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사회의 의제들도 다양해집니다. 그에 발맞춰 공익활동 또한 새로운 영역에서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신생 공익단체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2012년 AMC 팩토리(3년 지원), 2013년 지리산이음(3년 지원), 2014년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3년 지원), 2016년 노동예술지원센터 흥(3년 지원), 2017년 제주다크투어(3년 지원), 2018년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3년 지원)을 지원했으며, 현재는 2019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3년차 지원중), 2020년 느린학습자시민회(2년차 지원중), 2021년 부산인권플랫폼 파랑(1년차 지원중), 2022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신규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만남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한자리에 모이니 더 반갑네”
지난 10월,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지리산에서 인큐베이팅 네트워크 워크숍이 열렸다. 아름다운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함께했고, 또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지리산이음이 호스트가 되었고,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받은 9개 팀이 모였다.
함께 모인 9개 팀의 면면은 다양하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으로 3년의 기간을 거쳐 공익단체를 설립하고 자립한 지리산 이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하 띵동),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이하 흥), 제주다크투어(이하 다크투어),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하 사부작)과 현재 단체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중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이하 셰어), 느린학습자시민회(이하 시민회),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이하 파랑), 그리고 준비기간을 거쳐 3년 여정을 시작할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2019년 워크숍때는 5개 팀이 모였었는데, 3년만에 워크숍이 열리니 9개 팀이 모이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더욱 반갑고 새로운 얼굴도 있어 더 설레는 분위기였다. 자립 준비 기간을 거쳐 자립한 단체들의 경험과 성과를 나누고 단체 설립을 위해 자립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체들은 당찬 계획과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자리가 되었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발전을 위해 의견 나누어요.
아름다운재단은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참여 단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네트워크 워크숍을 통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인큐베이팅 참여단체들과 나누고 싶었고 참여단체만이 줄 수 있는 의견과 제안을 듣고 싶었다. 인큐베이팅 전 단계 ‘pre-Incubation’에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활동 혹은 네트워킹을 지원한다면 어떨지?, 공익단체 초기 설립 지원을 거친 뒤 후기 단계 ‘post-Incubatinon’에서 후속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자립, 지속가능성, 성과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고민이 따르며, 그에 따라 지원 방법도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네트워크 워크숍이 진행되는 3일 동안 인큐베이팅에 참여한 팀들은 의견도 마구마구 내고 사업도 같이 만들어보자는 기대를 품고 워크숍을 시작했다.
종료단체는 이렇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호스트가 되어준 지리산이음은 사회적협동조합 공익법인설립 이후 지자체 단위의 정책 과제와 연구용역 등의 사업을 진행하며 자립의 단계를 밟았고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공동 운영하며 작은변화지원센터 들썩을 오픈했다. 지리산권의 참여와 자치의 공동체 활동과 사회적경제 활동 등 지역의 작은 변화를 만드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을 지원하며, 사람과 활동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과 기반을 조성한다. 인큐베이팅 네트워크가 열리는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도 지리산권의 지역의 경계를 넘어 작은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연결해 큰 변화를 만드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은 2014년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한 단체설립 이후 설립 8년차를 맞이했다. 성찰과 성장 사이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재정자립은 물론 사업 역시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으로, 전국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안전을 위한 대안적 주거공간인 ‘홈 프라이드 홈’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올해 띵동은 사단법인으로 단체 형태가 변화했는데, 앞으로의 띵동의 활동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흥은 ‘노동예술지원센터 흥’에서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으로 단체명을 변경한 큰 변화가 있었다. 흥의 이준호 대표는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 종료될 즈음 문화 다양성과 평화 통일 등 다양한 이슈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싶은데 단체명 ‘노동’이 한계를 긋는 것 같았고 ‘사회적 예술’ 키워드로 활동을 확장 및 다각화하고 싶었다고 한다.
“시의성과 시대정신을 가져야 해요. 시대의 감수성을 차악하고 작품 속으로 녹여내야 해요. 조금 더 뾰족한 예술을 하고 싶어요. 시대정신을 놓지 않는 예술가가 되자고 다짐합니다.”
현재 흥은 노동자, 예술인, 지역사회를 잇는 매개자, 기획자, 사회적 참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립과 생존을 위해 두 번 실패 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예술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흥은 이날 모인 인큐베이팅 단체들을 위해 흥겨운 공연도 들려주었다.
다크투어 창립자와 활동가가 교체되는 상황에서 새 멤버로 참여하게 된 김잔디 사무국장은 인큐베이팅 네트워크 워크숍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운을 뗐다.
“창립자가 없고 활동가가 전면 교체된 상황에서 지속가능하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하고싶은 일은 많지만요.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받을 당시에 제주 다크투어에 소속되어 있진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참여해 다행이고 반가운 마음이에요.”
