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국립공원 낚시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넓고 푸른 바다, 그 속에는 해양쓰레기가 그리고 낚시 쓰레기가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낚시도구에 걸린 해양생물을요. 해양쓰레기 문제, 이제는 낯선 일이 아니죠. 넓고 푸른 바닷속에는 아름다운 산호군락이, 무리를 이룬 물고기들이나 홀로 유유히 물을 가로지르는 물고기들만 있을 것 같지만, 저기 바닥과 바위 그리고 산호에는 인간이 버린 다양한 쓰레기도 가득합니다. 언제부터 바다를 해양생물과 쓰레기가 공유하게 된 걸까요? 한국의 최상위 보호지역인 국립공원의 바다도 다를 게 없습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몇 년 간 해양국립공원 내 서식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을 조사하고, 수중오염을 모니터링하며 정화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급 취미에서, ‘국민’ 취미가 되어버린 낚시. 그런데 포획할 수 있는 종의 체장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1990년대에는 장비를 구입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해 고급 취미로 인식되던 낚시가, 금융위기 시절 실직한 사람들이 하는 한가로운 행위를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과 주 5일제 도입, 그리고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며 국민 취미가 되었습니다. 낚싯대만 있으면 낚시금지구역이나 사유지가 아닌 곳에서 낚시를 할 수 있죠. 아마 강이나 하천, 그리고 갯바위,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을 보신 적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낚시로 모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한국에서의 낚시는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관리되는데, 이 법에서는 금어기(산란기 등 물고기를 일시적으로 잡는 것을 금지하는 시기)와 어종별 체장(성체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몸 길이를 말함), 그리고 금지하는 낚시도구 등을 정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금어기, 포획하여 가져갈 수 있는 어종별 체장, 낚시도구 제한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모르실 거예요. (자세한 내용은 낚시누리(www.naksinuri.kr/promotion/policy/list.do) 또는 국시모의 정책보고서에서 내용을 확인하세요!)
다른 국가에서는 국립공원에서 낚시도 하고 사냥도 한다던데! 왜 또 낚시인들에게 제한을 주려는 거죠?
네, 맞습니다.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국립공원에서 낚시와 사냥을 허용합니다. 단,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을 뿐이죠. 한국과 다르게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국가 등에서는 ‘낚시 허가(Fishing Permit)’나 ‘낚시 면허(Fishing License)’를 구매하여 유효한 기간에만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특정 종에 대해서는 낚시로 포획·채취한 개체 수를 매년 보고하기도 한답니다.
국립공원에서는 낚시인이 사전에 낚시 규정을 숙지하고, 관련 법령(국립공원법 등)을 숙지하도록 기관에서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합니다. 미국 국립공원에서는 캐치 앤 릴리스(Catch and Release) 방식의 낚시 방법을 권장하고 있고, 낚시대와 미끼의 종류, 낚시도구, 채집할 수 있는 종 및 개체 수(주로 1~3마리 이내)를 제한하며 구역 내에서는 이름표(Tag)를 아가미 등에 부착하여 초과 채취하지 않도록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립공원에서 납 성분이 포함된 낚시도구는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들여다보면 제한적으로 낚시가 이루어지며, 낚시인들은 낚는 행위보다 토종어류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등 국립공원 보전 활동에 앞장서기도 합니다.
한국의 국립공원의 낚시오염 실태, 이것이 현실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으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과 자원활동들이 함께 현장을 조사했습니다. 갯바위와 해중에 침적된 쓰레기들은 측정하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정부 역시 바다 속에 가라앉은 오염량을 정확하게 추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 연구 당시 9,600t으로 추정된 결과만 남아 있습니다. 현재 낚시 인구는 그때의 수십 배에 달하기 때문에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 지구 안에는 백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국립공원 특별보호지역이자 명승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에 따라 출입이 전면 금지되어 깨끗해야만 하는 섬입니다. 그러나 백도에서는 매년 수십 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되고 있습니다. 갯바위와 수중에서 다수의 낚시 쓰레기가 발견되고 있고요. 특별보호지역도 이러한데 일반 지역에선 어떨까요.
낚시가 이뤄지는 앞 바다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낚시대, 낚시줄, 찌, 납 봉돌, 낚시 의자부터 먹다 버린 음식쓰레기, 물티슈, 맥주캔, 음료수캔, 각종 비닐까지 수많은 쓰레기들이 침적되어 있었습니다. 낚시 쓰레기들은 수십 년 동안 방치된 상태였고, 플라스틱류 쓰레기들은 조류에 따라 수없이 이동해가고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여러 쓰레기들이 멸종위기야생생물 연산호들에게 계속된 위협을 가하고 있었으며, 실제 훼손된 현장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양국립공원을 이동하거나 서식하는 고래들과 거북이가 마주할까 겁이 날 정도입니다.
국립공원 내 낚시 문제는 오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혹시 지난 6월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의 보도를 보셨나요? 거문도 주민과의 인터뷰에서 어민보다 낚시인들이 훨씬 더 많은 양의 물고기를 채집하고 있고, 과도한 떡밥 사용, 갯바위에 구멍을 뚫고 납을 녹여 낚싯대를 고정하는 행위, 봉돌을 바다에 유실하는 행위 등으로 마을 어장의 오염, 바다의 오염이 심각해졌다고 말합니다. 현재 거문도는 ‘갯바위 생태휴식제’가 도입되어 낚시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구역과 일부 허용하는 구역을 두어 낚시오염으로부터 어족자원과 어민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국립공원은 무엇인가요?
낚시는 물고기를 잡고, 버리고, 쓰레기를 방치하고 투기하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개인이 얻는 재미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히 생물다양성이 높은 해양국립공원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낚시를 금지하자! 가 아닙니다. 국립공원 생태계에 미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레져활동이 가능하도록 대안을 찾자는 것입니다. 국가 보호지역인 국립공원에서부터 서로 WIN – WIN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국립공원은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공간입니다. 낚시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우선되어야 할 가치입니다. 낚시인들과 지역주민, 정부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모여 차분히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한걸음 물러설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이 글을 보신 여러분은 잊지 말아 주세요. 국립공원만큼아 더 이상 오염되지 않도록, 국립공원 그 자체로 있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감시의 시선을 보내주세요.
글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