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호종료청년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가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2022년에도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와 협력사업으로 40명의 장학생을 지원하였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단기어학연수 대신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제주한달살이’ 프로그램을 지원했습니다. 참여하였던 장학생들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
제주도 푸른밤, 푸른별, 푸른우리 ‘제주 한달살이’ 참가자 인터뷰
지난 여름에 제주에서 한달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네 명의 장학생 김규림, 김빛나, 박정근, 조인혜 씨(이상 가명)를 만났다. 한 달을 함께 살면 이렇게 가까워지는 걸까. 그들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제주를 다시 기억했고, 그 공통의 기억 앞에서 웃음과 아련함을 섞어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Q. 먼저 제주 한달살이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빛나 : 저는 지금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거든요. 계속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실습하고 취업 준비하면서 지냈어요. 내년에 취직하기 전에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그동안 제주도를 짧게는 다니긴 했는데, 이렇게 한 달 동안 모르는 친구들이랑 다녀온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규림 : 저는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1학기를 보내고 나니 다 포기하고 싶고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거예요. 점점 다 포기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제주도 갔다 오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열정을 되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했습니다.
정근 : 저는 이전에 제주도를 여행했을 때 국내의 다른 어떤 여행지보다 힐링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언젠가 제주도에 제대로 놀러 오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서 지원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비우는 게 쉽지 않은데 지금 아니면 시간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인혜 : 저는 지금 3학년인데 제가 코로나 학번이에요. 그래서 지난 1~2년 동안 진짜 방에만 있었거든요. 여행도 거의 못 가고 학교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정신 차리는 계기도 마련하고 한번 장기적으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학년이 되기 전에 갔다 와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자는 뜻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Q. 제가 보니까 주로 걷는 일이 중요한 핵심 일정이더라고요. 올레길 걸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 혹은 발견한 것들이 있다면 한 번 나눠주세요.
규림 : 저는 오히려 생각을 안 하려고 걸었어요. 제가 잔걱정이 너무 많아서 한 번 생각하면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고 걱정이 깊어져서 완전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걸을 때 아무 생각하지 말자는 마인드로 걸었어요.
정근 : 저는 올레길 걸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덥다는 거였어요. (웃음) 그러면서 걷는 것 자체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걸을 때 제가 스피커를 들고 다녔거든요. 분위기에 맞게 무슨 노래를 틀지? 고민하기도 하면서 그냥 재미있게 걸었어요. 주변 풍경 보고, 자연 감상하면서 걷는 순간 자체를 최대한 즐겼어요.
인혜 : 저도 제주도 풍경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걸었고요.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바다 위의 바위를 직접 밟기도 하면서 자연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여름이기도 하고, 오르막길이 힘들기도 하고, 사람도 챙겨야 하고….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같이 이겨내는 과정이었어요.
정근 : 맞아요. 사람 챙기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올레길을 걷다 보면 체력이 좋은 친구들이 있고 컨디션에 따라 몸이 안 좋은 친구들도 있는데, 다 같이 움직이는 일정이다 보니 누구는 앞서고 누구는 뒤따라가면 힘들 수도 있잖아요. 잘 걷는 사람 한두 명은 뒤에 가서 못 걷는 친구들이랑 같이 걸어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빛나 : 저는 솔직히 말하면,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모두 웃음) 솔직히 제주도 올 때, 그런 데 걸으려고 오는 게 아니라, 바다 보고 맛있는 음식 먹고 유명한 카페 찾아다니고 그러려고 오잖아요. 그래도 이번에 걸으면서 제주도 곳곳을 많이 갔더니 숨은 명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카페 가는 것보다 자연 즐기는 게 더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무척 좋았어요.
규림 : 저는 비 오는 거 싫어하는데, 한번은 걸을 때 우비 입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었어요. 그때 우비 입지 않고, 비 맞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탁 트인 풍경 속에서 비 맞으니까 걷기가 쉬웠던 면도 있고, 재미있었어요.
정근 : 날씨가 워낙 더우니까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빌기도 했어요. 어차피 땀에 젖으니까 비에 젖는 게 더 낫고,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비 오는 숲길 걸을 때 풀 내음 나는 게 정말 좋았어요. 비 오는 게 더 운치 있는 것 같아요. 뜨거운 볕 아래에서 오르막길을 걷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오로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름과 푸른 초장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 말들과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고단함이 한 번에 날아가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기도 했어요.
Q. 또 ‘세상 돌아보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요조 씨가 운영하는 ‘책방 무사’에 간다든가, 제주 역사를 품은 장소에 간다든가, 해녀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하기도 했던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소와 사람을 하나씩 이야기해 주세요.
