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캠페이너가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들을 만나 자립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왜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을 위한 자립교육이 필요할까요? 왜 1:1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했을까요? 신선한 자립교육 이야기! 자립전문가 신선이 알려드립니다!

강미나(가명) 당사자 프로필

익숙해질 수 없는 미나의 이별

미나의 가족은 7명이나 되는 대가족이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5남매가 한 집에 같이 살았다. 미나는 5남매 중에서도 장녀였다. 가족이 많은 만큼 기쁨도 배가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미나의 가족은 연이어 이별을 맞이했다. 미나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면서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12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지병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미나 5남매는 지방에 있는 그룹홈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룹홈에서도 또 한 번 이별을 맞아야 했다. 성별이 다른 아이들은 함께 생활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결국 미나는 두 명의 남동생과도 떨어지게 되었다.

그런 미나에게 그룹홈 동생들과 원장님은 큰 힘이 되었다. 새로운 가족들은 미나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었다. 그럼에도 한 달에 한 번, 그룹홈 생활을 원망하게 되는 날이 있었다. 바로 떨어져 사는 남동생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잠깐의 만남 뒤엔 또 다시 이별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눈물을 훔쳐야 했던 미나는 그룹홈에서 빨리 독립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자신만의 집이 생긴다면 더 이상 5남매가 헤어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만으로 열여덟이 되던 해,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미나는 빠른 취업을 선택했다.

가족사진

자립, 설레지만 어려운

작년 10월, 미나는 가벼운 짐을 챙겨 홀로 상경했다. 강남의 유명 미용실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답답했던 그룹홈을 떠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미용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미나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경으로 집을 구하지 못했다. 회사 기숙사가 있었지만, 6명이서 쓰는 공간이었다. 다시 한 번 단체 생활을 하는 건 정말 싫었다. 그러던 중 그룹홈 원장님께서 LH 제도에 대해 알려 주셨다. 그렇지만 원장님도 LH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못했다. 그룹홈에서 자립하는 게 미나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자세한 건 미나가 혼자 알아봐야 했다.

“조금 혼란스러워요. LH도 전세임대, 매입임대, 행복주택 너무 많더라고요. 또 어디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처음 만난 날, 자립에 한껏 들떠 있을 줄 알았던 미나는 풀이 많이 죽어있었다.

LH 신청 서류를 작성해보는 미나

LH 신청 서류를 작성해보는 미나

부동산 거래라는 큰 산을 만나다

미나를 보니, 내가 처음 LH를 신청할 때가 떠올랐다. 집을 보는 눈이 없으니 내가 고른 집이 좋은지 아닌지도 몰랐고, 매달 건물관리비 5만원을 내라는 집주인의 말이 사기일까 고민하기도 했다. 집 보는 눈이 생기고, 계약 시 유의사항을 꼼꼼히 챙길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의 이사가 있었고, 수년이 걸렸다.

내가 그랬듯이, 이제 막 자립을 시작한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에게 부동산 거래는 너무 큰 산일 수밖에 없다. 낯선 용어, 복잡한 과정, 3개월이나 소요되는 시간까지. 이제 막 자립을 시작한 미나 역시 모든 게 낯설 수밖에 없었다. 여러 차례 LH를 신청해 본 경험을 살려 미나가 LH 전세임대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돕기로 했다. 전세대출, LH 이자, 공과금, 관리비와 같은 헷갈리는 용어를 공부하고, 집을 볼 때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나, 한 달 임대료 계산 등을 하나씩 알아갔다.

미나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기에, 내 집을 구할 때보다 더 꼼꼼하게 살피고 알려주려 노력했다.

미나가 교육 중 필기한 내용들

미나가 교육 중 필기한 내용들

미나가 안정적인 자립을 해야 하는 이유

혼자서는 이해하기 어렵던 것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는지, 굳어있던 미나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미나는 필기까지 해가며 교육에 집중했다. 나중에는 먼저 질문도 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앞으로 살아갈 집을 잘 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미나가 이번 교육을 열심히 들어야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아직 그룹홈에서 살아가고 있는 4명의 동생들. 자립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을 때 떠올랐던 건, 본인의 미래보다 사랑하는 동생들이었다.

“자립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나중에 동생들이 자립을 해야 할 때는 이제 제가 도움을 줄 있을 것 같단 생각으로 버텨낼 수 있었어요.”

자신 그리고 동생들을 위해 안정적인 자립을 해내야 하는 미나. 어려운 교육이었지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LH 선정 후 미나와 나눈 대화와 선정 안내 문자

LH 선정 후 미나와 나눈 대화와 선정 안내 문자

P.S. 미나는 이번 교육을 통해 LH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맘에 쏙 드는 집을 구했다고 한다. 집을 구하는 것은 자립의 시작일 뿐, 앞으로 수많은 어려움이 또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이번 경험을 떠올리길 바란다. 이번 교육,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신감을 배웠을 거라 믿으니까. 마지막으로 미나가 동생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처럼 예쁜 자립을 해나가길, 그리고 4명의 동생들이 맞이할 자립은 조금 더 순탄하길 바란다.

신선한 시선

내가 생각하는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닌,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다. 특히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은 단체생활을 하거나, 위탁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생기는 ‘내 집’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렇다면 보호종료아동은 집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시설별 보호종료아동 주거지 유형 현황

LH 지원제도는 보호종료아동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지를 구할 수 있게 돕는 정부지원제도이다. 하지만, LH 지원 자체가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50% 미만의 보호종료아동들만 LH 지원을 이용하고 있다. 그나마 아동양육시설 아동들은 48%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편이다. 반면 그룹홈과 가정위탁은 LH 지원을 받고 있는 비율이 더 낮고, 양육시설에 비해 월세를 이용하는 비율은 훨씬 높다.

LH를 이용하면 한 달 임대료가 10만원 안팎으로 해결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잡한 절차와 어려운 용어로 인해 신청을 포기하는 당사자들이 많다. 특히나 자립전담요원이 부족한 가정위탁과 그룹홈 아동들은 더더욱이나 말이다.

최근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LH에서는 공급물량도 늘리고, 주택임대 방식도 다양하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호종료아동의 과반도 안 되는 인원만이 LH를 이용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공급만 늘어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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