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감있는 기업 사회공헌팀이 CSV팀으로 전환을 했다. 지인이 국내 기업의 모범 CSV 사례를 책으로 엮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얼마 전 만난 기업 재단 담당자가 기업들이 CSV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예전처럼 김치담그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CSV와 관련되어 여전히 여러 가지 기대와 평가가 있지만, 문득 나는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로부터 촉발된 이 개념을 원문으로 읽어나 보았던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을 ①가능한 원문을 살려 요약하고, ② 아름다운재단 실무자들의 의문과 논쟁거리는 무엇인지 정리하고 ③ 각 분야의 전문가(기업사회공헌 담당자, 학계) 가 직면한 현실과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연재 모아보기>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CSR팀을 CSV팀으로 개편해 사회공헌 활동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CSV팀 김선화 님을 만나 그 배경과 의미를 들어보았다.
CSR에서 CSV로
재단 :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CSR팀에서 CSV팀으로 개편이 되었다. 개편의 배경이 궁금하다.
김선화 : 팀 내부적으로는 3~4년전부터 스터디를 하거나 동향을 파악하면서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CSV라는 것이 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팀내 논의를 하면서 이 일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매니저나 기술연구원에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CSR 관련 전문 서적이나, 논의를 보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CSR(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잘 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관심, CFO(최고재무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의 관심과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경영진에서 3~4년 전부터 이와 관련된 고민을 계속해왔고, 그 결과로 CSR팀에서 CSV팀으로 개편하였다.
재단 : 구체적으로 조직개편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역할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김선화 : 기존 홍보사업 사업부 내 사회공헌팀에서 성장지원 사업부 CSV팀으로 개편되었다. 성장지원 사업부는 이해관계자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여기서 축적된 정보와 노하우가 기업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신설되었다. 구체적으로 CSV팀에서는 기존 사회공헌팀에서 하던 주요 사회공헌 업무- 핑크리본, 메이크업유어라이프, 희망가게와 같은 프로그램 사업들을 기획, 실행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CSV팀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는 팀으로 지속성장 추진팀이 있다. 이 팀은 기존 경영전략 부서에에 있던 지속가능추진팀에서 수행하던 업무들이 배치되어 있다. 주로 기업의 노동, 환경, 사회, 여성관련 국제표준을 준수하도록 기업 스스로가 점검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팀이라 볼 수 있다.
재단 : CSR 팀이 어느부서에 있는가를 보면 기업에서 CSR의 기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수 있다. 홍보팀 내에 배치되어 있는 경우 활동의 언론노출 여부와 같은 홍보성과가 중요한 이슈가 되기 때문에 진정성이나 협업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김선화 : 사회공헌팀이 홍보팀 내에 있다고 외부 이슈에 대한 전략, 리스크관리 측면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도 이런 관점으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내부에서는 우리도 홍보팀 내에 있으니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해서 느끼는 경우도 없잖아 있긴 했다. 하지만 홍보팀 내에 있다고 그런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이 사회공헌 담당자를 홍보팀에 두거나 사회공헌팀을 홍보 부서에 배치하는 것은 사회공헌의 취지와 성과를 잘 소통하기 위한 전략이 크다고 본다. 그만큼 소통은 중요하다. 문제는 사회공헌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반으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지나치게 특정 매체들이 요구하는 ‘그림’으로 소통하는 것에 매몰될 때는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재단 : 비영리 섹터에서는 기업의 사회공헌의 확장과 변환을 일종의 위협(?) 또는 경쟁을 보는 시각도 있다. 기존 비영리의 영역이나 역할이었던 것을 기업에서도 점점더 하고 있고, 더 잘하는 부분도 있다.
김선화 : 그런 시각이 있나? 그렇게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웃음)
실무자로서의 변화
재단 : 변화되면서 실무자로서의 어려움이라던지 기대는
김선화 : CSV 팀은 비즈니스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하는데 현재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에도 설립초기에 제품 방문판매원이 전쟁 미망인들이었다. 이들을 교육하고 고용하는 것이 다시 사회적으로 큰 과제였고 현재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파리크라상, 파리바게트, 베스키라벤스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인 SPC의 경우도 원료 유통구조를 재정비해 딸기영농조합과 상생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좋은 사례들이 있다.
재단 : 그런측면에서는 마이클포터가 좋은 사례로 들었던 유니레버와 유사하다. 인도의 여성을 고용하기 위해 위생용품을 판매해 세균감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을 줄이고, 여성들에게 일자리 제공과 소득을 향상시키는 것과요. 오히려 한국의 기업도 이런 해석이 가능한 사례들이 있는데…한편으로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벨류체인(Value Chain) 내에서 최소한의 윤리라도 지켜하지 않을까라는 수준이라는 평가때문이지 않을까.
김선화 : 기업마다 각각의 비즈니스 벨류체인에 맞게 다른 이슈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업은 사회와 함께 진화하고 상생해 나가고 이싸. 사회가 달라지는 만큼 기업이 준수해야 할 윤리들도 달라지고 있다. 예를들어 저작권의 경우 예전엔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수가 없다.
사회인식이나 여건이 다리지면 기업이 준수해야 할 윤리라는 것도 달라진다.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기업의 자정능력이 사회인식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만큼 기업의 역할은 커져가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잘 하려면 누구보다 소비자가, 고객이 기업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런 걸 하자고 요구하고 같이 하려는 상생마인드가 중요할 것 같다.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라.
CSV를 잘한다는 것은
재단 : 오랫동안 사회공헌을 담당해왔던 입장에서 한국에서 모범이 될만한 사례라던가
김선화 : 이건 우리 회사의 입장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CSV를 잘한다는 것은 기업의 순기능을 강화시키고 역기능을 줄이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의 순기능이라는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품의 혁신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역기능은 이익을 극대화 할수록 생기는 환경, 인권과 상충되는 부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