“다크투어와 같이 강원과 대구에도 유사 활동이 생길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어요. 역사를 직시하고 확산을 위한 도구에 대해 욕구가 있기 때문이에요. 제주의 청년 활동가들도 제주 4.3에 관심이 많은데 4.3활동가로서 도전할 수 있도록 연결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재정 자립에 대해서는“과거의 다크투어는 후원회원들에게 성장하는 기쁨을 주는 단체였어요.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현재 하고 있는 것에 안주하고 있어요.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성 있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청년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사부작은 성미산마을을 넘어 1동 1사부작을 꿈꾸고 있다. 사부작 최경화 대표는 이전보다 마을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이 잘 다니고 활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부작의 공간을 통해 주민들의 고민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고 지자체나 기관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주체가 되었다고 한다. 사부작은 발달장애인이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실험하고 제시함으로써 ‘무경계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국 장애인 관련 모임이나 공동체, 복지관등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마을의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과 성공 경험을 묻고 방향을 제시하며 지자체와 돌봄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으로 중간조직에 대한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향후 과제로 재정안정을 통해 부모 조직과 젊은 활동가 양성을 위한 역량강화 활동을 이어가고 민관협치 사업 옹호가게 프로젝트와 같이 발달장애 청년들의 문화예술활동과 옹호활동 등이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 낼 예정이에요. 노동사례를 나누는 발달장애마을포럼 등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요.”
우리의 첫 걸음을 소개합니다
인큐베이팅 1년차로 단체들과 처음 인사하는 파랑의 한아름 사무국장은 파랑의 존재 필요성과 3년 계획을 소개했다. 파랑을 조직하기 훨씬 전부터 만들어진 ‘민들레 기금’으로 활동가를 지원하며 인권활동가의 쉼과 성장 지원의 필요성을 느꼈고 작은 인권단체의 지속과 확장을 위한 지지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첫해 연도인 올해에는 파랑의 기초가 되는 100인의 추진위원과 재정발전기금을 모으고 파랑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연말에는 부산지역 인권운동의 지속과 확산을 위한 인권의제 발굴과 인권담론 생산을 위한 연구사업 <부산지역 인권단체 및 활동가 현황 조사> 발표도 앞두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특정 부문 운동은 튼튼하게 진행되고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전체를 담고 있는 단위는 없어서 필요할 때 힘을 발휘하기엔 부족합니다. 정책도 협소하기에 활동가와 단체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네트워크 하기 위해 파랑이 필요해요.
젊은 활동가들과 만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양껏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파랑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돈이 없고 인프라가 부족한 활동가를 위해서 부산지역에서의 기부문화를 만들 거예요. 부산 지역성을 갖고 있지만 아시아적 마인드가 필요해요. 지역 활동가들이 아시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예요.”
2022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으로 신규 선정된 반가운 얼굴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의 변미혜 사무국장은 준비단계 과정과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청소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다는 활동을 해요. 주거위기를 겪는 청소년에게 시설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시설중심사회와 시설 밖에서도 청소년에게 시설화된 삶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는 탈시설 운동을 청소년과 함께 할 계획입니다.”
향후 3년간 인큐베이팅을 거쳐 자립하게 될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향해 선배 단체들은 열렬한 환호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2022년 준비단계 과정을 거쳐 청소년주거권 운동 담론을 구조화, 주거권 운동의 확산, 주거 전달체계 구축 촉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원단체는 이렇게 활동하고 있어요
올해 인큐베이팅 3년차를 맞이하고 내년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셰어의 타리(나영정 팀장) 는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었고 자립 선배들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셰어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의 담론과 실천을 계속 확산해 나가기, 새로운 주체들과 만나서 목소리 키우기, ‘색다른의원’ 망하지 않기, 연구자 및 전문가 교육하기,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비용의 사회화를 위해서 운동하기, 후원자 조직하기, 임대료 등 수많은 과제를 갖고 있어요.”
자립 선배 띵동은 “띵동의 후원조직 ‘띵가’는 일 년 단위 활동을 이어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저희의 가치와 비전에 동의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활동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매우 많기도 해요. 당사자성을 띄기도 하고 관련 직종에 계신 분들이 있기도 하고요. 자원활동가가 상임활동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라고 자립을 고민하는 셰어에게 후원회원을 관리하는 방법을 조언해주었다.
셰어에도 든든한 후원회원인 ‘조이’가 있는데 든든한 조력자로 조직될 수 있도록 후원회원이 참여하는 집회나 자원활동 같은 모임을 진행해 자긍심을 부여하고 운동의 당사자로 느낄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자립응원파티에 참여한 ‘조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후원회원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올해 인큐베이팅 2년 차를 맞이한 느린학습자시민회 송연숙 대표는 네크워크 모임에서 공익단체로 발전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과정에서 생긴 고민을 털어놓았다. 공익활동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집중해야 할 게 무엇인지 존재와 목적 자체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시민회의 솔직한 고민에 대해 단체들은 입 모아 환영해 주었고 지금의 고민과 고통이 의미 있는 과정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대내외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역할을 정립하고 욕구를 조정해 하나의 비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나는 이 조직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이 조직을 어디로 가지고 가려고 하는가? 질문에 명료한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을 공유해 드릴 수 있어요. 논의를 자신감 있게 가져가고 결국 비전을 찾게 된다면 지금의 고통이 의미 있을 거예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조언을 들으며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로에게 힘을 보태주며 끈끈함을 만든 인큐베이팅 참여 단체들은 서로 나눈 다짐을 꼭 다시 만나 ‘두려웠지만 더 재미있게 했다’라고 나누자며 다음 네트워크 워크숍을 기대했다. 각 단체의 의제와 비전을 갖고 365일 일 년을 꽉 채워 바쁘게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하는 워크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