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가정을 지원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이 다솜이 희망산타와 함께하는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오늘은 힘든 치료를 씩씩하게 이겨낸 이른둥이와 그 가정에 희망산타가 방문하는 날이었다. 인터내셔널 택시기사님들이 지원하는 ‘썰매’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화성까지 달려 온 희망산타는 김나경 산타(바자크코리아 영업팀 대리)와 최율산타(아름다운재단 정기나눔팀). 서로의 산타복 매무새를 한 번 더 다듬어주고 초인종을 눌렀다.
“와~~!”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집안을 울리며 만난 이는 이른둥이 박태양군 가족. 작년에 태어난 태양이는 650g의 몸으로 25주 만에 세상에 나왔다. 작디 작은 몸은 수 차례 생사를 넘나들었다. 태어난 지 3일째 첫 고비가 왔고, 일주일 후에 또 한번의 고비를 맞으며 그 후 1달 동안 수많은 고비들을 넘겼다. 인공호흡기를 하고 패혈증을 3번이나 겪으며 망막수술도 했다. 뇌출혈과 심장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했지만 650g의 생명은 결국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이겨냈다. 그리고 지금 그 아기가 산타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태양이는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버텨내고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웃기도 했어요. 회복되는 과정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그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고 기쁨으로 다가왔어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던 아이가 품에 안기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태양이의 태명은 ‘동쪽’이었어요. 밝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었는데, 인큐베이터 속에서 온몸에 호스와 주사바늘이 꽂힌 채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 추워 보였어요. 그래서 태명을 살려서 이름을 태양이로 짓게 되었어요.”
태양이 어머니는 태양이를 낳기 전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일하며 이른둥이들을 보아왔지만, 자신이 낳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차곡차곡 시간이 쌓이다 보면 강한 생명력으로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아름다운재단을 통해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알게 되었고 다시금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태양이는 폐가 미성숙하게 태어나서 특히 호흡기가 약하다. ‘시나지스’라는 폐주사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어서 주사 한대 맞히는 데만 백 만원 정도 든다. 어느 정도 지원을 받고 있지만 호흡기 관련 약제도 비보험에 해당되는 부분이 많아서 여전히 경제적 부담이 크다. 태양이 어머니는 정기적인 외래치료 비용도 상당한데 조금 더 세심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치료 부담금이 높은 질환자의 진료비를 경감해주는 ‘산정특례’가 있지만 이른둥이들이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는 질환의 비중이 제한되어 있고, 퇴원 이후 의료비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주치의가 해준 말이 기억에 남아요. ‘아이 앞에서는 절대 울지 마세요.’ 부모가 울고 힘들어하면 아이에게도 그 감정이 전해질 것이라며, 좋은 기운을 아이에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울음을 참고 견디다가 퇴원할 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제가 울음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병원에 계신 분들이 많이 놀라셨어요. 지금까지 한번도 울지 않은 산모는 제가 처음이라며 그동안 눈물이 없는 저를 보고 정말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대요.”
태양이는 오늘 아직 어린 나이지만 동생을 먼저 챙기는 누나 채은이와 산타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도 꾸몄다. 산타들은 빨간 주머니에서 꺼낸 깜짝 선물들을 건네며 태양이와 가족들이 그 동안 견뎌온 시간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올해 처음으로 희망산타에 신청한 김나경 산타는 함께 나누는 큰 기쁨을 도리어 얻어간다며 내년에도 이른둥이 가정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태양이는 병원에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예요. 태양이가 건강하고 사랑을 베푸는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태양이를 낳기 전에는 저도 이렇게 이른둥이가 많은 줄 몰랐어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이른둥이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커나가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조금 일찍 태어났지만 태양처럼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아이, 태양이와 가족들은 추운 겨울에 맞서 오늘도 함께 희망의 싹을 심고 있다.
글 허나영 l 사진 조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