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석 선생님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 ‘아름드리기금’
<아름드리기금>은 1947년 경기고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50여 년 동안 교육자로서의 외길을 걸으셨던 故서장석 선생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3년에 조성된 추모기금이다. 故서장석 선생님의 가족들은 아버지께서 평생 보람으로 느낀 일을 이어 나가기로 뜻을 모아 조의금 전부를 고스란히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였고 고인을 존경했던 가족, 제자, 지인들의 꾸준한 기부로 지금까지 아름드리기금이 살아 숨 쉬며 후학 교육 사업을 위해 꾸준히 쓰이고 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놓인 고등학생에게 교육비와 자기계발비를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까지 지원하여 학업에 집중하도록 도왔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는 고인이 애정으로 몸담았던 경기고등학교의 <창의인재아카데미> 운영 및 상설 동아리 활동, 특기적성 활동 지원을 통해 경기고등학교 학생들이 창조적 지식과 전인적 품성을 겸비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현장인 경기고등학교에서 <창의인재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강웅용 선생님(경기고등학교 연구개발부 부장교사))과 이유진 선생님(경기고등학교 연구개발부 교사)을 만나 <아름드리기금>이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어떤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시야를 확장하는 <창의인재아카데미>
2017년부터 꾸준히 열려온 <창의인재아카데미>는 경기고 학생들이 기존 수업에서는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접하는 새로운 배움의 장이다. 학생들은 <창의인재아카데미>를 통해 이전에 자신이 알던 세계와는 다른 세상을 탐구하고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며 시야를 확장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른다. 철학과 교수님의 ‘철학 이야기’, 한의사 선생님의 ‘뇌과학을 통한 뇌 활용 학습법’, 아나운서의 ‘프레젠테이션 스피치’, 문학평론가의 ‘창의적 사고와 글쓰기’, 교육학과 교수님의 ‘심리 이야기’ 등 현장 전문가를 직접 만나는 생생한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창의인재아카데미> 에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실습의 기회가 열려 있는 수업이 많아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창의인재아카데미>는 기존의 공교육 안에서 다루지 못했던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룹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매번 열릴 때마다 많은 인원이 꾸준히 참여합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주제와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강웅용 선생님
“일반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먼저 발표하거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기 힘든데, <창의인재아카데미>에서는 나도나도 먼저 발표하려고 손을 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면, ‘프리젠테이션 스피치’ 시간에 미래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자율적으로 발표자를 신청받았음에도 참여한 학생 모두 발표할 정도로 다들 적극적이었어요.” – 이유진 선생님
진로를 한창 고민할 시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창의인재아카데미>는 접하기 어려웠던 전문 분야를 직접 경험해 보고, 그 분야의 진로를 탐색해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의사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후, 한의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도 있고, 아나운서가 꿈이었는데 직접 아나운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기뻐한 학생도 있다.
또 수업 시간에는 들을 수 없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꺼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새롭고 흥미로운 배움의 장이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창의인재아카데미>는 평상시 수업에서는 듣지 못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이예요. 평소에 조용하고 말이 없던 학생이었는데 스피치 시간에 노벨문학상을 받는 게 꿈이라고 얘기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수업이 좋으니까 학생들의 마음도 열리는 것 같아요.” – 이유진 선생님
<아름드리기금>이 품은 나눔 정신을 이어받는 경기고 학생들
이날은 <창의인재아카데미>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심리 이야기 : 집단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학생들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저녁 식사부터 했다.
<아름드리기금>은 <창의인재아카데미> 외에도 “모의유엔총회”, “화동제(축제)”와 동아리활동, 선후배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모의유엔총회”는 학생들이 유엔처럼 총회를 열어 각 나라를 대표해 토론하는 시간으로 나라별 정책 사례를 공부하고 토론하여 시야를 넓히고 리더십을 기르는 장이다. “화동제”는 경기고 학생들의 단합의 장이자 축제로, <아름드리기금>으로 축제 무대를 꾸미고 30여 개의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처음 열릴 “멘토링 프로그램”은 선, 후배 간의 만남의 장이다. 이 자리를 통해 학생들은 경기고를 졸업한 다양한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학생들이 고마워하는 게 느껴져요. 공교육 안에서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걸 학생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프로그램 자체가 좋으니까 더 고마워 하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선배들의 기부를 통해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의미 깊고, 학생들 역시 서장석 교장 선생님의 정신과 선배님들 모습을 본받아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기대합니다.” – 이유진 선생님
“<창의인재아카데미>가 끝나면 학생들이 소감문을 써서 내는데요. ‘감사함’을 표현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특히 선배님들의 기부금을 통해 자신들이 이런 배움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거 같아요. <아름드리기금>을 통해 자기들도 나중에 졸업하면 후배들이나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나눌 수 있다는 걸 배우는 거죠. 그러면서 기부와 나눔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는 거 같아요.” – 강웅용 선생님
故서장석 선생님은 교사 시절 동안 제자들에게 공민 철학을 꾸준히 가르친 분이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개인의 삶뿐이 아니라 공공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이 공의 삶을 사는 사람, 즉 공민(公民)의 예의와 규칙과 도덕성, 그리고 책임감을 강조하셨다. <아름드리기금>은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고 서장석 선생님의 가족, 제자, 지인들의 꾸준한 기부로 이어져 오고 있고 이런 나눔 정신과 공민 철학은 <창의인재아카데미>를 경험한 모든 경기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이어져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글: 우민정 작가
사진: 김권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