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람과 긍지를 위하여
김옥경 세일즈매니저에게 나눔의 전제조건은 여유가 아니다.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넉넉하여 남아도는 것을 나눈다 생각했다면 기부도, 봉사활동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나눔은 어떤 상황에서든 마땅히 지켜야 할 ‘약속’이며, 사람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원칙’이다.
“보험 영업을 시작한 첫 해, 남편이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요. 속수무책으로 들어가는 병원비에,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수입도 없고, 가장 힘들 때였죠. 오죽하면 큰 애가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못할까 걱정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때도 아이들과 돈을 모아 3만 원 짜리 정기 후원계좌를 유지했어요. 엄마가 어려우니 너희들도 용돈을 아껴 5천 원씩만 보태라고, 일부러 남매에게 책임감을 나눠 줬죠. 우리가 나눌 수 없을 만큼 힘들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엄마의 바람대로 나눔을 생활화한다. 적은 용돈,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번 월급일지라도, 일정부분 나눔의 몫을 떼어내는 데 자연스럽다.
“돈에 대한 여유는 누구나 항상 없어요. 보험료를 1천만 원 씩 내는 분들도 힘들다, 힘들다 하시는 걸요. 그러니 ‘여유가 생기면’하는 접근으로는 나눔이 쉽지 않죠. 형편껏, 작게라도 시작하면 돼요. 일단 뚝 떼어놓고 생활한다면, 그것 때문에 아낀다거나 덜 쓴다는 생각도 없어요. 나눔은 삶의 긍지, 희망, 힐링에 대한 세금이라고 생각해요. 탈세하지 말고 살아야죠.”
김옥경 세일즈매니저는 생명보험업계 ‘명예의 전당’으로 통하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 정회원이다. MDRT 활동은 그녀가 자신의 직업에 보람과 긍지를 되새기는 주요한 근거다. ‘나눔과 봉사’에 포커스를 맞춘 윤리 강령 때문. MDRT 회원의 의무인 정기 기부는 물론이거니와,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연탄배달 및 김장과 같은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소중한 당신과 나누고픈 단비
꾸준함은 나눔에 가장 중요한 덕목일 터. 2008년 교보생명 입사 이래, 김옥경 세일즈매니저가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봉사활동이 있다. 교보생명과 JA코리아(국제 비영리 청소년 경제교육기관)가 함께 운영하는 경제교육봉사단이 그것. 교보생명 재무설계사와 임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봄·가을로 2~4회,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직장인 등을 찾아가는데, 그녀는 줄곧 초등학교 저학년 경제교실을 진행해왔다. 재무설계사로 활동하며 쌓은 금융·경제 전반의 전문지식을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경제관념과 원리를 익힐 수 있는 동화책도 읽어주고, 놀이 위주로 경제교실을 진행해요. 말하자면 ‘일일 경제선생님’이 되는 거죠.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크지만, 꾸준히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목표 달성을 제대로 못한 달에 봉사활동 일정이 잡히면 갈등도 되죠. 한데 참 신기하게도, 마음을 다잡고 봉사활동을 나갔다 오면, 며칠 뒤에 계약이 성사돼요. 마케팅과 접점이 없는 데도 그런 경험이 잦아요. 아이들에게 받은 좋은 기운이 제 안에 어떤 에너지를 만들어내나 봐요.”
세상과 나눈 돈과 시간과 재능은, 희망과 위로와 긍지라는, 더 큰 가치로 돌아왔다. 받은 게 더 많아, 마음의 빚이 쌓여간다 여길 정도였다.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나눔을 하고 싶던 차에 한 보육원을 알게 됐다.
“저와 함께 초창기부터 경제교육봉사단으로 활동해온 동료 몇 사람과 제 오랜 고객 몇 분이 뜻을 모았어요. 가령, 의류업을 하는 고객은 옷을 후원해주고, 식당을 하는 고객은 아이들을 초대해 식사를 제공하기로 약속하셨죠. 비용은 제가 절반 부담하고요. 지난 해 연말, 보육원에 기증물품을 처음 전달했는데, 그때 만난 생후 7일된 아기가 아직도 눈에 밟히네요. 여느 가정에서라면 엄마, 아빠 품에서 한시도 떨어질 새 없이 사랑을 독차지할 존재이거늘, 그 어린 게 방안에 덩그러니 누워있더라고요. 너무 가슴이 아팠죠.”
김옥경 매니저는 이른둥이와 아동에 대한 관심이 커서 아동을 지원하는 일에 많은 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정기 기부에 참여하는 것은 이른둥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나누기 위함이다.
“첫 아이를 유산한 경험이 있어요. 지금 같은 의료기술이면 내 첫 아이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요. 살아있었다면 군대 갔을 나이인데…. 그래서인지 우리가 지켜야할 귀한 생명, 이른둥이나 미혼모와 같은 이야기에 저절로 눈길이 가고 마음이 머무르네요.”
사십대 중반의 나이로 재무설계사에 입문한 김옥경 매니저는 교보생명 내 최우수 FP 커뮤니티인 프라임 리더스클럽의 일원이기도 하다. 9년 차 베테랑 설계사에게 고객은 서로 의지 삼고 함께 성장하는 인생의 동반자에 다름 아니다. 슬픔과 기쁨의 한 길을 걷는 동반자와 반드시 함께 해야 할 일은, 보다 의미있는 삶을 꿈꾸는 것. 동료는 물론 고객과 함께 나눔의 연대를 꾸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나눔은 팍팍한 삶을 적시는 단비이자 꽃비’라고 정의하는 그녀에게, 그 단비 속을 함께 걷고 싶은 이가 고객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글 고우정 l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