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반가운 영화 나들이
지난 6월 5일 일요일 오후, 종로의 한 영화관에서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 영화 <태일이>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은 기부회원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번 나눔산책에서는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스로 변화의 불꽃이 된 청년 전태일의 삶을 영화<태일이>를 통해 만나보았는데요, 상영 후 홍준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까지 알차게 꾸려졌습니다. 약 60여 명의 기부회원분들이 가족,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아주셨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이후 무려 2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기부자 행사였는데요.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에 들뜬 표정의 기부자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10대 노** 기부자님은 아버지의 기부를 보며 자연스럽게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태일 이야기를 알고는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며 환한 미소를 전했습니다. 곁의 어머니 또한 “결국 전태일의 이야기는 노동하며 사는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일상에선 내가 기부자임을 잊고 지내는데, 이렇게 행사를 열어주셔서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돌아보게 된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아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은 차** 기부자님은 몇 년 전 우연히 팟캐스트에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의 이야기를 듣고, ‘열여덟어른’ 캠페인을 통해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영화보러 오라는 초대에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왔다”는 기부자님은 스스로는 전태일에 대해 알고 있지만, 중학생인 아들은 아직 모르는 내용도 있을 것 같아 함께 공부도 하고 나들이도 할 겸 <태일이>를 보러 왔다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전했습니다.
수천 명의 마음이 모여 탄생한 영화 <태일이>
극장을 가득 메운 기부자님들은 99분간 숨죽인 채 혹은 훌쩍이며 애니메이션 영화<태일이>를 감상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은 10여 개가 넘는 기부자님들의 질문이 이어지며 아주 뜨거웠는데요. 질의응답에 따르면 함께 본 <태일이>는 홍준표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제안으로 제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의미 깊은 인물인 만큼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보다도 ‘얼마나 틀림없이, 존중의 자세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앞섰다고 하네요. 제작과정에서 전태일이라는 인물을 꼼꼼히 공부하면서는, 당시의 전태일과 나이대가 비슷한 지금 젊은이들에겐 다소 거리감이 있는 인물일 수 있기에 무겁게 느껴지는 ‘열사 전태일’이 아닌 좀 더 친근한 보통 사람, 내 곁의 ‘친구 전태일’의 삶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점은 제작비 장만이었다고 하는데요. 소재가 무겁다는 생각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때문인지 영화의 기업투자를 전혀 못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수천 명의 시민분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십시일반 제작비를 후원해주셨고, 마침내 전태일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이름은 영화 마지막 엔딩크레딧에 새겨져 약 8분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보여지는데요. 이에 대해 홍준표 감독은 “천원부터 펀딩을 받았어요, 오늘 행사의 제목인 ‘마음을 잇는 나눔’과 맞닿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 한 분 한 분 나눔의 결과물이 <태일이>”라며 오늘 모여주신 기부자님들께도 감사를 전했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며…
눈가가 촉촉해진 채 따님 손을 잡고 영화관을 나서던 김** 기부자님은 “영화 <태일이>의 주제가 혹시 딸에게 부담되면 어쩌나 했는데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한다. 영화 덕분에 꼭 알아야 하지만 편하게 이야기하긴 힘들었던 노동 관련 주제로도 딸과 재미나게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며 기뻐하셨는데요. 더불어 현재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한부모 가정에 기부를 하고 있지만, 오늘 영화를 보면서 그림책 테라피스트로 활동하는 본인의 재능기부를 통해서도 더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감동을 전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스로를 던졌던 전태일, 그를 기억하기 위한 펀딩 참가자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영화 <태일이>를 완성했듯이,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분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음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 도상희
사진,영상 |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