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들에게 재활치료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치료입니다. 물리, 인지, 운동, 작업, 언어치료 등을 통해 이른둥이는 조금 더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에 집중된 재활치료 병원을 매주 오고 가기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 부담 또한 가중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이른둥이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는 물론, 교통비, 양육 비용 등의 간접비용을 함께 지원합니다. |
유하(가명)와 준서(가명)가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쌍둥이인 유하와 준서는 서로에게 최고의 친구다. 엄마가 요즘 재미있는 활동에 대해 물어보자 유하는 ‘미술학원’이라고, 준서는 ‘초등학교 준비반’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유하는 ‘강아지 인형!’, 준서는 ‘이순신 장군 블록!’이라 외친다. 학령기를 시작하는 여느 아이들처럼 활발하다.
하지만 저토록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상당했다. 사실 유하와 준서는 이른둥이로 1.770㎏과 2.335㎏으로 태어났다. 병원에서는 유하에게 중고도 자폐, 준서에게 발달 지연을 언급했었다. 엄마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지만, 전심으로 아이들을 보살폈다. 몸이나 마음이 고단해도 한순간도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사랑으로 아이들은 충실하게 성장해 나갔고, 특히 유하는 엄마에게 일생의 행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당시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유하는 불현듯 속삭였었다.
“엄마, 내가 엄마 딸이라서…… 너무 좋아.” (이유하 어린이)
엄마가 처음이라 참 ‘미안해’
민주 씨는(가명) 간절히 생명을 맞이하고 싶어 시험관 시술로 아기를 잉태했다. 축복의 쌍둥이였다. 기쁨과 감사로 태교했고, 태아들은 건강하게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양수가 파수됐다. 임신 28주 무렵이었다. 그동안 아무런 조짐도 없었다. 그냥 난데없는 교통사고 같았다. 민주 씨는 회사에 업무도 인계하지 못한 채 서둘러 입원해야 했다. 아이들은 서서히 세상에 고개를 내밀었지만 아직은 너무 일렀다. 엄마의 배 속만큼 온전한 곳은 없어 안간힘으로 아이들을 붙들었다. 하지만 더는 위험했다. 임신 32주째, 그해 여름 아이들은 태어났다.
“유하와 준서 모두 자가호흡을 비롯해 스스로 가능한 활동이 거의 없어 인큐베이터에 머물러야 했는데요. 신생아 중에 가장 작은 아이들이 제 아이들이란 사실에 엄청 울었어요.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새까맣고 자그마한 아이들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많이 걱정됐어요.”
한 달 후 민주 씨는 유하와 준서를 인큐베이터에서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르고 작았던 아이들을 보살피기란 여간하지 않았다. 유하는 부족한 모유만 먹으려 들었고, 준서는 하루에도 일곱여덟 번씩 자지러지게 울었다. 엄마가 처음이라 아이는 모두 그런 줄 알았다. 참 고됐지만 감사하게도 친정 부모님들이 매일같이 방문해 아이들을 함께 돌봐줬다. 또 힘겨우면 아이들을 유모차에 싣고 햇볕 아래 수풀을 맴돌며 한없이 산책하기도 했다. 그사이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갔다.
“아이들이 22개월쯤 발달 관련 검사를 받았어요.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이 이른둥이의 경우 그 시기에 발달 정도를 확인해야 된다고 권하셨는데요. 유하가 중고도 자폐, 준서는 발달 지연 소견을 듣게 됐죠.”
