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2004년 10월 15일 1,040g으로 태어난 김솔이 아빠의 이야기
솔아, 솔아, 푸른 솔아 회사 창밖으로 봄꽃이 활짝 피어서 웃음을 머금고 있네요. 아빠 퇴근을 기다리는 솔이의 예쁜 모습이 떠오릅니다. 솔이가 태어난 지도 벌써 7년. 2004년 10월 15일 힘들게 태어난 솔이. 백일을 지내고 집에 와서 어렵게, 어렵게 적응해 나가던 솔이와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집니다. 우리 솔이의 태명은 신비였습니다. 신비가 무럭무럭 뱃속에서 자라 8개월이 됐을 무렵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내가 임신중독증에 걸린 것입니다. 우리 신비가 뱃속에서 아무 탈 없이 자라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거든요. 8개월이 넘었는데도 1kg밖에 되지 않는 신비, 태어나자마자 대학병원으로 옮겨 바로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을 앞둔 솔이의 체중은 1.04kg에 불과했습니다. 정말로 손바닥 만 한 새 생명이 내 앞에 있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사랑한다, 신비야. 이 아빠한테 와 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말 해주려고 준비하고 또 준비했는데….전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도 너무 슬펐던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 말없이 신비를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이제 신비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습니다. 솔이라는 이름, 그 고운 이름을 붙여줬지만 솔이는 한참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습니다. 아이를 낳은 후 몸조리도 채 되지 않았을 텐데 아내는 아침, 저녁으로 2시간이상을 버스를 타고 면화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지 2주가 되었을 때 신비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장폐색이 나타나 장 절제 수술을 해야만 했던 거지요. 그 이후 상황이 아주 좋지않았습니다. 분유 한 모금을 넘기는 일도 너무 힘겨워했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하루에 1~2cc의 분유를 먹는 훈련을 했습니다. 아내는 솔이가 건강해지면 주려고 보관하던 분유를 싱크대에 버리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4개월이 흐르고 드디어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원을 했다고 상황이 좋아진 건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이제 아내와 솔이의 전쟁이었습니다. 매일매일 먹은 양과 소변, 대변 양을 모니터링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입원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입, 퇴원의 연속이었습니다. 한 번은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아내가 솔이의 상태를 모니터링한 자료를 보시고 깜짝 놀라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아내의 정성이 참 대단했습니다. 이른둥이는 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에서 보니 제가 왜 그렇게 밖에 못했나 아쉽습니다. 아내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줬어야 했는데 그저 회사 핑계만 대고 주변을 맴돌기만 했어요. 그 때 제 모습을 생각하면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하기만 합니다. 만약 지금 그 마음을 전할 수만 있다면 정말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집에 들어가면 아내 한 번 바라보고 솔이 한 번 바라보고…. 그때 아내는 모든 생활과 관심이 솔이에게 집중돼 있었죠. 어쩌면 그 어려웠던 시기는 아내와 솔이, 둘이서 헤쳐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어쩌면 여러 가지 힘들었던 문제들로 회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실적인건지미련한건 지 모르겠지만, 병원비 걱정도 저를 내리누르는 짐 중 하나였습니다. 솔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있고 아내는 몸조리도 되지 않은 그 상태에서 전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하곤 했거든요. 그런 내 모습이 참 미안하기도 합니다. 누구말처럼 소위 ‘달러 빚’을 내서라도 솔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한동안은 병원비 때문에 힘들어 별의별 생각을 다 하던 모습이 미안하기만 합니다. 병 원비가 몇 천만 원이 나온다고 했을 때 정말 비참하더라고요. 금쪽같은 딸 하나 건강하게 지켜주지를 못하나 싶어서요. 하지만 그렇게 힘들 때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삶 의 큰 희망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도 문득문득 마음이 아련히 아파오고 후회가 되는 게 있습니다. 임신중독증에 걸린 걸 안 후 좀 더 빨리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아내가 덜 힘들 지 않았을까, 우리 솔이가 덜 고생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술 한 잔 하면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합니다. 행복한 순간 어느덧 1년이 지나서 솔이가 돌이 되었을 때, 환하게 웃던 솔이도 행복해 하던 아내도 기억납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가까운 식구들조차 많은 염려를 했다고 해요. 돌을 맞이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돌잔치 때 너무 예쁜 공주로 자라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솔이의 축복과 행복을 빌어줬습니다. 