다채로운 능력을 아낌없이 나눈 길잡이(선배 장학생) 진○님. 유머가 넘치며, 전체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통찰력을 지닌 민○님. 둘은 팀원 모두가 더 편안히 있을 수 있도록 하며 다정하게 팀원을 독려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팀원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의견이 다를 때는 나부터 먼저 양보하고자 했다. 그래서 비교적 많은 팀원들이 함께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요즘 힘든 거 없어요? 짧은 격려의 말 한 마디라도
잇다팀에서 서기를 담당하면서 온라인 회의내용을 꼼꼼히 기록해온 팀원 윤○님. 팀 활동하며 연락이 오갈 때 슬쩍 “요즘 힘든 거 없냐?”고 물어봐 주는 팀원의 말 한 마디가 올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성실한 윤○님은 “팀원들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받아준다, 있는 그대로 수용해줘서 좋았다”고 팀의 장점을 자랑하며 “팀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활동소감을 밝혔다.
잇다팀 팀원의 전공은 유아교육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간호학, 체육학 등으로 분야가 다르긴 하나, 사람의 심신의 건강과 성장, 회복과 변화를 다루는 탐구나 실천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비슷한 분야에서 길을 개척하는 잇다팀. 생일에 뜻 깊은 의미를 부여하여 장학생 모두를 조금 더 큰 세계의 나로 이끌어 주었다. 지혜로운 잇다팀이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이 인터뷰를 읽을 독자 가운데 지금 힘든 상황에서 자라는 이가 있다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당장은 어려워도 어느 순간에 어떤 계기로 누군가와 따뜻함을 나눌 기회가 분명 생길 거예요. 그리고 만일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는 분이 봐주셨다면, 주변에 따뜻함을 나눠보시기를 바랍니다. 짧은 격려의 말 단 한마디라도 좋겠습니다.”
글 : 조승미 작가
사진 : 최지은 간사 (변화확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