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호종료청년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가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2022년에도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와 협력사업으로 40명의 장학생을 지원하였습니다. 장학생들은 작은변화프로젝트 팀에 참여하여 활동하게 되는데요. 2022년에 ‘페이스 메이커 팀’에서 활동한 장학생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같이한다는 것의 힘 – 작은변화 ‘페이스메이커’팀 장학생 후기
안녕하세요 저는 아름다운재단의 유일무이한 런닝크루! 페이스 메이커 팀에 있는 23살 김규림입니다. 저희 팀원들은 천안, 원주, 진주, 충청도, 인천, 포항 등 각 지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코로나 때문에 만나기 어려웠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약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의 모든 팀원들이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면서 소중한 기억들을 쌓아 왔습니다.
사실 저는 달리기 자체를 멀리하던 사람이어서 연초에 작은변화 프로젝트 팀모집을 했을 때 ‘잇다팀, 줍줍여행팀, 그해 우리는 팀’ 등 다른 팀에 가입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팀방문 신청을 늦게 하는 바람에 원하는 팀의 발표를 듣는 기회들을 놓쳤고, 그렇게 운명처럼 페이스 메이커팀에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친구들과 줌을 통해 소통 하다 보니 어색하고 많이 낯설었는데도 불구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편하고 재미있게 풀어가주는 팀 리더 오빠의 쾌활한 성격과 멋진 리더십에 반해 단번에 ‘이 팀에 들어가야 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이 기억납니다. 뿐만 아니라 왜인지 모르게 이 팀에서 활동하면 그동안 쉽게 내보이지 못했던 저의 천진난만함과 장난기, 커가면서 잃어갔던 밝은 에너지 등 저의 잃었던 모습, 진실한 모습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앞으로의 팀 활동에 대해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들을 품게 되었습니다.
많이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고, 낯을 가리기도 하는데 혹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했던 것들이 무색할 정도로 모든 팀원들이 허물없이 지냈고, 서로의 고민이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편한 사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과묵하고 무뚝뚝해 보였는데 (리더오빠 제외하고),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다보니, 모든 친구들이 속은 여리고 겉은 단단한, 그리고 정말 정이 많은 사람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팀 활동을 하면서 제일 웃기고 감동적이었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릅니다. 첫 팀모임을 1박 2일 MT로 진행했었는데요. 맛있는 저녁식사 후 팀원들 중 몇 명이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사오겠다며 우르르 몰려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저 또한 돕고 싶다는 마음에 재빨리 그들을 뒤따라 나갔었는데요. 사실 먹거리를 사오겠다던 팀원들의 말은, 당시 생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저의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둘러댔던 핑계였을 뿐이었는데, 아무 것도 모른채 그들을 따라나섰던 저는 저를 감동시킬 생각으로 잔뜩 들뜬 채 생일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있던 팀원들의 당황한 모습을 정면으로 목격하고야만 웃픈 일을 저지르고야 만 것이었죠. 눈치 없이 행동해버린 것이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저를 위해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던 팀원들의 서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애쓴 마음들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 작고, 웃기고, 또 감동이기도 했던 에피소드로 인해 팀에 대한 애정이 한층 더 커졌던 것이 기억납니다.
사실 저희 팀은 팀의 주목표였던 달리기를 한 자리에 모여서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달리지는 못했어도 각자 목표를 정해 ‘따로 또 같이’ 동일한 시간 대에 꾸준히 달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중 달리는 것만으로도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덕분에 ‘달리기’를 어려워하던 저조차도 ‘기부’를 목표 삼아 포기하지 않고 달려보았던 것이 작지만 뜻깊은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관계, 그 안에서 피어난 우정, 달리기를 향한 작은 도전 등등 팀활동을 하며 얻었던 많은 유익들 외에도, 작은변화 프로젝트의 팀활동이 저에게 정말 큰 깨달음을 준 이유는 사실 따로 존재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없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우울증을 겪으면서, 저의 열약한 가정 형편이 큰 약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불쌍한 아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모자람 없이 자라온 것처럼 보이기 위해 거짓말로 제 자신을 포장하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방어적이었고 나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도 그리고 쉽게 내주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상처받는 것이 싫어서 인간관계에서도 소극적이었던 저는 우리 팀원들과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꺼내기 힘들었던 속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고민상담도 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느껴본 적 없었던 따뜻함과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활동을 거듭하면서 비로소 작은변화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서투르고 무뚝뚝한 성격이라 저희 팀원들에게 전하고 싶지만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는 말들이 많은데요. 특히 제가 자주 툴툴대고 전화도 잘 안 받는 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꾸준히 먼저 연락해주고 최대한 장학생들의 편의를 맞춰주려고 노력해준, 그리고 다른 길잡이 언니들과 오빠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을 많이 해 준, 그리고 마지막으로 울면서 술주정 부려도 따뜻하게 위로해줬던 우리의 팀 리더 오빠에게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이 자리를 빌어 뜨겁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성실하게 팀활동에 참석하고 함께 하고자 애써왔던 우리 팀원들에게도 1년간 정말 많이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 재단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제가 겪었던 것과 같은 많은 아픔들과 시련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고 열심히 사는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어리광도 부리고 푸념하고 싶었지만 그럴 새 없이 혼자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야만 했던 모든 장학생들이 이제는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하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많이 보지 못했지만, 아직은 만나 보지 못했던 다른 길잡이, 장학생 친구들과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정말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또한 소망해봅니다.
글 : 장학생 김규림(가명)
사진 : 리커버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