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 전북지부 청소년자치연구소]가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청소년 에세이집을 제작했습니다. 이 글은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내면에 존재하지만 정의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다. 특정 주제에 관한 글을 쓰면 그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청소년에게 하나의 소통창구가 될 수 있다. 일상적 글쓰기를 통해 청소년 개인의 삶을 소재로 글을 작성해보는 것은 청소년 본인의 삶을 돌아보고, 주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된다. 또한 축적된 글들은 개인의 역사, 즉 기록물이 되어 본인의 성장과정을 인지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수 있는 내적동기가 될 수 있다.

청소년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사회는 ‘청소년 사회참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으며, 청소년에 대한 이미지 또한 단편적이다. 우리사회 속 청소년은 입시와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로, ‘미성숙한 존재’, ‘유예된 시민’에 국한되어 있다.

청소년 자치연구소 달그락달그락에서는 2017년부터 2019년, 2021년 청소년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에세이집을 출판한 경험이 있다. 출판활동을 진행하는 눈맞춤작가단은 글로 사회와 눈을 맞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을 한다. 지난 몇 년 간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어나기 5분 전>, 청소년의 다양함을 담은 에세이집 <안녕하세요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사회라는 비어있는 책장에 청소년의 책을 꽂기 위한 이야기를 엮은 <책장에> 등 꾸준히 책을 만들어 왔다.

출판을 향한 여정

올해에도 눈맞춤작가단의 청소년에세이집 출판활동이 진행되었다. 그들은 지난 오월부터 매주 정기모임을 가지며 삶에 대한 여러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을 발견하고자 했다. 학교, 장래희망, 자주 가던 샌드위치 가게, 반려동물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튀어나왔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니 특별하지 않아 보였던 일상들이, 깊게 살펴보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자 서사임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글감들을 펼쳐놓고 하나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발전시켜 나갔다. 또한 ‘기쁘다’, ‘슬프다’는 함축적인 감정표현 보다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감정표현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함께 어떤 맥락에서, 어떤 형태의 움직임이 일었는지 분석하고 파고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또한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의 멘토링과, 청소년들의 상호 글쓰기 피드백 활동을 통해 함께 글을 다듬으며 깊이와 개연성을 더했다.

글쓰기 역량강화 및 동기부여를 위하여 다양한 자리를 만들었다. 먼저 [작가와의 만남]으로 실제로 글을 만지는 직업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첫 번째 만남은 배지영 작가는 군산지역에 활동하며 군산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였다. 그녀는 ‘쓰는 사람이 가져야할 마음’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할 때 지향해야할 것과 지양해야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두 번째는 서브컬쳐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움을 추구하는 출판사 프로파간다의 김광철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자신만의 색과 특성을 갖춰야 함을 강조하며 ‘작가라면 아이디어를 찾는 세심한 눈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과 더불어 지역 독립서점과 함께 창작 글쓰기, 야간독서 프로그램인 [책방전세]를 진행하여 참여 청소년들이 글쓰기 및 독서 활동에 대해 순수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은

이러한 과정으로 출판하게 된 눈맞춤작가단의 신간 [우리들의바람]은 청소년에게 일어나는 변화들을 담아낸 책이다. ‘어제와 나와 오늘의 내가 달라서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을 ‘바람’이라고 정의하고 이에 대한 청소년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해석이 들어가 있다.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김채원 청소년, 변화에 대해 두렵다고 느끼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며 또 새로운 곳을 바라보는 전다빈 청소년, 꿈과 집 그리고 청소년활동을 하며 일어났던 마음의 이야기를 담은 배서영 청소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최민서 청소년, 친구와 핸드폰 등 유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이채은 청소년의 이렇게 총 다섯 명의 청소년의 ‘바람’이 담겨있다.

10월 15일에는 [우리들의 바람]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눈맞춤작가단의 친구, 부모님, 지역주민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출판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다. 행사는 눈맞춤작가단 및 신간 소개, 출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얘기하는 비하인드 OX 토크쇼, 독자들의 ‘바람’을 들어보는 ‘우리들의 바람나누기’, 미니사인회 순으로 진행되었다. 프로젝트 기획자는 이 자리를 제대로 갖춰진 출판기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현수막, 다과, 자리배치 등의 물리적인 부분과 지역주민 초대, 사인회 진행을 통하여 청소년들이 작가로서의 적당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동시에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지지와 응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출판기념회는 청소년들을 작가로 세워주는 자리가 되었다.

참여 청소년들은 모든 순간이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삶을 나누고, 글을 공유하는 것은 과업을 이뤄내고 성취해나가는 과정이다. 자기개방이 낯설었던 청소년에게는 글을 책에 담은 것 자체만으로 첫 걸음을 내딛은 계기가 되었다. 프로젝트 참여자 배서영 청소년은 ‘출판과 출판기념회를 통해 남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것 같아요’라며 자기개방에 대한 용기가 생겼음을 알려주었다. 또한 최민서 청소년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머리가 아팠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고 있었는지 계속해서 생각해야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고 말했다. 이렇게 ‘눈맞춤프로젝트:아이컨택트유’는 프로젝트 이름처럼 청소년 자신 그리고 사회와 눈을 맞출 수 있는 활동으로 채워졌다.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될 것이다. 프로젝트를 함께한 청소년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만나며 글을 쓸 것이고, 이렇게 만든 결과물들은 사회에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글을 통해 누군가가 청소년들의 글을 읽고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글 : 청소년자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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