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김현정 자유기고가
가을의 문턱에서 기분 좋은 인연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아름다운 재단 본관에서 열린 <미끌제로>라는 업체의 현물 기부 협약식. 욕실 바닥이 미끄럽지 않도록 시공해주는 이 업체에서, ‘이른둥이 가정’ 50곳을 ‘무료’ 시공해주기로 약정한 것. 앞으로 9월 2주~3주에 신청을 받아, 이른둥이 가정 50가구에 시공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비눗물에도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미끄럼방지 효과’로 이미 주부들 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데… 특히 몸을 움직이기 힘든 신체장애가 있는 이른둥이 가정에게 더욱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부를 제안한 것은 이 업체 성동점 사장, 최인문씨. 이른둥이 한결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그 제안을 받은 조춘호 대표도 아이를 둔 아버지로써 흔쾌히 수락, 통 크게 기부를 결정했다. 심지어 ‘왜 빨리 진행하지 않느냐’며 기분 좋은 독촉까지 했다는데…
아이 손잡고 화장실 갈 때마다, 미끄러지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사업을 구상했다는 조 대표.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모두’의 아이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사업을 시작했다고. 이제는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할 이른둥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 이 기부에 동참한 다른 가맹점 사장님들도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생활비 벌기도 빠듯한 건 사실이지만 거액의 돈을 내란 것도 아니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만 투자하면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인데 뭐가 어렵겠냐는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기부가 시작되었다.
사실, 이 아름다운 마음의 시작은 한결이 엄마였다. 2004년 6월, 이른둥이로 태어난 둘째아들 한결이. 돌무렵 뇌병변 진단을 받았고, 아직까지 걸음을 걷지 못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또래 아이들과 별 차이 없는 상황. 여덟 살이 된 올해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해, 잘 적응해주었다고. 노파심에, 엄마는 늘 물어본다. “한결, 학교가기 싫으면 이야기해. 다른 학교로 전학가고 싶으면 이야기해” 그러나 어김없이 돌아오는 한결이의 대답. “왜 그러세요?” 친구들과 선생님이 좋아 학교 가는 즐거움에 한창 빠져있다는 아이. 친구들이 뛰어 노는 게 부럽긴 하지만 노래하고 율동하는 ‘즐거운생활’ 시간이 참 좋단다. 율동이라 해봐야 고작 앉아서밖에 할 수 없겠지만… 한결이의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물리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의 치료 스케줄로 꽉~ 차있지만 작년에 언어치료를 ‘졸업’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건강하고 활발하게 잘 자라 준 한결이가 참 고마운 엄마, 그동안 한결이를 도와준 손길을 늘 기억하고 있었다. 2009년에 도움을 받았던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 역시 마찬가지. 그때 도움을 받았던 만큼, 자신도 도움을 보태고 싶다는 것.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생각난 것이 바로 욕실 바닥 시공이었다고… 걷지 못하는 한결이를 안고 화장실을 오가다가, 미끄러워서 허리를 삐끗하기 일쑤였던 엄마. 집 욕실바닥에 제품을 설치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또 좋은 건 주변에 알리고 싶고, 다른 이른둥이 가정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빠에게 기부를 제안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나눔의 첫 시작은 한결이에게 손을 내밀어준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의 기부자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이 고마워, 엄마도 자신이 줄 수 있는 도움은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했다는 것.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현실이 되게 해준 사람들, 직접 시간을 내어 자신들의 ‘힘’을 보태기로 해 준 아빠와 동료들… 이 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돌고 돌아, 지금의 아름다운 나눔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 나눔은 이른둥이 가정 50곳으로, 또 다른 희망이 되어 전해질 것이다. 이 기분좋은 나눔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주길… 더불어 모든 이른둥이들이 건강하게, 씩씩하게 자라나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