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나이에 임신, 출산, 양육을 경험하는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을 ‘청소년부모’라 명명합니다. 청소년부모 역시 부모가 되어본 건 처음이기에 세상의 응원과 지지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 가족과의 단절 등으로 오히려 고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청소년부모지원 ‘킹메이커’는 3년 간 청소년부모들이 안정된 환경 속에서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도록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청소년부모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건 물론 관련 토론회 등에 참여해 변화를 만들어온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2022년은 청소년 한부모에게만 지원되던 양육비가 청소년부모에게 확대지원된 때이기도 합니다. 지난 2022년 12월 2일 개최된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성과공유회’에서 3년간 만들어온 변화는 물론, 우리 사회가 어떤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하는지 들어봤습니다.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이뤄낸 청소년부모 102명의 주거자립
킹메이커의 배보은 대표(이하 배보은 대표)는 “2019~2022년 간 총 131명(49가정)의 청소년부모를 지원했다”며 “인큐베이팅하우스 지원사업을 통해서 전세나 자가 등 더 나은 집으로 주거자립한 친구들도 102명(34가정)에 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소년부모주거 지원사업은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는데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큐베이팅 하우스입니다. 청소년부모들이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집 계약은 물론 청소, 이사, 사용할 가구까지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인큐베이팅 하우스에서 지내던 청소년부모들은 주거자립을 통해 독립된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주거자립을 위해 어느정도 아이를 양육한 이후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주거지를 옮길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후기청소년부모 지원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33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송연화씨도 인큐베이팅 하우스에서 2년을 지내며 돈을 모아 주거자립을 이뤘습니다. 이후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킹메이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죠.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혜원 씨 역시 인큐베이팅 하우스에서 아이를 양육하며 자립해 지금은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을 만나고 나서 전에 살던 집보다 넓은 집으로 가게 됐어요. 아이들이랑 생활하기 좋고 어린이집도 가깝고요.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좋아진 게 보이고 저도 전보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또 학업을 하다보니 제 일상으로 돌아간거 같아서 좋아요.” (김혜원 씨)
19개월 아들을 양육 중안 조준혁, 이가현 부부도 출산 하루전에 긴급하게 인큐베이팅 하우스에 입주해 지금은 주거자립을 이뤘습니다.
“출산 하루 전날 집을 구하게 됐어요. 짐도 없이 몸만 있었는데 빈 공간을 채워주셨어요. 아내와 아기에게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부족하다는 생각에 힘들었는데 집을 구하고 나니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를 위한 건 아닌거 같다고, 너무 좋아서 사기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조준혁, 이가현 부부)
인큐베이팅 하우스를 지원하다보니 단기로 머물 수 있는 119응급하우스의 필요성도 함께 대두되었습니다. 찜질방, 고시원 등에서 머무르거나 노숙하는 청소년부모들의 경우 잠시라도 머물 공간이 필요하지만 인큐베이팅 하우스는 2-3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해 지원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이에 짧게는 1~2주, 최대 3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는 119응급하우스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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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모가 직접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배보은 대표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지난 3년간 청소년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앞날을 생각할 시간을 만들수 있었다”며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응원에 힘입어 청소년부모들은 양육의 주체가 되어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날 성장공유회에서도 청소년부모들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했습니다.
1. 아이를 데리고 이사하는 일은 힘들어요. 2년 이상의 중, 장기 주거 지원이 필요해요.
청소년부모에게 필요한 지원은 크게 다섯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송연화씨는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주거지원을 꼽았습니다. 배보은 대표가 그 이유를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주거 계약이 어렵다보니 비용이 저렴한 단기 월세로 10번씩 이사하는 경우도 봤어요.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이사하는게 힘들잖아요. 보통 주거지들도 2년 계약인 점을 고려해 2년 이상의 중장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보은 대표)
2. 청소년부모의 현실에 맞는 양육비 지원이 필요해요.
청소년 한부모에게만 지원되던 양육비가 청소년부모에게 지원되기 시작한만큼 양육비에 대한 평가가 활발히 오고갔습니다. 양육비 지원이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행 초기인만큼 보완해야 할 점들도 함께 거론되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청소년부모인데도 불구하고 한부모 수당을 받고 있어요. 남편이 군대 가면서 제가 자동으로 한부모가 되었고, 한부모 수당이 나왔죠. 시간이 지나 남편이 상근으로 전환됐다고 하니 상근해도 제대할 때까지는 한부모 수당을 계속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송연화 씨)
3. 물품·돌봄 지원 폭이 넓어졌으면 해요.
양육비 지원만큼 필요한건 아이 양육에 필수적인 물품·돌봄지원입니다. 육아 필수품인 기저귀 바우처 등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분유는 지원 품목에 없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기저귀 바우처를 받아서 도움이 됐는데 분유 바우처는 엄마가 없어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아기가 특수분유를 먹어야 해서 가격이 너무 비싼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송연화 씨)
돌봄 지원 역시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만큼 꼭 필요하지만 정부 돌봄 지원을 받기는 까다롭다고 합니다. 김혜원 씨는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돌봄 선생님을 따로 구했다”며 “정부 돌봄의 경우 신청하고 대기하는 기간이 걸리는데다 돌봄 시간이 짧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돌봄공백이 있을 때 손을 내민건 킹메이커 멘토들이었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청소년 한부모는 물론 양육을 처음해보는 청소년부모들도 돌봄지원이 필요해요. 긴급돌봄이나 위기때 함께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정부돌봄은 신청자체도 어려운 상황이죠. 킹메이커 멘토들이 옆에서 돌봄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일전에 (김혜원 씨의) 첫째 아이 이마가 찢어진 적이 있어요. 둘째 아이는 옆에서 울고 있었고요. 멘토들이 방문해서 첫째는 응급실에 데려가고 둘째는 등원시키고 또 놀란 엄마(김혜원 씨)는 멘토들이 진정시키기도 했습니다.”
4.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해요.
청소년부모들은 취업, 양육 시기가 겹치는만큼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준혁 씨는 돈을 벌어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막상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습니다.
‘편식하지말기’,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자존감 높은 아이로 커 주기’, ‘건강하게 크고 상처받지 말기’, ‘남 괴롭히지 않기’ 청소년부모들이 아이에게 바라는건 여느 부모와 다름 없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니까요. 물론 사회적으로 필요한 지원도 많고, 다가오는 내일이 버겁기도 할테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있어 함께 내일을, 미래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배보은 대표는 “청소년부모는 이미 생각이 깊고 어른이 된 청소년부모들”이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며 아이의 인생을 성장시키는 아름답고 빛나는 엄마, 아빠들에게 응원을 당부했습니다.
“청소년부모들을 제가 다 만날 수는 없겠지만 2023년에도 많은 가정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누벼보겠습니다. 청소년부모들도 힘내고 날마다 행복하고 많이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배보은 대표와 함께 아름다운재단도 더 많은 청소년부모들의 행복을 위해 뛰겠습니다.
글 박주희 매니저ㅣ사진 김민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