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Log!n’ 은 디지털 소외계층인 복지관, 특수학교, 교육센터 등을 섭외하여,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역량 및 사회성 향상을 위한 게임 멘토링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공익근무요원 시절에 특수학교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게임을 좋아해서, 특수학교 학생들과 같이 게임을 해보자고 했던 게 활동의 시작이 되었어요. 하다 보니 게임을 같이 하는 과정 자체가 디지털 기기를 좀 더 가깝게 여길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걸 알았거든요. 게임을 한다고 디지털 역량이 한순간에 드라마틱하게 높아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레 어렵다고 생각해서 겁을 낸다거나 하지는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좀 더 친숙해지는거죠. 하다못해 어플리케이션의 개념을 알고 설치하는 방법이라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 Log!n 이윤준
게임이 활동이 되기까지
아이템이 ‘게임’이다보니 단체를 만나거나 학부모님들을 만날 때 기본적으로 우려하시는 부분이 있어요. 게임에 갖는 중독성이나 폭력성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니까요. 게임 선정에 있어서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컨텐츠는 배제하기 때문에 실제 활동을 하면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케이스는 본 적이 없지만, 그런 우려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활동 자체가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게임은 다양하고, 어떤 게임은, 혹은 게임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으로 의미있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과정이라고요.
게임의 긍정성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우리가 가진 생각이나 계획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경험 해 봐야 아는 것이 있잖아요. 저만해도 별 생각 없다가 특수학교에서 근무를 하면서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냥 놀이의 하나로 같이 게임을 하게 되고, 게임이 관계와, 친구들에게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게 느껴져서 이제까지 오게 된 경우거든요.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서울 경기 지역의 진짜 거의 모든 복지기관에 연락을 하면서 설득을 했는데, 정말 어렵고 시작까지가 정말 오래 걸렸어요. 그러다가 관심을 갖는 두어 곳이 생기고, 우선 시작을 했더니 그 다음부터 이야기가 쌓이더라고요.
이야기의 힘을 알고 있다보니 멘토분들께, 활동 이후 멘토링 일지를 꼼꼼하게 작성해주십사 요청드리고 있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단체를 만날 때 멘토링 일지를 자주 참고해요. 멘토들은 이런 걸 느꼈고, 멘티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있었구나를 좀 더 진정성 있고 실제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디지털 소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은,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일상을 사는 일
디지털 소외가 사회적 소외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에 집중하기보다는 ‘소외’ 자체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디지털 소외의 해소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같은 걸 떠올리기 보다는, 그 이전에 일상을 함께 보내는 걸 떠올려주시면 좋겠어요.
저희 활동에서 두드러지는 것도 당연히 디지털 콘텐츠인 ‘게임’이기는 하지만, 게임을 하다가 배○(배달어플)으로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축구이야기를 나누면서 축구장을 예약을 하는 것 모두 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워낙에 우리 사회는 이미 디지털화 되어 있기 때문에요.
제 활동의 시작의 목적이 ‘봉사’ 자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타인을 고려한 어떤 일을 하기까지 엄청난 결심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내가 어떤 걸 즐겁고 좋아하는 지 알고, 조금 더 열린 시선으로 일상을 사는거죠.
타인을 읽는 도구 ‘게임’
Log!n의 활동이 멘토링 방식이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멘토가 멘티에게 행하는 일방적인 교육은 절대 아니라는 거에요.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대상이 어느 한 쪽으로 정해져 있지 않거든요. 어느 때는 멘토가, 어느때는 멘티가 어느 때는 둘 모두 성장하고 위로를 받아요.
활동하면서 주로 만나는 분들은 발달장애인분들인데, 감정 표현의 방식이 다르다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인 지 모를 때가 훨씬 많아요 이 분들이 정말 우리가 하는 활동을 즐거워하고 있을까, 우리와의 만남을 의미있게 생각하실까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가끔씩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아무 표현을 하지 않고 너무나 무표정해서 활동을 싫어하는 줄 알았던 학생이, 마지막 멘토링 때 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 쓰는 걸 본다거나(웃음), 대화하다가 멘토에게 수족냉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날 멘티분이 헤어지기 전에 따뜻해지라고 손을 꼭 잡아준다거나.. 사실 사소한데 불연듯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조금 지난 드라마이긴 하지만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과 동훈의 관계를 보면서 종종 활동을 떠올렸어요. 지안이 동훈의 일상을 ‘도청’하면서 개인의 면면을 알게 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위안을 받잖아요. 저희에게는 ‘게임’이 지안의 ‘이어폰’과 같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누군가에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누군가의 감정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보게 하는 도구. 그 과정에서 자주 위로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도요.
함께 사는 삶의 연습
저희 단체는 대학생이 중심이 되어서 활동이 이루어지다보니 학습과 병행이 되어야 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도 생기고, 직업이 아니다보니 소홀해지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봉사가 강제가 되는 것은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해서 패널티를 주는 방식은 제외하고, 최대한 우리 활동의 의미를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해요. 종종 카페에 편지 형태의 글도 올리고요.
활동의 내용은 룰을 최소화 하고, 멘토와 멘티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요. 주제는 ‘디지털’이고, 정해진 시간은 있지만 그 외에는 자유롭게 즐겁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이요. 그런식의 자율성이 앞서 이야기 했듯, 일상에서 나와 다른 타인과 함께 사는 연습이 되기도 하고, 멘토/멘티 분들께도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이 진로를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기도 하더라고요. 게임개발자의 꿈을 갖고 있었던 분은 활동 이후에, 게임 개발을 구성할 때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저도 본래 봉사나 공익에 대해 무지했고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인데, 이 활동을 시작하고 지속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요. 공익적이고 사회적 영향력을 염두에 두게 된다는 점이 긍정적이고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이후로도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그 때 곁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든 ‘타인을 생각하는 태도’는 계속 제 삶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