돌잔치 때 저 역시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우리 솔이의 축복과 행복을 빌었죠. “아내와 솔이에게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제가 했던 인사말이 기억납니다. 가끔은 오로지 솔이만 관심을 갖는 아내에게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그건 미련한 아빠의 투정이었습니다. 가끔 아내와 솔이의 자는 모습을 보면 ‘먹은 것 없이 배부르다’는 옛말이 뭔지 실감하게 됩니다. 둘이 자는 모습도 똑같아요. 저는 그저 웃음만 얼굴에 가득 떠오릅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그게 바로 저라는확신이 오거든요. 회사 업무로 아주 피곤한 상태가 돼 집에 들어오지만 초인종을 누 르면 달려 나오는 아내와 솔이 덕분에 전 힘든 줄 모르고 지냅니다. 그리고 입술에 뽀뽀를 해줄 때면 세상 누구도, 그 어떤 부귀영화도 부럽지 않죠. 그런데 요즘엔 솔이가 컸다고 입술에는 뽀뽀를 안 하고 자꾸 볼에만 하려고 합니다. 아빠가 입술에 뽀뽀하고 나면 자기 입술을 ‘슥’하고 닦아내기도 하죠.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답니다.
솔이는 지금 유치원 7세 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솔이가 속한 반은 ‘행복반’입니다. 솔이는 자기가 ‘행복한 어린이’라면서 친구들과 재밌게 놀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그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솔이를 보면 행복하기만 합니다. 솔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솔이의 돌비디오를 보는 일입니다. 배경음악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근데 솔이는 무슨 생각이 드는지 그 비디오를 보면 혼자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끔 울기도 한답니다. 아마도 100번이상은 봤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 아프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서일까요? 친구들이 와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돌비디오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솔이는 지금 너무 건강합니다. 아주 잘 자라고 있고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르고 키가 작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주에 한번 성장에 도움이 되는 주사를 맞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항상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헤쳐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믿습니다. 솔이와 아내를. 우리에게는 앞으로 희망의 따뜻한 봄날이 오리라는 것을
2004년 10월 15일, 솔이는 임신 33주 만에 1,040g의 몸으로 태어났습니다. 추석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임신 8개월 무렵, 솔이 엄마가 임신중독증에 걸렸고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솔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127일간의 기나긴 병원 생활, 솔이는 그 중 90일을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습니다. 무호흡증후군, 패혈증, 미숙아망막증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던 솔이. 하지만 솔이에게는 더욱 심각 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선천성 거대결장이라는 병명이었습니다. 선천성 거대결장은 한마디로 장 이 커다랗게 늘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장벽에 있어야 할 신경절세포가 없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결국 솔이는 변과 가스가 대장에 쌓이게 됐고 장이 한없이 늘어나게 돼 신생아 괴사성 장염으로 이어졌습니 다. 지금 솔이는 소장의 1/3을, 대장의 2/3를 잘라낸 상태입니다. 퇴원 후에도 설사와 탈수가 심해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고 감기 때문에 하루에 100g이나 빠진 적도 있는 솔이. 하지만 솔이는 지금 정말 건강합니다. 또래에 비하면 조금 작기는 하지만요. 그런 솔이를 바 라볼 때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아빠 김영수 씨. 김영수 씨는 솔이가 이렇게 건강해지기까 지 아내가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면서, 아내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여보, 참 미안해요. 다른 사람한테는 이상하게도 친절하고 배려심이 생기는데 유독 당 신한테만 인색한 것 같아요. 스스로 어떤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당신을 바라 보는 내 자신이 나도 싫을 때가 많아요. 결혼 초기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기에 더 미안해요. 여보, 하지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아마도 아무도 모를 거예요. 아직도 회 사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면 유리창에 당신얼굴이 떠올라요. 당신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당신이 그리워져요. 내가 앞으로 좀 더 열심히 할게요. 우선 내 건 강이 우리 가족의 행복이니까 건강도 더 잘 챙기도록 해 볼게요. 또 솔이와 당신과도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 할게요.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다짐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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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수기집 <가족>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