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For Rest’ 힐링캠프>
쉴 새 없이 몰아치던 대학생활에 잔뜩 지쳐있을 무렵 올라온 <지리산 ‘For Rest’ 힐링캠프> 공지. 보자마자 내게 필요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저 없이 신청서를 작성했다. 나는 언제나 나름대로 제대로 된 쉼을 누리기 위해 애써왔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언제나 그 ‘쉼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엔 잘 쉬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기에 – ‘쉼’을 컨셉으로 한 지리산 캠프를 통해 ‘쉼’이 무엇인지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드디어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캠프 당일. 설레는 마음 반, 긴장하는 마음 반을 품고 도착한 남원역에서 처음 보는 장학생들, 길잡이들과 멋쩍은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어색한 기류 속에서 <지리산 ‘For Rest’ 힐링캠프> 의 첫 발을 내딛었다.
* 첫째 날 프로그램, ‘마음돌봄워크숍’
모두가 원으로 둘러앉아 주어진 키워드에 따라 지금 이 순간 나의 감정과 생각들이 어떠한지 나누었다. 조금 뻘쭘하게 차례대로 자신의 마음을 나누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떨리고 어색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에 모두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아가 두 명씩 짝을 지어 일대일로 마주 보고 앉아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질문들을 통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대신 규칙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온전히 이야기 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온전히 경청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경청의 태도’를 얼마만에 가져보는 것인지, ‘경청의 자세’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게 되었다.
* 둘째 날,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둘레길’이란 것은, ‘산의 둘레를 평평한 형태로 걷기 쉽게 만든 길’이었다. 그렇기에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정도야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평평한 길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사단법인 ‘숲길’ 선생님들께서 우리를 위하여 경치도 좋고, 걷기도 좋은 코스를 고르시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셨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둘레길 체험은 ‘만약 내 앞에 앙코르와트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경사의 오르막길과 스키장 고급 코스를 연상케 하는 내리막길이 반복되었다. 정말 힘들었다! 4분의 1 지점을 남겨두고 있었음에도 도저히 못 걷겠다는 생각에 포기하겠다 결심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함께 걷는 사람들의 “끝까지 가보자!”던 외침소리와, 계곡 앞에서 먹었던 꿀맛 같은 점심식사, 그리고 걸을 때마다 마주했던 신비하고도 오묘했던 지리산 둘레길의 풍경들 덕분에 끝끝내 완주할 수 있었다. ‘중간에 포기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그렇게 나는 함께 걸었던 사람들을 통해 완주의 기쁨이 무엇인지 맛볼 수 있었다.
* 둘째 날, ‘바비큐 파티와 사람책’
숙소로 돌아와 바비큐 파티를 하며 지리산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던 시간이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지리산 청년들과 마주했다. 난 언제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고 걱정 없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기도 했기에 – 걱정과 불안은 곧 나의 꿈과 직결되어 나는 언제나 ‘안정성’이라는 단어 안에 갇혀있는 채로 나의 미래를 찾아 헤매곤 했다.
‘안정’이란 녀석은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 두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결국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에 진학하게끔 만들었다. 이렇게 ‘안정’만 좇으며 사는 삶이 내가 꿈꾸는 삶은 아닐텐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게 된 내 모습이 보였다.
그렇기에 ‘안정’을 포기하고 ‘모험’이란 녀석을 선택했을 ‘지리산 청년들’의 얘기를 들으며 조언을 듣고 싶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이다 같이 뻥 뚫리게 하는 그런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마을과 자연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의 투쟁, 생활하기에 편한 ‘도시에서의 시스템’ 없이 도시 사람들보다 더 바쁘게 더 부지런히 일상을 가꾸어가고 있는 모습, 마을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돌보아가고 있는 공동체적인 모습, 도시에 있는 학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 등의 이야기들은 내가 모르는 다양한 삶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내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 키워드가 ‘안정’이라면 저들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지리산 청년들은 딱히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여전히 꿈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만 나에게 좀 더 좋은, 내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다 보니 이곳까지 와있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돌아보게 되었다. 내 삶은 지금 어디쯤에 와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선택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바비큐 파티 이후 장학생들, 길잡이들과 함께 깊은 야밤에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오순도순 팔짱을 낀 채 모여앉아 여러 가지 깊은 삶의 이모저모를 나누었다. 고작 어제 만난 친구, 동생들인데…. 어느새 이렇게 친해진 걸까?
* 마지막 날, ‘함께 누리는 쉼’
그러다 눈 깜짝할 사이 다가온 2박 3일의 마지막 날. 첫날과 같이 원으로 둘러앉아 여행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이번 여행의 주제가 ‘쉼’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순식간에 친해진 사람들 덕분에 잠도 안자고 밤새가며 서로 어울려 놀기 바빴고, 그렇게 피곤함에 찌든 나의 상태는 왠지 ‘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런데 리커버리센터의 화란 선생님께서 “쉼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번 캠프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누릴 수 있는 쉼을 맛보여 주고 싶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쉼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실마리 하나와 여러 가지 쉼 중 하나의 종류를 이번 캠프를 통해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누리는 쉼은 내게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아무런 기대 없이 한 치 앞도 모른 채 그저 바쁘게 달려가기만 하고 있던 나에게 – 올 한 해 아름다운재단의 장학생으로서 또 어떤 좋은 인연들과 추억들을 쌓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로 다시금 심장이 뛰게 만들었다.
다시 돌아온 일상. 지리산의 추억을 곱씹으며 다짐해본다. 지리산 청년이 말했던 것처럼 ‘나를 위해 좀 더 좋은 선택, 내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이 과연 무엇일지 나 또한 고민하며 살겠다고, 또 ‘안정’이라는 것에 사로잡히지 않고 나를 위한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 일에 힘써보겠다고 말이다.
글 : 노O원 (2022 신규장학생)
사진 : 리커버리센터
[2022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과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For Rest’ 힐링캠프> 프로그램은 (사)숲길과 함께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