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이란 불편함이다.
평소보다 많이 걷고 불편하게 자지만…
편리함을 벗어나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소중한 불편함….
– 2011년 아동청소년 여행지원사업 ‘길 위의 희망찾기’ 지원 청소년 소감 중-
지난 22일, 영등포에 위치한 하자센터에서 ‘2011년 아동청소년 여행 지원사업’을 통해 여행을 다녀온 17개 단체 100여명의 아동, 청소년들이 서로의 여행담을 공유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재단에서 지원하는 여행지원사업은 패키지 관광처럼 편하게 혹은 선생님만 무작정 따라 다녀오는 단순한 여행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떠나고, 그리고 여행 길에서 느낀 경험담과 성장기를 함께 공유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해보는,
이른바 ‘사서 고생하는 여행’ 입니다.
지난 6월, 청소년들이 직접 참가한 면접심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자립을 앞두고 시설에서 퇴소 전 마지막으로 함께 도보여행을 떠난다는 부산의 거뭇거뭇 남학생들
,(면접때 얼굴에 철판깔고 같이 작사한 노래를 부르느라 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고생하셨다죠~ ㅎ)
불평만 하기보다는 사회를 바꾸는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며 저멀리 남미 베네수엘라로 떠난 대안학교 친구들,
(막상 떠날 준비를 해보니 걱정이 산더미라며, 전화기로 들려오는 목소리엔 한숨만 푹푹~들렸었죠 ㅎ)
쉼터에 입소한 낮선 친구들과 무작정 걸어보고 싶어 선택한 지리산 둘레길 여행,
(오티때 정말 안친해보여서 여행가서 싸우는게 아닌가 걱정했어요!:)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던 새터민 친구들의 울릉도 독도여행…
(책에서만 보는 곳, 갈 수 없는 곳이라 생각했던 독도로 가게 되었다고 설레어 했지요)
친구들에게 엄마의 고향들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어 떠난는 다문화가정 아동과 공부방 친구들의 태국여행
(직접 담근 김치와 불고기 만들어서 선물을 할꺼라며 한창 요리연습 중이었지요, 맛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눈이 아닌 마음으로, 온몸으로 느낀 여행길을 사진으로 담아오겠다는 시각장애 친구들까지…
(여행을 떠나보는 게 생전 처음이지만 그래서 떠나보려고 한다고.. 그리고 그 여행길에 흔쾌히 길동무가 된 사진학과 자원봉사 대학생 형들과 열심히 사진수업에 한창이었지요)
이렇게 떠나려는 여행자와 떠나는 이유와 떠나려는 여행자도 다양했습니다.
로비에는 어느 새 청소년들로 북적북적~
여행 과정을 보드로 만들어와 전시한 다른 친구들의 여행기도 읽어 보고,
멘토와 여행컨설팅을 해주셨던 트래블러스 맵 선생님들의 아이디어 나누기~
못쓰는 플라스틱 카드를 이용한 여행가방 네임택도 함께 만들어 보고,
청(소)년들이 창업한 도시락가게 ‘소풍가는 고양이’ 언니 오빠들이 준비한 맛난 간식과 도시락도 먹으면서,
서로의 여행 길에서 느꼈던 이야기 보따리를 한팀한팀 풀어 놓았습니다.
여행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전과 여행 출발을 앞두고 달라진 뇌구조라는데요,
발표를 들어보니 가기전에는 일상이 짜증나고 어떻게 놀까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머리속에 온통 여행을 어떻게 하면 잘 다녀올지, 현지마을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잘 소통할까,
관광이 아니라 공정여행을 하려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보니
잘 놀기 위한 고민과 짜증의 뇌구조가 여행을 떠나기 전과 같이 나왔더라고 합니다.ㅎㅎ
무작정 걸으며 자기 한계에 도전도 해보고, 그간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속마음도 나누고,
나와는 다른 피부색을 가졌지만 같은 것을 보고 웃고,생각하고,헤어짐에 아쉬워 울기도 하고,
여행하면서 만났던 자연과, 사람과, 그리고 함께 걸었던 친구들이 모두 길 위의 선생님이 되주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마음에 든 여행팀에 스티커를 붙여 많은 공감을 얻은 팀(다솜지역아동센터)에게는 ‘공감상’을,
환경을 생각하고 관광이 아닌 소통하는 여행을 한 팀(용인여자청소년쉼터)에게는 ‘공정여행상’을,
나지막한 나레이션과 함께 직접 찍은 여행사진을 보여주며 그 어떤 여행보다 아름다운 감동을 느끼게 해 준 시각장애 청소년들(사직서비스센터)에게는 ‘아름다운 여행상’이 수여되었습니다. 비록 세팀이 상이라는 이름으로 뽑히기는 했지만, 모두들 아쉬워하기 보다는 여행에서 느꼈던 감동과 추억을 함께 떠올리고 공감하며 박수로 발표회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이 어떤 기억으로 어떻게 모두에게 남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잊고 살아가는 감수성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나를 내려 놓기도 해보고, 친구와 말없이 함께 걷기도 해보고,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또 한 뼘 성장해 가는 자신의 모습이 언젠가는 추억이 되어 기억 나기도 하겠지요….
길위
여행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재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