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어느 기부자의 나눔 한마디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2년 8월 7일, 김민지와 구태희가 부부가 되었습니다. 활동가로 살아가는 구태희와 청소년 상담가 김민지는 축의금 일부를 청소년을 위해 사용하고자 합니다. 청소년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사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출발을 나눔과 함께 시작한 부부는 어떤 분일지 궁금해서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구태희, 김민지 부부 기부자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본 인터뷰는 대면과 서면으로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
Have a Good day!
구태희 기부자님을 만나러 부산 영도 깡깡이 예술 마을로 향했다. 차분하고 한적한 마을 골목을 지나자 경쾌하고 밝은 색감을 가진 건물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과 달리 역동적인 느낌이 나는 이곳은 영도문화도시센터1다. 구태희 기부자가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Have a good day, 구태희라고 합니다. 아내는 영도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김민지입니다. 청소년의 마음속 깊은 고민이나 어려움을 상담하고,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여 지역 내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청소년 안전망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하는 일이 다양한데요, 본캐는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문화로 자치>라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시민들의 주체성을 발현시키고자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동아리들과 주민 매개 공간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부캐는 청소년과 동포를 만나는 일을 하고 있고요.”
우리의 돈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부산 영도에서 지역 네트워크 활동을 하며 만나게 되었고 부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부부는 결혼식에서 혼인 서약을 낭독했는데, “어려운 이들에게 우리의 손을 내어주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실천하고자 축의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축의금 일부를 기부하면 어떨지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아내는 축의금은 우리에게 주는 돈이지만, 우리를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는 것이니 우리의 돈만은 아니라고 했어요. 받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부는 참 좋은 생각이라고 흔쾌히 동의해줘서 기존에 후원하던 단체 리스트를 모았고, 그중에서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했어요.”
부부가 기부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지인은 좋은 일 한다, 멋있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간혹 몇 명은 장난삼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너나 잘 먹고 살지 뭔 기부냐’하는 분도 계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구태희, 김민지 기부자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꿈꿔요.
매달 후원하는 곳이 여러 곳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청소년 공익활동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대다수는 잘 모르는데 ‘청소년 공익활동 사업’에 콕 짚어 기부한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인권 활동을 했어요. 청소년들이 무슨 힘이 있고, 돈이 있고, 공간이 있겠어요. 길거리에서 캠페인 하다 잡혀가고, 불려가면 주변의 선배와 교사들이 나서서 막아 줬어요. 심지어 자기 학교 제자가 아닌데 달려와서 도와주는 교사들도 있었어요. 그때 ‘이런 게 사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러한 도움들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거 같아요. 허리가 아파서 앉아있지도 못할 때 먹을 걸 챙겨준 선후배, 학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며 갚을 수 있을 때 갚으라고 말해준 분, 사할린 동포 구술사 연구를 하겠다고 하니까 후원해주신 분들. 이런 도움이 모두 저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니까요.” 구태희 기부자
“청소년을 만나다 보니 표현하지 않을 뿐 참 많은 것을 품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솔하게 다가갈 때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든든하게 곁에 있어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도 아무런 편견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던 스승님,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알려주었던 도반들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버티고 서 있는 거니까요. 받은 게 많은 인생이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민지 기부자
청소년 시절 인권운동을 하며 빚진 마음이 자연스레 지금까지 청소년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구태희 기부자, 주고받는 삶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다는 김민지 기부자. 두 사람의 삶에는 ‘청소년’ 지역사회’ 활동이 공통점으로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수많은 세상의 차별과 맞서 싸우고 그 누구도 배제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는 두 사람의 혼인 서약 고백에서 혼자 잘 사는 것보다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꿈꾸는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언제가 중/일/러/남북 어린이들과 DMZ에 만나서 평화 캠프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꼭 이뤄지길 응원한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구태희 기부자는 공익 활동은 혼자서 할 수 없고, 작은 영세한 시민 단체로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재단이 2014년도에 노란봉투캠페인을 할 때, 그리고 2005년부터 최근까지 KIN지구촌동포연대와 함께 우토로 마을을 지원해 줄 때 그래서 더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더불어 지금도 사회참여영역에서 하고 있는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덕분에 지역 곳곳에서 멋지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공익활동을 지원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나갈 때 세상을 바꾸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만으로, 생각만으로 그치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이뤄지는 작은 실천들이 세상을 바꿀 거라 생각해요. 실천은 강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실천을 반드시 변화를 불러옵니다. 저는 기부도 실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홀로 모진 풍파를 견디는 것이 당연해진 이 시대에 혼자가 아닌 모두 같이 잘 살기를 바라는 두 사람의 마음이 각별하게 다가왔다. 소소한 시민들의 작은 바람과 실천으로 응축된 에너지가 모여 세상을 바꾸는 작은 균열을 일으키고, 비록 더디지만 언젠가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구태희 김민지 기부자처럼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기부자의 나눔마다 작은 바람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내가 몸담은 재단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다. 나눔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해준 구태희 김민지 기부자님께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1영도문화도시센터는 부산시 영도구에 있다. 2020년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문화를 통한 지역 재생과 연결, 시민들과 함께 열린 협업 체계를 만들어가면서 지역문화를 살리는 다채롭고 역동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센터에서 영도도시브랜드와 ‘영도체’폰트를 제작하여 대중에 무료로 오픈했다. 올해 10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비롯해 북미 IDEA디자인어워드 브랜딩 은상, ADC어워드 브랜딩 혁신부문 입선 등 다수 브랜드 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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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구태희, 김민지 기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