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신고 있는 실내화는 안전할까요? 어떤 실내화를 신고 있는지 한 번 같이 볼까요.
학교 생활 가까이 숨어 있는 유해물질을 찾아서
지난 5월 9일부터 10일까지 2일간, 광주의 백운초등학교에서는 <유자와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공간 만들기> 수업이 열렸습니다. 백운초는 최근 학교 내 도서관, 시청각실 등 공용공간 리모델링을 앞두고 학생들의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공간을 직접 조사하고, 그를 통해 어떤 공간을 만들지 계획을 세운 후, 교내에서 열리는 ‘교실환경개선 디자인 공모’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학교 안에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배우는 특별 수업 시간을 가졌습니다. 4학년 3반 담임인 정애숙 선생님은 학생들이 ‘교실 환경 개선 계획’을 세울 때 ‘유해물질 없는 안전한 공간’을 염두에 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수업을 기획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참여해 도서관 리모델링을 했어요. 그때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만 생각했지 안전성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다음 해 유자학교를 접하면서야 그때 도서관에 샀던 인조가죽 소파가 떠오르는 거예요. 그 소파 소재가 PVC일까, PE일까 계속 걱정됐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학생들과 같이 유해물질 없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이 수업을 기획했어요.”
– 정애숙 선생님(백운초등학교 4학년 3반)
수업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PVC를 찾아라>라는 영상에서는 우리가 학교에서 흔히 보는 의자와 체육관 매트, 도서관 소파에서 납과 카드뮴 같은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자신들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유해물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학생들이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스티로폼 소재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자 유해물질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학생 : 저 컵라면은 스티로폼이 아니라 종이잖아요. 그것도 몸에 안 좋아요?
👩🏫 선생님 : 여러분 종이가 물에 젖으면 어떻게 되죠? 젖어서 찢어지죠. 그런데 종이 컵라면은 어떻게 안 찢어질까요? 비닐을 한 겹 씌운 거에요. 사실 종이컵이 아니라 플라스틱인 거예요. 이것도 역시 뜨거운 물을 오래 담으면 위험해요.
🙋♂️ 학생 : 그러면 컵라면을 사서 다른 그릇에 담아서 끓여 먹어도 돼요?
👩🏫 선생님 : 네, 차라리 그게 낫죠. 하지만 컵라면은 사람도 자연도 아프게 하기 때문에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유해물질 없는 안전한 ‘유자학교’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박수미 강사는 학교 안에 있는 유해물질을 안전한 물건으로 바꾼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이게 뭐죠? 네, 줄넘기에요. 시민단체에서 이 줄넘기를 측정했더니 PVC 재질이었고, 여기에 카드뮴이 잔뜩 들어 있었어요. 이 업체에 편지를 보냈어요. ‘나쁜 원료가 너무 많으니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안전하게 바꿔주세요’라고 했더니 회사에서 ‘그런 줄 몰랐다 미안하다. 안전한 제품으로 바꾸겠다’ 하며 한 달 만에 제품을 바꿔주셨어요.”
박수미 강사는 안전한 재질로 바뀐 줄넘기를 학생들에게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선물을 받은 학생은 라벨에 쓰인 재질을 확인하며 줄넘기가 안전한 소재로 바뀐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울삼양초등학교에서도 시민단체 조사를 통해서 체육 교구에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후 삼양초의 체육 교구는 모두 안전한 제품으로 바뀌었어요. 삼양초의 사례처럼 우리 백운초등학교도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이 안전한지 알아봐야겠죠. 오늘 함께 우리가 있는 이 교실이 안전한지 조사해볼게요.”
“교실에서 무엇을 측정할까요?” 물으니 태극기, 창문, 물조리개, 선풍기, 바닥, 칠판 지우개 등 다양한 물건의 이름이 쏟아져 나옵니다. 가장 먼저 교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칠판 측정에 들어가자 한 학생이 불안해하며 말했습니다. “칠판에서 유해물질 나오면 어떡해. 나 저번 달에 칠판 당번이었잖아.” 박수미 강사는 칠판의 분석 결과가 나오자 그 의미를 설명해줬습니다.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의 유해물질 공통 안전 기준에 따르면 납 안전 기준은 90ppm 이하에요. 그런데 지금 이 칠판에서는 납이 3,139ppm 검출됐어요. 안전 기준의 34배 가량이 넘어요. 하지만 이 칠판의 납은 우리한테 묻어나지는 않아서 위험하진 않아요. 그런데 이 칠판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어떨까요? (학생들 : 위험해요.) 만드는 과정에서 납을 사용하면서 병이 생길 수 있어요. 제품을 만드는 과정부터 이런 납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야 돼요.”
칠판 옆 게시판은 안전 기준을 6배 초과해 559pm이 나왔고, 최근 수업에서 배우기 시작한 악기 칼림바와 교실 바닥은 유해물질 없이 안전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나하나 수치를 잴 때마다 자신들이 쓰는 물건이기에 마음을 졸였던 학생들은 결과에 따라 한숨을 쉬기도,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직접 만드는 어린이들
“백운초 학생들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 예쁘고 멋진 공간뿐 아니라 유해물질이 없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여러분들이 할 수 있어요. 유자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앞으로 학교 공간을 새롭게 만들 때 이런 요구를 해주면 좋겠어요.”
“사실 워크북으로만 배우면 이게 내 삶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이 XRF를 직접 봤잖아요. 기계를 가지고 실제 교실 안에 있는 물건들을 측정해보니까 이게 ‘우리 삶하고 관련 있는 거구나’라고 아이들도 느끼는 거 같아요. 교실 환경을 개선할 때도 페인트나 소파의 소재 하나하나 안전한 것인지 이제 아이들이 먼저 확인할 거 같아요.”
– 정애숙 선생님(백운초등학교 4학년 3반)
글 | 우민정 작가
사진 | 한선미((사)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