그 시간을 걸어줘서 ‘고마워’
민주 씨는 유하와 준서에 대한 병원의 소견에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즉시 재활치료에 나섰다. 아이들은 감각에서 특이점이 곧잘 발견됐다. 이를테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불빛을 계속 주시하는가 하면, 자동차 장난감을 뒤집어 바퀴를 흘겨보기도 했다. 몸에 뭐라도 닿으면 거부했고, 입으로는 이상한 물체를 빨기도 했다. 아무래도 감각통합치료, 놀이치료, 심리운동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 씨는 유하와 준서를 데리고 오랫동안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아이들은 그 인고의 시간을 무던히 견디고 버텼다. 그 이후로 아이들이 지녔던 감각의 특이점은 대부분 치료가 되고 소거가 됐다. 천만다행이었다. 이제는 다음 치료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다소 힘에 부쳤다. 보험은 노산과 조산을 이유로 애초에 거절당했고,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는 만료 시점에 다다랐다. 그쯤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유하와 준서는 재활치료 지원을 통해 사회성치료와 예술심리치료에 집중했어요. 내년에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거든요. 아무래도 또래 활동이 늘어날 듯해 조금 미숙한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었고요. 종종 또래 관계에서 상처받곤 해서 내면의 힘도 길러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따돌림도 있었는데요. 정말 속상하지만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최소한의 몫이 있는 것 같아요.”
민주 씨는 사회성치료, 예술심리치료와 더불어 특수체육도 중요하게 여겼다. 초등학교에서는 또래와의 신체적 어울림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하와 준서는 기타치료비 지원을 통해 재활수영에도 열중했고, 지금은 체력이 월등하게 늘었다. 특히 유하는 놀다가 금방 지치곤 했지만, 이제 여느 아이들과 비교해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치료비 지원으로 아이들 변화가 확연히 나타나서 진짜 고마웠어요. 더불어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도와주려 한다 생각하니 더욱 힘이 나더라고요. 실제로 가정 내 정신적인 부담이 적지 않아 부부끼리 화나서 다투기도 하고, 슬퍼서 울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우리끼리만 헤쳐 나가는 상황이 아니고, ‘아름다운재단’과 ‘푸르메재단’처럼 우리 편이 함께한다는 사실에 아주 든든했어요.”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해’
앞으로 유하와 준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날도 머잖았다. 민주 씨는 아이들과 차근차근 준비해 왔지만, 솔직히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유하와 준서는 면역력 또한 약하게 태어났다. 그래서 아토피 증상은 물론 감기에 자주 들고 비염에 걸려 있어 천식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직은 조절력이 부족해 초등학교에서 배변 실수하지 않을까, 조금은 소통력이 아쉬워 이동 장소를 헤매진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유하와 준서는 항상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 왔었다. 그동안 발달 관점에서 유하는 나날이 나아졌고, 준서는 두드러지게 향상됐다. 그 때문에 민주 씨는 당장은 아이들의 장애 등록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향후 아이들의 성장을 믿어볼 작정이다.
“유하와 준서가 세상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 소망이 여느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실현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목표점에 여느 아이들처럼 당도하리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유하와 준서가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주변 시선에 주눅 들지 말고, 천천히라도 자신의 방식대로 끝까지 걸어가면 좋겠어요. 당연히 저도 러닝메이트로서 아이들의 페이스에 맞춰 동행해야겠죠.”
유하와 준서를 향한 믿음과 민주 씨의 스스로를 향한 다짐. 들여다보면 이는 여느 이른둥이 가정을 향한 격려와 배려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 심정으로 민주 씨는 이른둥이 가정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개선점도 짚어준다. 그것은 출산 직후부터 이른둥이의 발달 과정을 모니터링해 주는 프로그램의 확산이다. 월령마다 요구되는 발달 수준을 교육이나 책자 등으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이른둥이는 재활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른둥이 발달 과정 모니터링 프로그램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민주 씨는 속도와 방법은 다르더라도 이른둥이들이 모두 기적처럼 성장하길 희망하고 있다. 유하와 준서 역시 그렇게 살아내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껏 민주 씨는 유하랑 준서랑 함께한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전부를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미안했고, 그저 엄마로 살아가게 돼서 고마웠다. 또한 단 1초도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애틋한 순간들은 민주 씨가 유하와 준서에게 부치는 짧은 편지에도 고스란히 스며있다.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세 단어와 함께.
“유하야. 준서야. 너무 힘들게 너무 어렵게 이 세상으로 왔지, ‘미안해’. 그래도 너희가 엄마 딸과 아들이 되어 줘서 너무 기뻐, ‘고마워’. 너희 존재 자체로 엄마는 언제나 힘이 나, ‘사랑해’.”
글. 노현덕 |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