인혜 : 제주도 바다에서 돌고래를 본 게 신선했어요. 돌고래쇼나 이런 데가 아니라 자연에서 봐야 제일 좋은 거라는 걸 느꼈어요.
빛나 : 저는 ‘핫핑크 돌핀스’라는 비영리 단체가 흥미로웠어요. 돌고래에 대해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고, 돌고래 출몰 지역 주변이 가파른데 매일 쓰레기도 주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열정을 보고 나도 저들처럼 어떤 열정을 가지고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멋있는 분들이었어요.
규림 : 제주 4.3사건 유적지 갔을 때, 유적지 해설하시던 분이 유족분이셨던 것에 놀랐고, 해녀 체험 때는 해녀분들이 저희 잡으라고 밑에 몰래 숨겨놓고 잡으라고 알려주신 게 재미있었어요. 책방 무사 갔을 때는, 거기서 틀어주신 인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앨범까지 샀어요. 그 후로, 계속 인디 음악 듣고 있습니다.
정근 : 저는 제주 4.3 유적지가 인상적이었어요. 4.3에 대해서 그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직접 해설도 듣고 유적지도 보면서 제가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박물관에 들렀을 때, 박물관 팸플릿도 다 들고 왔어요. 나중에 한 번 다시 보려고요. 감추고 싶은 진실이라고 해도, 우리가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Q. 자유여행 시간에는 각자 어디 가셨는지 궁금해요.
빛나 : 저는 슬프게도 자유여행 주간에 졸업과 관련한 학교 시험이 있어서 자유여행을 못 했어요.
규림 : 말 타러 갔던 게 기억나요. 기대 많이 하고 갔는데, 타고 나서는 다시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운데 말들이 너무 고생해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갤러리도 가고, 좀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
정근 : 저는 차를 빌렸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차 타고 병원부터 갔어요. 온몸이 아파서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차에서 약 먹고 한숨 자고 그랬어요. 그래도 차가 있어서 드라이브하면서 좀 돌아다녔는데, 쇠소깍에서 카약 타고, 가고 싶었던 카페는 갈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장소에 가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인혜 : 근처에 레일바이크가 있어서 타러 갔는데 거기가 좀 노후화된 곳이라 에어컨도 없고 해서 고생을 좀 했어요. 바다에서 본 돌고래한테는 좀 미안한데, 유명한 아쿠아리움에 가서 워터쇼를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모두 웃음)
Q. 공동체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지, 그리고 그 어려움이 생겼을 때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에 대해 발견한 것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빛나 : 복작복작 같이 지내다 보니 사람 냄새나서 좋았는데, 제 개인 공간이 없었던 건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계속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좋았어요. 사람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어요.
규림 : 저는 한 멤버와 첫인상 때문에 좀 오해가 있었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오해를 풀고 서로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정근 : 저는 시간이 나면 다 같이 한 군데라도 더 가길 원했는데, 누군가는 남는 시간에 쉬고 싶어 하더라고요. 다들 성향이 다르니까요. 처음에는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다 같이 움직이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각자의 가치관이나 스타일을 존중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다른 사람 의견을 모두 모으려고 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저 또한 제 의견을 내고 그 뜻에 맞는 사람과 움직이면 된다는 것을 배웠어요.
인혜 : 저는 그냥 계획된 대로 잘 따라다니면서 지냈어요.
규림 : 저희는 서로 공통분모가 있잖아요. 힘든 일도 있었고. 그래서 더 친해지고 싶고, 대화하고 싶어서 방에도 일부러 더 찾아가고 그랬어요. 저는 여태 인간관계에 그렇게 노력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상처받기 싫어서 관심 없는 척 포장을 해왔었는데, 이번에 제주도에서는 매일 친구들 찾아갔거든요. 저도 저녁에 피곤하고 쉬고 싶기도 했는데, 왠지 여기서는 씻고 나서 빨리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싶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데 왜 여태 관심 없는 척했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요. 제가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이때까지는 좀 피해왔던 것 같아요.
Q. 제주 한달살이를 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 기억에 남는 단 한 명의 인물이 있을까요? 그리고 경험한 곳 중에 단 하나의 장소를 꼽을 수 있을까요?
규림 : 저는 인솔자 선생님 중에 휴고(닉네임)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기보다, 길을 걸으면 걷는 대로 가고, 가다가 괜찮은 데 있으면 들르고, 맛있는 데 있으면 들어가서 먹고 하셨어요. 그 방식이 신기하더라고요. 계속 같이 지내면서 보니까 그렇게 하는 게 좋은 것이라는 걸 그분 보면서 깨달았어요. 저는 프로그램 일정이 꽉 짜여 있는 상황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분은 더 좋은 데가 있으면 유연하게 바꾸시더라고요. 그런 유연함이 좋을 때도 있다는 걸 배워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같이 수영하고 스노클링하고 놀았던 ‘도리빨’이란 장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거기서 사건이 많았거든요.
