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아주 특별한 약속이 지켜졌습니다.
2년 전인 2012년 12월 26일, 아름다운재단에 낯선 두 사람이 방문했습니다. 내년 추석 쯤 개봉할 영화의 수익금 절반을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말입니다. 출연 배우들은 대략 알았지만,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업영화의 수익금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하니, 반신반의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심 속으로는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떨칠 수가 없었죠. 그렇게 9월 11일 한 사극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고, 조용히 흥행을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00만, 200만 ,순식간에 500만, 그리고 최종 914만명의 기록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는 바로 ‘관상‘(감독 : 한재림 | 출연 :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김혜수, 이종석 등). 영화 ‘관상’은 2013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상을 비롯 출연배우들에게 감독상(한재림),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의상상 등 6관왕의 영예를 안겨줬습니다. 문화,정치,예술,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관상 영화의 흥행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관상’의 내용은 조선시대 천재관상가 내경(송강호)을 중심으로 단종 때 김종서와 수양대군 역모의 과정을 그려가는 내용입니다. 관상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정해진 운명과 이를 벗어나려는 자들의 고군분투를 긴장감있게 그려갑니다. 흥행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시나리오가 합쳐져 한국영화 흥행 실적 11위의 결과물을 얻어냈습니다.
기금협약식 시작에 앞서 아주 특별한 숫자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518. 2012년 12월 27일 처음 ‘주피터필름’의 기부 약정서를 작성한 이후, 흥행 -> 기부금 전달 -> 협약식 조성에 이르기까지 날짜 수를 계산해보니 518일이 걸렸더군요. 2012년 처음 아름다운재단에 방문한 주피터필름 대표에게 ‘어쩌다 이런 큰 결정을 하시게 됐냐’고 물었습니다. 주필호 기부자님께서 덤덤하게 “이 계기로 열심히 하면 좋죠”라고 대답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선한 의지와 뜻이 모아지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 영화 ‘관상’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조성된 기금의 이름은 <김윤심나눔교육기금>입니다. 영화 관상 제작 중 타계하신 주필호 기부자님의 어머니, 김윤심 여사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여졌습니다.
<김윤심나눔교육기금> 협약식은 지금까지의 기금 협약식과 조금 달랐습니다. 평생에 걸쳐 모은 기부금이나 나에게 우연히 생긴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가 될지 예측할 수 없었던 돈을 기부한 협약식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내어 기부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기부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차원의 일입니다. 주필호 기부자님은 항상 ‘비우는 인생을 살라’고 말씀하신 어머니 덕에 이런 통 큰 기부를 하게 되었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영화 관상의 수익금 절반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나눔교육’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기부자님의 소중한 뜻을 이어받아 청소년이 동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재단이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손영주 간사
빅디
기부는 좋지만 감독의 처우는 노기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