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구성권연구소]가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가족질서 밖 소수자의 장례와 애도를 위한 사례보고서를 제작했습니다. 이 글은 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2019년에 창립하여 활동하고 있고, 2006년부터 시작된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을 전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제도의 변화를 촉진하고, 다양한 가족의 차별해소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이나 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족구성권이 확보되는 사회를 위해서 활동합니다.

우리는 가족구성권이 보장되지 않는 가장 큰 걸림돌 중에 하나가 가족의 범위를 혼인과 혈연 등으로 규정하는 법제도로부터 출발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법 779조와 건강가정기본법 상의 가족의 정의가 그러합니다. 법에서 가족을 그렇게 규정하고,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삶 전반에 필요한 대부분의 사회적인 인정과 지원을 가족관계에 근거해서 하다보니, 그러한 가족제도와 맞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차별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 무연고사, 무연고장례 이슈가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빈곤한 사람들,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으로 전달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연고장례의 상당부분의 경우 임종을 지키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실혼 배우자, 수년간을 함께 돌보며 동거했던 친구, 사랑하는 사람으로 관계맺어왔던 동성파트너, 함께 살고 있지 않았지만 가까이에서 돌보며 ‘가족’보다 가깝게 일상을 나누었던 친구들이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법’에 가로막혔습니다. 고인을 정성껏 보내고, 애도하고, 끝까지 존엄을 함께 지키려는 노력이 좌절되었지요. 

가족구성권연구소 또한 가까운 거리에서 혼인, 혈연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때 장례에서 배제되거나 고통받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눔과 나눔>이라는 단체와 만나면서 공영장례를 제도화 하고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배웠습니다. 이에 직접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이 이야기를 사회에 출현시키고, 법밖의 가족들이 죽음의 과정에서 겪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자 합니다.

[사진] 사례보고서 목차 이미지

법밖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장례와 애도과정에서 배제와 차별을 겪는 이들이 무척 다양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간 덜 가시화되었던 퀴어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듣고자 했습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자신을 퀴어(성소수자,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로 정체화하고 자신에게 중요한 파트너, 친구, 동료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 11명을 인터뷰하였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만났고, HIV감염인이 특별히 배제된 경험을 주목했으며, 간병 과정에서 겪었던 파트너와 친구들의 돌봄 과정에 대한 경험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과정은 이성애규범적인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장사법의 문제뿐만 아니라, 살아서 함께 만들어 낸 유대가 애도의 과정과 장례과정에서 어떻게 교차되는지를 듣고 해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몇가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방도 빼달라고 하고, 본인들이 이제 집을 못보시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며칠 뒤에서 연락와서 핸드폰, 노트북을 돌려달라고 요구를 해서, 그날 지방에 있었는데 새벽에 운전해서 올라와가지고 친구들이랑 다른 친구들이 도와줘서 급하게 훔쳤어요. (사례 A, 친구)

“(에이즈환자 쉼터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우리가 지인에게 연락을 하려고 해도 누구에게 무엇까지 알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인이 거의 참석하기가 어려웠죠. 어떻게 보면 남들 밖에 없는 장례식인거에요.”(사례 G, 에이즈 환자 쉼터동료)

“우리가 이 친구의 본명도 몰랐고 그래서 누가 죽었다고 그랬을 때 이름도 몰라서 어떻게 찾아야 되는지도 되게 헤맸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정말 얘 이름을 몰랐으면 진짜 장례식장도 몰랐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그러니까 우리는 이 친구의 다른 삶을 모르고, 당연히 여기에 가족들도 이 친구가 어떤 친구들을 만났는지를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장례식장이 하나의 되게 이상한 만남의 장이 된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굳이 우리가 이 친구가 이렇게 살았다는 걸 부모한테 죽어서도 숨겨야 되나라는 생각이 나중에 좀 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그냥 가리지 않고 회원들 같은 경우에는 화환을 보내거나 이런 것들을 망설이지 않는 것 같아요.” (사례 I, 성소수자단체 활동가)

“제일 힘든 건 내 슬픔을 가까운 가족 지인 친구들에게 받지 못했던 상황들인 거죠. 그렇죠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그러니까 너무 슬픈 일인 거죠. 배우자를 잃은 거에 대한 슬픔도 슬픔이지만 그런 슬픔을 위로받지 못하는 것도 너무 슬픈 거죠. 내가 그렇게 슬퍼하면 친구가 그런 건데 왜 이렇게 슬퍼해?라고. 사실 그 지점은 지금도 남아 있는거죠.”(사례 F, 파트너)

그거 뭐라고 하죠. 수의 치마 수의 안 입고 싶다. 화장 안 하고 싶다. 얼굴에 그런 것들 그리고 장례식장 음식 또 채식하는 친구들이 먹을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것들을 얘기했던 게 있어서 그런 것들을 전달을 했고 드렸고 처음에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사실 모르셔서… (사례 A, 친구)

인터뷰를 통해서 유품을 누가 정리할 권한이 있는지, 장례식에 누구를 초대해야 하는지, 나의 슬픔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 나답게 마지막 모습을 갖추고 떠날 수 있는 권리는 있는지 수많은 질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곧 발간될 보고서를 참고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가족구성권연구소는 다음과 같은 정책과제와 대안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한발 한발 나아가려고 합니다.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장사법 등 개정
  • 고인의 결정권을 존중하여 장례를 주관할 수 있는 연고자의 범위 확장, 사후자기결정권 보장
  1. 장례와 애도의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공공화
  • 연고자가 장례비용이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지 않도록
  • 단지 장례비용을 이유로 존엄한 죽음이 박탈되지 않도록
  1. 유대와 돌봄의 관계를 인정하는 법제도의 개정
  • 민법 제779조의 삭제
  • 생활동반자등록법(가칭) 제정
  • 동성혼 법제화
  1. 가부장적 장례문화 관련 법제의 개선 : 가정의례준칙 폐지
  2. 소수자의 삶을 이해하는 죽음과 애도과정의 조력 제도화

글 : 가족구성권연구소

댓글 2

  1. 경국

    이보고서 전체 내용을 보고싶은데 이메일로 받을수있을까요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