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5월입니다. 기념일이 참 많습니다. 곧 스승의 날도 다가오네요.

몇 년 전 교회 주일 교사가 된 뒤로는 스승의 날이 되면 아이들에게 꽃과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받고 나면 정말로 부끄러워집니다.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감수성 때문에 지적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기가 꺼려집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싫은 소리도 지혜롭게 잘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언제쯤이면 쓴 소리도 잘하는 교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지적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애정과 배려가 느껴지면 더욱 감동이구요.

지난 추석에 있었던 일입니다. 기부자님들께 이메일로 한가위 인사를 드렸었지요.
그런데 인사 문구가 문법상 틀렸던 것입니다.
메일을 받아보신 어느 기부자님께서 이렇게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시기를…>은 틀린 표현입니다.
유독 올해는 000연구소에서, 000에서, 그리고 아름다운재단까지 실수를 하네요.
<철수가 중학생이 되었다.>에서 처럼 ‘되다’ 앞에 오는 말은 모두 보어로 주어를 보충하는 말입니다.
<한가위 되세요>는 <당신이 한가위가 되라>는 말과 같습니다.

요즘 하도 이렇게 쓰이다 보니 멀쩡한 사람이 ‘쇼핑’도 되고, ‘주말’도 되고, ‘여행’도 되고, ‘명절’도 됩니다.
되다를 넣어도 되는 말은 <부자 되세요>쯤이 되겠지요.

제대로 쓰려면 <한가위 즐겁게 보내십시오.>나 <한가위 즐겁게 쇠시기 바랍니다.>로 써야 합니다.
설날 인사는 좀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식적인 글은 특별히 문법에 신경을 써야겠지요. 글을 쓴 간사는 부끄러웠지만 습관적인 글쓰기를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저 역시 좋은 계기가 되었고요. 지적해 주신 기부자님께는 실수에 대한 반성과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몇 년 전 3장이 넘는 장문의 글을 보내주신 기부자님의 쓴 소리는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 내용 중 일부입니다.

근본에 충실해 주세요. 예전 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것이 분명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백화점식 활동]을 하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동은 많은데, 그런 제반 활동소식을 접할 때 제 마음은,
그래서 이 많은 활동의 마침표는 어떻게 찍을 건가?입니다. …………

여러 가지 험한 말을 혹은 섭섭한 말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재단, 잘 하고 계신데요. 좀 더 잘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우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너무 섭섭해 하시거나 기죽지는 마시고, 지금 보다 조금만 더 파이팅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기부자님의 편지를 읽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단의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해주실 수 없는 건의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편지는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의주시하시는 기부자님의 눈을 생각하면 안일하게 일할 수가 없습니다.

바른 길 가르쳐주고 인도해주는 스승 같은 기부자님들이 계서서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쓰고, 맵고, 아픈 그러나 진심 어린 충고는 더욱 발전된 아름다운재단이 되는 데 필요한 필수 자양분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진심을 담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기부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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