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꺼야, 내 꺼야. 내놔! 으앙.”
승천이(5)가 와락 울음을 터뜨린다. 눈두덩은 빨개지고 금세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승천이는 엄마에게로 달려가더니 품에 안기더니 “나도 책, 나도 책!”하면서 떼를 쓴다. 조금 전까지도 “까르르”거리면서 동생 다솜이와 그림책에 스티커를 붙였는데…. 뭔가 단단히 토라진 모양이다. 옆에 배를 깔고 엎드린 다솜이(5)는 고개를 들어 승천이를 흘끔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숙여버린다. 엄마 이상숙 씨는 익숙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향한다. 그러더니 다솜이가 가지고 있는 책과 똑같은 그림책을 꺼내 승천이에게 건넨다. 그러자 승천이는 그칠 것 같지 않던 울음을 뚝 그치고는 배시시 웃는다. 이상숙 씨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한다. “아유, 쌍둥이라 아주 죽겠어요. 뭐든지 똑같이 해줘야 해요. 엄마 생각에는 하나씩 다른 걸 사서 나눠도 보고 바꿔도 하고 그럼 좋을 거 같은데, 아니에요. 다솜이가 있는 거는 승천이도 똑같이 있어야 하고, 승천이가 있는 거는 다솜이도 있어야 하고… 처음에는 잘 몰라서 떼쓰는 애들 달래도 보고 얼러도 보고, 혼내도 봤는데 소용없더라고요. 진땀만 뺐죠. 그래서 이젠 뭐든지 똑같이 두개를 사 줘요.” 똑같은 그림책에 스티커를 붙이는 승천이와 다솜이. 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연발한다. 이상숙 씨는 두 아이를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물끄러미 바라본다. 가족 | 행복을 꿈꾸는 기적의 아이들 승천이와 다솜이는 건강하다. 또래보다 키와 몸무게가 조금 작다는 것 말고는 큰문제가 없다. 여느 다섯 살 바기 아이들처럼 뛰놀고, 떼쓰고, 자란다. 감기와 같은 잔병치레가 잦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에 비교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빠 노병식 씨는 아이들이 지금처럼 자라고 있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뛰노는 게 가끔 믿겨지지 않아요. 승천이와 다솜이의 상황을 아는 모든 분들이 포기하라고 할 만큼 좋지 않았거든요. 심지어는 아버지, 어머니,장인어른, 장모님까지 모두 포기하라고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저와 아내도 잠깐은 아이들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만큼 희망이 안 보였어요. 지금은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했던 걸 너무 미안하게 생각하고 후회하지만요.” 갑작스런 임신이었다. 결혼 후 2년 동안은 아이를 갖지 않을 생각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노병식 씨가 가지고 있던 3천만 원의 빚을 먼저 갚자는 게 부부의 계획이었다. 정말 열심히 벌었다. 맞벌이에, 알뜰살뜰 살다보니 돈도 수월찮게 모이기 시작했다. 빚도 거의 다 갚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살림 밑천을 마련하자고 할 무렵에아이가 들어섰다. 쌍둥이였다. 한 명만 생겼다고 해도 걱정될 상황인데, 둘이라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걱정부터 앞섰다. 특히 이상숙 씨는 더 그랬다. “놀랍더라고요. 주위에서 쌍둥이 키우기 힘들단 소리 많이 하잖아요. 제가 그때 직장을 다니고 있었거든요. 어찌 키울까 싶더라고요. 걱정 많이 됐죠. 그래도 직장을 당장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임신 6개월까지만 다니고 그만두려고 하고 있었어요.” 임신 24주. 배도 좀 무거워지고 직장을 그만둬야겠다 싶을 때였다. 한 달에 한번 있던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 그 날은 특별히 시아버지도 함께 나섰다. 이제 임신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시아버지에게 초음파로 손자 모습을 보여드릴 요량이었다. 마침 당뇨검사도 있는 날이었다. 진료와 모든 검사가 아무 이상 없이 끝날 무렵, 노병식 씨는 문득 궁금한 게 있어 의사에게 물었다. 1주일 전부터 이상숙 씨 자궁에서 나오는 분비물 때문이었다. “검사와 진료를 모두 마치고 나오는데 문득 아내가 말했던 게 생각났어요. 자꾸만 분비물이 나온다고… 저도 별 생각 없이 의례적으로 물었는데, 의사가 아내보고 다시 진찰대 위에 올라가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도 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생각도 못했어요.”-이 글은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수기집 <가족>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승천이, 다솜이는 2004년 3월에 각각 750g, 450g의 초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났습니다. 워낙 작은 몸무게였기에 ‘위험한 고비’가 있었지만 쌍둥이는 잘 버텨주었고, 3개월간의 인큐베이터 생활을 마치고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큰 탈없이 잘 자라 지금 승천, 다솜이는 5살이 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 가는 게 제일 즐겁다는 승천, 다솜이는 요즘 뽀로로 만화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항상 잘 놀아주는 아빠를 제일 좋아하는 두 아이들은 매일매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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