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캠페이너가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들을 만나 자립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왜 그룹홈, 가정위탁 아동을 위한 자립교육이 필요할까요? 왜 1:1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했을까요? 신선한 자립교육 이야기! 자립전문가 신선이 알려드립니다!

김수찬(가명) 당사자 프로필

위탁가족이 채워줄 수 없는 것들

아버지 성과 수찬이의 성이 다른 학생기초조사서

“어? 왜 수찬이 너는 부모님이랑 성이 달라?”

학창 시절 가정조사서를 제출하던 날, 수찬이의 가정통신문을 본 짝꿍이 물었다. 수찬이는 당황스러워 할 말을 잃었다.

수찬이는 2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곧 어머니도 양육을 포기하셨다. 다행히 이모와 이모부가 위탁부모가 되어주시면서,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함 없는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탁부모님과 위탁가정이 미처 채워줄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가정조사서 사건은 그중 하나일 뿐이었다. 학창 시절, 수찬이는 위탁부모님이 진짜 부모님이 아니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것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되었다. 그러나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는 지금. 더 큰 장애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립. 대학을 졸업하면 보호가 종료되어 자립을 해야 한다. 수찬이도, 이모, 이모부도 보호종료가 처음이라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 알아보려 해도 생소한 단어로 설명된 지원 제도가 어렵기만 했다.

김수찬 당사자 온라인 교육 캡쳐본

김수찬 당사자 온라인 교육 캡쳐본

멀게만 느껴지는 자립

Q.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지원 사업을 신청해 본 적이 있나요?
  – 아직 신청해 본 적 없다.

Q. 본인이 자립을 한다면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 아는 대로 써주세요.
 – 대학교를 졸업하면 자립 지원으로 매달 얼마 가량 지원받을 수 있다고 들었었다.

교육 전 사전 질문에 대한 수찬이의 답변이다. 수찬이는 지원 사업을 받아 본 경험도 없고, 자립 후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무엇이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다. 수찬이는 지역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자립교육을 받았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립은 당장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랬다. 보육원을 퇴소하는 전날까지 자립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자립을 하니 고지서를 보는 방법부터, 기초생활수급 지원, 온라인뱅킹을 개설하는 일까지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다.

행정복지센터는 보호종료아동이 자립 후 가장 많이 의지하는 곳 중 하나이다. 기초생활수급지원, 자립수당, 증명 서류 발급, 그리고 다른 지원 제도로의 연결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들이 가장 가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기초생활수급지원을 받는다는 게 부끄러워서, 자신의 사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어서, 보호종료아동은 여러 이유로 행정복지센터 방문을 꺼린다. 그래서일까. 수찬이도 아직 혼자서 행정복지센터를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수찬 당사자 오프라인 교육 활동 사진

김수찬 당사자 오프라인 교육 활동 사진

행정복지센터도, 서류작성도 혼자서는 처음이라

다른 당사자들보다 정보가 부족했던 수찬이를 위해 자립 후 받을 수 있는 지원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기로 했다. 수찬이는 온라인 교육 이후 자립 정보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필기까지 해가며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까지 행정처리는 위탁부모님이 해주셨지만 앞으로는 혼자서 해나가야 할 일이기에 본인의 힘으로 서류를 발급받아보는 경험도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함께 자립수당*을 신청해 보기로 했다. 수찬이는 번호표를 뽑고 직접 창구에 가서 자립수당 양식을 신청했다.
* 자립수당 : 2019년에 신설된 자립수당은 보호종료 후 5년까지 매월 3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로 본인이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야만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담당자분이 자립수당이라는 지원제도를 모르고 있어 오히려 수찬이에게 자립수당이 뭔지 되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수찬이는 위축돼 보였다. 하지만 옆에 있는 나에게 물어가며 본인이 직접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자립수당 신청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행정복지센터를 나오며 수찬이는 이렇게 말했다.

“혼자 왔었더라면 주눅이 들어서 그냥 되돌아 나왔을 것 같아요. 선배가 옆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멀 것만 같던 자립이 이제는 한 걸음 가까워진 기분이에요!”

김수찬 당사자 오프라인 교육 활동 사진

김수찬 당사자 오프라인 교육 활동 사진

위탁부모님이 주신 뜻밖의 선물

자립교육 중 우리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찬이의 명의로 디딤씨앗통장이 개설되어 있었던 것이다. 디딤씨앗통장은 보호아동이 5만 원을 저축하면 최대 5만 원까지 정부에서 같은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인데, 수찬이는 가입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알고 봤더니, 수찬이의 위탁부모님들이 수찬이의 이름으로 디딤씨앗통장을 개설했고, 꾸준히 저축 중이셨다. 수찬이는 위탁부모님들이 자주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고 했다.

“수찬아. 우리가 넘치게는 못해줘도 부족한 건 없게 해줄게. 걱정하지 마.”

한때 위탁부모님이 친부모님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끄러워하고 원망했던 수찬이. 수찬이와 성도 다르고, 자립 정보에 빠삭하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지원 제도를 알아보고 수찬이를 도와주고자 했던 위탁부모님의 마음을 알았을 때, 수찬이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수찬이의 이번 교육을 더 특별하게 만든 뜻밖의 선물은 디딤씨앗통장에 든 금액이 아닌, 수찬이를 위해 꾸준히 쌓아올린 위탁부모님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신선한 시선

 

디딤씨앗통장은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저축하는 자산 형성사업이다. 또한 사용 용도가 결혼, 취업, 진학, 주거 등으로 제한이 되어 있어 자립 후 정말 필요한 순간에 당사자들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최근 2022년부터 최대 5만 원이었던 정부매칭금이 10만 원까지 인상되었다. 따라서 매달 본인이 5만 원씩만 저축한다면 통장에는 15만 원이 저축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보호 형태별 디딤씨앗통장의 가입자 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보호아동의 시설형태별 디딤씨앗통장 가입률 비교

보호아동의 비율을 고려했을 때 가정위탁아동의 디딤씨앗통장 가입률이 가장 낮다.

아동양육시설은 시설 입소 시 시설에서 함께 디딤씨앗통장을 개설해 주고, 후원자를 연결해 준다. 아동이 모여 있는 시설이다 보니 후원자 매칭이 수월한 편이다.

그렇지만 가정위탁의 경우 후원자 연결도 어렵고, 위탁부모님들이 디딤씨앗통장을 모르거나 금액이 부담되어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입률이 양육시설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편이다.

가정위탁 아동들과 후원자를 조금 더 쉽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럴 수 있다면 가정위탁 아동들도 좋은 지원 제도를 놓치지 않을 것이고, 위탁 부모님들의 부담도 조금 덜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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