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름다운재단을 처음 만난 건 재단 간사분들을 통해서였다. 당시 나는 다른 회사 소속 직원으로 재단과 협업을 할 기회가 있었다. 재단 간사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회의를 하면서 이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진심으로 일을 대한다는 느낌,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이곳에서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 미팅을 수없이 해보았고 선망한 기업들도 많았지만 ‘함께 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느낀 건 아름다운재단이 처음이었다. 몇 년 후, 나는 입사를 지원했고 면접 자리에서 반가운 분들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는 아름다운재단의 1%나눔팀 간사가 되었다. |
나도 저 전화, 받아보고 싶다
재단에 들어온 지 만 1년이 지났다. 2층 복도를 지날 때마다 어느 간사님의 통화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냥하고 차분한, 정성을 다해 전하는 목소리. 기부자 감사전화를 담당하고 계신 간사님이었다. ‘저 전화를 받는 기부자님은 오늘 하루 기분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도 저 전화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기기부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작은 돈이지만 8개의 사업영역 중 어떤 사업에 내 기부금이 사용되길 희망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무자의 관점에서 기부자의 관점으로 재단의 캠페인과 사업을 요목조목 따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첫 정기기부를 시작하자마자 기부자에게 보내는 감사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재단의 실무자이자 정기기부자가 되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다가도 기부자로서 재단의 감사문자와 뉴스레터를 받는다. 그 기분이 참 묘했다. 매월 기부금을 낸다고 생각하니, 내 일에 적당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겼다. 내 소중한 기부금이 잘 쓰이는 방법은 내 일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내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나는 요가를 하는 수련생이다. 매일 아침 6시 반 요가원으로 향한다. 수련실 문을 열면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있다. 새벽 수업은 선생님이 리드하는 수업이 아닌,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수련을 하는 셀프 수업이다. 선생님은 별다른 말씀 없이 각 수련생들의 자세나 마음가짐을 살펴주는 역할을 한다. 수련이 끝나고 다함께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기부자로서의 생각을 전했을 뿐인데 몇몇 분들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하고 싶다며 정기기부를 신청하셨다. 순식간에 네 분이 아름다운재단의 정기기부자가 되었다. 이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던 요가원 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올 초봄에 ‘나눔’이라는 주제로 요가 워크샵을 준비하고 있는데 워크샵 수익 전액을 재단에 기부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기부’ 요가워크숍이 만들어졌고 워크숍 신청은 3일 만에 마감되었다. 그리고 3월, 전국 각지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요가와 나눔의 공통점
기부요가워크샵은 어느 대법당에서 진행되었다. 새벽 5시부터 명상, 큰 선생님의 요가철학, 그리고 3시간 동안 깊은 요가(아사나) 수련이 이어졌다. 30여 명의 커다란 에너지가 한 공간에 모였고, 그 힘은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모든 수련이 끝난 후 큰 원을 그려 둘러 앉았다. 큰 선생님이 내려주시는 보이차를 마시며 1박 2일 간 이어진 수련 소감을 함께 이야기했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함께 하는 에너지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였다. 요가에서 함께 수련하는 사람들을 ‘도반’이라고 부른다. 도반이란 ‘함께 수행하는 벗’을 의미한다. 문득, 새벽마다 만나는 요가원 사람들도 나의 도반이고, 재단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나의 도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매일 꾸준히, 무언가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었다.
요가와 나눔은 공통점이 있다. 요가도 나눔도 혼자 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할 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경험하게 된다. 기부요가워크샵 이후 요가원에서 연락이 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부요가워크샵을 보고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여럿 생겼다는 것이다. 하루 만에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는 200개를 넘었다. 재단은 무슨 일을 하는지, 기부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요가원에서는 워크숍 수익금 전액을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기부해주셨다. 그리고 짧고 담백하게 말씀하셨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나눔의 속도와 파장이 이렇게 클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이 모든 시작은 나의 아주 작은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일하는 곳의 이야기를, 우리가 일하는 마음을 전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소소한 진심 정도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주변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도 나는 출근한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요가처럼 ‘나눔’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2층 복도를 지나간다. 기부자님에게 감사전화를 드리는 간사 분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온다. ‘간사님도 오늘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재단에는 아름다운재단 기부자인 간사 분들이 많다. 우리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믿고, 우리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오래전부터 아름다운재단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던 이유다.
나눔에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신과 내가 어떤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는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는 재단 간사로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전달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히 세상에 꺼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이 아름다운재단이 말하는 나눔이 아닐까.
아름다운재단은 매월 ‘나눔’의 주인공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