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구 기부자는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이 깊다. 재단과 결을 같이 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7년 간 몸담으며 1,500회의 행사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 그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영리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레드나인커뮤니케이션을 창립했다. 공익을 위한 일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나눔과 기부를 즐기게 되었다는 김홍구 기부자를 서교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이 기부가 되는 삶을 꿈꾸다
김홍구 기부자에게 기부는 생활이다. 인식개선, 자원봉사, 모금 등 공익적 효과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공익행사를 실행하다 보니 남을 돕는 기부와 나눔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아름다운가게에 몸담았을 때도, 그곳을 나와 독립했을 때도 그의 마음속에는 변하지 않는 모토가 있었다. 일과 기부를 따로 두지 말고 일이 기부가 되는 행사를 만들자는 것.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NGO 단체에 기부 하기도 했고, 회사를 창립하고부터는 매년 꼭 한 번씩은 기획단계부터 수익이 기부로 이어지는 행사를 기획했어요. 제주도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을 운영하는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 워크숍 겸해서 행사를 만들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식으로 말이죠.”
공익행사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사회 환원한다는 생각은 그가 대표로 있는 레드나인커뮤니케이션 직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먼저 기부 행사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기부를 당연하게 여긴다.
“누군가를 돕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마음의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기부란 큰 마음을 먹고 하는 게 아니라 비영리공익행사 전문대행사의 책무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기부가 좋아서 기부를 합니다
꾸준히 이어온 기부는 아름다운재단과도 인연을 맺었다. 김홍구 기부자는 21년 아름다운재단만들기기금과 기부문화연구소기금에 일시기부를 한 데 이어 22년에도 정성을 보탰다.
“평소 아름다운재단에 마음의 빚이 있었어요. 눈여겨보고 지지하면서도 정기기부를 한 적이 없었죠. 그러다 한국사회의 기부문화 지표를 연구하는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심포지엄 ‘기빙코리아’를 접하고 깊게 공감하게 되었어요. 힘을 보탤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김홍구 기부자는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여러 곳에 정기기부 혹은 수시기부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연말이면 기부금 항목이 너무 많다는 세무사의 핀잔을 들을 정도다. 기부를 생활화하는 그에게 ‘기부하는 마음의 비결’에 관해 묻자 ‘그런 것은 딱히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인터뷰를 의뢰받고 ‘나는 기부를 왜 할까?’ 자문해 봤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이유를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마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이유를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기부도 제게는 그런 존재예요. 그저 좋아서 기부하는 겁니다.”
기부처의 3대 요소는 투명성, 진정성, 마인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기부에 대한 강한 애정과 철학이 느껴졌다. 그가 기부처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눔과 기부는 누군가 확산시켜주는 게 중요하나 선뜻 추천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기부처를 고를 때는 단체의 순수성과 열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기부처의 투명성, 활동가의 진정성, 대표의 마인드를 봅니다. 세 가지 중에 몇 가지가 해당하면 기부를 하고 주변에도 추천해요. 시민 재정으로 운영되는 곳 역시 눈여겨보아야 할 요소입니다. 확실한 철학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거든요.”
김홍구 기부자는 기부에 관한 관심은 있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기부처를 정했다면 소액 기부부터 시작하세요. 내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고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금액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그게 어렵다면 일정 금액을 모아 일시기부를 해보세요. 나만의 기념일에 하는 것도 괜찮아요. 기부는 즐기는 것이랍니다.”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비영리공익행사 대행사 레드나인커뮤니케이션은 내년 10주년을 맞이한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이제는 10명의 직원과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혼자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만들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며 자연스레 몸집이 커진 것이다. 10년간 힘든 일도 많았지만, 보람과 기쁨이 더 큰 시간이었기에 앞으로의 10년 또한 기대하고 있다. 김홍구 기부자는 창업 초기 선물 받은 간판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제주도의 폐가 창틀로 만든 간판인데, 아름다운가게 출신 지인이 선물해주셨어요. 힘든 순간마다 이 간판을 보면서 초심을 되새겨요. 앞으로도 공익을 놓치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다음 파도를 기다린다.” 김홍구 기부자가 인터뷰 말미 꺼내놓은 이야기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갇힌 주인공이 파도에 실려 온 물건으로 새로운 희망을 되새길 때 했던 말이다. 이는 김홍구 기부자의 좌우명이자, 기부 철학이기도 하다.
“파도에 밀려온 물건들이 무인도에 갇힌 사람을 살게 했듯, 파도에 실려 온 따뜻한 손길과 생각지 못한 기회가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요. 제 기부도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부의 파도에 실어 보낸 마음이 전해져서 힘든 순간을 넘어가고 견딜 수 있다면 그보다 큰 기쁨을 없을 것 같습니다.”
글 : 김유진 | 사진 : 김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