정근 : 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휴고 선생님이에요.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도 친구처럼 대해주시고 최대한 저희한테 맞춰서 인솔해주셨거든요. 나중에는 집에도 초대해주셔서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선생님 때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배울 게 많았어요. 그리고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 본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하늘 보는 걸 좋아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노을 보러 갔었던 것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고요.
인혜 : 저도 노을 봤던 거랑 계곡 가서 물놀이 했던 게 좋았어요. 그리고 저도 휴고 선생님이 제 성격을 좋게 봐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다른 멤버분들도 좋게 봐주셨지만요.
정근 : 인혜가 완전 씬 스틸러였어요. 멤버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아닐까 해요. 인혜 없었으면 이번 한달살이 재미없을 뻔했어요.
빛나 : 저는 함께 했던 선생님들 두루두루 기억에 남아요. (웃음)
Q. 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주 한달살이 후에 찾아온 변화가 있을까요?
정근 : 갔다 와서 충분히 많이 쉬고 놀았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고요. 다음에 제주도를 또 온다면 관광지보다는 숨은 장소를 찾게 될 것 같아요.
인혜 : 프로그램 중에 특강을 들으면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적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여동생이랑 가족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좀 났었어요. 그때 가족들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고, 가족들에게 더 신경 쓰고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갔다 와서 가족들이랑 밥도 먹고, 추석 때는 동생들이랑 다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빛나 : 제가 이전에는 살면서 포기가 진짜 빨랐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올레길을 100km 걷고 나서, 어려운 상황 앞에서 “그래, 내가 올레길 100km도 걸었는데 이거 하나 못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붙잡고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규림 : 이번에 다녀와서 걷는 것이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이전에는 물을 많이 무서워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물놀이 시간에 주변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어요. 그리고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동아리 활동도 하게 되고, 관계에 적극적으로 된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Q. 제주 한달살이를 고민하는 장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인혜 : 일단 지르고 봐라.
정근 : 한 달을 비우는 게 쉽지 않지만, 나중에는 시간 내기가 더 힘들 것 같아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시간을 비우고 기회가 있을 때 잡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규림 : 자신 없으면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냥 놀거나 쉬는 게 아니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녁까지 온종일 프로그램과 활동이 있거든요. 체력이 부족하면 한달살이를 누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 것을 감수하고 바뀔 준비가 됐으면 그때 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빛나 : 한달살이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고민하지 말고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Q. 그리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정근 : 저는 여기 오기 전에 이런저런 개인 계획을 많이 세우고 왔는데, 다음에 참여하는 분들은 개인 계획보다는 제주도에서만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 걸 미리 계획해서 시간이 주어졌을 때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규림 : 한 달 동안 제주를 정말 잘 누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한 달도 짧은 것 같아요. (웃음) 한 달이 다 될 때쯤에서야 비로소 친해져서,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속 이야기를 더 많이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정근 : ‘서로 돌봄’ 시간에 그래도 속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시간도 충분히 길지 않아서, 서로 알다가 만 느낌이 든 점은 아쉽습니다.
Q. 한달살이를 하고 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용찬 선생님 : 저는 실제로 장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소수의 인원만 만나는데, 한달살이하면서 장학생 친구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친해져서 더 특별해진 것 같아요.
정근 : 선생님들이랑 친해진 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랑 큰 행사 외에 서로 볼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그래도 이 한 달 동안 선생님들이랑 친해지고 소통도 더 편하게 하게 되고 친구처럼 연락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한 형제가 된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못난 모습을 보여도 되는 관계가 됐어요.
규림 : 인혜는 밝고 귀여운 겉모습 너머에 언니 같은 성숙함도 느껴지고 멋있는 동생이에요. 정근 오빠는 자상하게 저희를 잘 챙겨주고, 우리 생각 정말 많이 해주는 착한 오빠였고요.
인혜 :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는데도, 선생님들과 언니 오빠들이 그 모습을 너무 좋게 봐주셔서 고마운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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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여러 경험을 공유한다는 건, 누군가가 자기를 발견하고 새로워지며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에 충분한 시간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제주 한달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살면서 서로 기댈 수 있는 작은 오름 하나 발견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가만히 그런 기대를 품어본다.
글 : 박혜은 (글작가)
사진 : 리커버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