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부자님의 편지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한가위 안부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목은 <거두고 나누는 기쁨 속에,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였고
내용도 <…풍성한 한가위 되시기를 소망합니다.>로 되어 있었지요.

워낙 그렇게 쓰는 이가 많긴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래서 발신인(give@beautifulfund.org )에게 편지를 썼지요. 아래는 그 편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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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한가위 되시기를…>은 틀린 표현입니다.
유독 올해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민주노동당에서, 그리고 아름다운재단까지 실수를 하네요.

<철수가 중학생이 되었다.>에서 처럼 ‘되다’ 앞에 오는 말은 모두 보어로 주어를 보충하는 말입니다.
<한가위 되세요>는 <당신이 한가위가 되라>는 말과 같습니다.
요즘 하도 이렇게 쓰이다 보니 멀쩡한 사람이 ‘쇼핑’도 되고, ‘주말’도 되고, ‘여행’도 되고, ‘명절’도 됩니다.
되다를 넣어도 되는 말은 <부자 되세요>쯤이 되겠지요.

제대로 쓰려면
<한가위 즐겁게 보내십시오.>나 <한가위 즐겁게 쇠시기 바랍니다.>로 써야 합니다.
설날 인사는 좀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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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민족문제연구소에도 보냈는데 거기서는 이내 고치겠다는 약속을 한 답장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은 꿩 구어먹은 소식이네요.
바빠서 그렇겠지요?
그러나 재단을 바라보는 한 회원의 선의가 무시당했다는 느낌은 그리 편안하지는 않네요.
아름다운 뜰을 어지럽히는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좀 구차한 느낌도 들고요!

메일 주신 기부자님, 많이 섬세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공적인 공간인 아름다운재단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글을 쓸 때 맞춤법에 엄청 자신없고,
기부자들의 <작은 의견, 제언들… 가끔은 바쁘다는 핑계로 성의없이 피드백드리지 않았나..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기부자님의 보내주신 메일에 충분히 공감하며, 이 내용은 아름다운재단 일꾼들에게도 공유하였답니다.
작은 것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아름다운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p.s.  한가위 인사를 썼던 담당 간사가 위의 기부자님께 답변 드린고, 문자메세지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기부자님의 답문메세지.
       ‘감사. 폰으로 온 답변완료메시지에도 <좋은날 되세요>네요!’
       오! 이런 요 기부자님…. 사.. 사랑합니다 *-_-*

정말 습관이 무서운 듯. 가벼운 거 아니고 정말 신경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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