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꾀합니다. ‘2022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녹색연합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현장활동 기록을 전해드립니다.

  

백두대간의 고산 생태계가 기후위기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리산과 한라산의 구상나무를 비롯하여 백두대간의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주목, 잣나무, 전나무, 금강소나무 등이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다. 구상나무의 고사가 확인된 지 10년이 채 못되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등 9종의 침엽수가 기후 스트레스로 죽어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침엽수의 죽음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후위기로 인한 침엽수의 고사를 지속적인 관찰과 기록이 필요하다. 이런 대응과 노력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기후위기로 집단 고사하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

▲ 기후위기로 집단 고사하고 있는 한라산 구상나무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는 관찰과 기록이 중요하다. 기후위기를 원인으로 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변화의 추이를 살피는 것이 첫 번째 대응이 된다. 이를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인간이 생물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기초적인 대책도 나온다.

첫 번째 실천인 기후위기 현장 모니터링에서 시민의 참여도 중요하다. 과학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가 대응해야 할 영역이다. 시민이 직접 위기에 대응하도록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모니터링과 기록에 동참하는 시민과학을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 현장을 방문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그린백패커

녹색연합은 지난 2018년부터 시민들과 함께 기후위기 현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하며 기록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근간으로 정기적 모임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그린백패커’라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이다. 주로 20대부터 40대까지 직장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주중에는 직장, 주말에는 기후 현장을 누빈다. 기후위기 현장을 방문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그린백패커 활동의 전환점이 있었다.

지난 2021년부터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으로 그린백패커 활동과 함께하면서 관찰과 기록의 수준과 내용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린백패커 참여자를 시민과학자로 양성하는 여러 시도와 노력이 이어진 것이다. 그린백패커는 기후위기로 고사되는 아고산대 생태계를 백패커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기후위기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그린백패커

▲ 기후위기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그린백패커

그린백패커는 한 회에 20여 명을 선발한다. 현장 활동에 앞서 안전교육을 시작으로 침엽수의 종류와 고사 정도를 구별하는 법, 지속가능한 백패킹, 머무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한국형 LNT(미국 산림청의 산림 이용자의 지속가능 수칙) 교육 등을 이수한다. 활동 공간이 주로 아고산대 지역이기에 그린백패커들은 당일 이른 아침 혹은 전날 도착해 텐트를 설치하고 활동을 준비한다. 스텝의 안내에 따라 구역을 지정받고 고사목들의 흉고(사람 가슴 높이의 지름)와 높이를 측정, 위치정보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는다.

2021년부터는 그린백패커를 주축으로 기후위기 시민과학 모니터링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통해서 기존의 기후위기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시민과학 수준으로 방법과 지침을 향상시켰다. 기후위기 적응 실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모집 하여 교육을 진행한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1개월 동안 개인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현장을 방문해 침엽수를 모니터링한다. 관찰 결과는 참여자가 직접 인터넷을 통해 공개 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장을 만들었다.

▲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모니터링하는 그린백패커

▲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모니터링하는 그린백패커

▲ 지리산 구상나무 시민과학 모니터링

▲ 지리산 구상나무 시민과학 모니터링

이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사전 강의(온라인 화상회의 교육)를 통해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전나무, 주목, 잣나무, 금강소나무 등 7종의 이해를 도모한다. 그리고 시민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제작한 ‘기후위기 시민과학 모니터링 안내 지침서’를 숙지한 후 직접 산에 올라 침엽수 고사 상태를 관찰하고 확인한다. 기후위기로 죽어 가고 있는 7종의 침엽수 중 스스로 선정한 2종을 관찰하여 고사 현장 사진과 위치 좌표를 공유한다.

참가자들은 온.오프라인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백두대간에 속해 있는 산들을 방문한다. 현장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을 위해 시민과학자들은 법정탐방로에서만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또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의 현장 방문은 참여 인증을 불인정해 활동에서 안전을 최우선시 하였다.

이렇게 시민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침엽수 고사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사 진행 속도, 원인, 부작용, 그리고 차후 방지 대책 등을 분석한다. 최종 결과물은 정부 정책 제안에도 활용된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시민과학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시민과학은 수십 명의 참여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기획 회의및 교육 등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비대면 온라인 사전 교육을 받은 시민들은 개별적으로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고사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다시 온라인으로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한다. 지금까지 국내의 환경 및 생태 관련 시민활동 중에서 이처럼 비대면 방식으로 교육부터 모니터링 결과 공유까지 진행한 사례는 해당 프로그램이 거의 처음이다.

2021년 시작으로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통해 약 100명의 시민과학자를 양성했다. 그린백패커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홍보를 통해서 모집한 참가자들은 다양한 교육과 현장 활동을 통해 시민과학자로 거듭난다. 산을 즐겨 찾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매 프로그램에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일정한 수준의 현장 모니터링 기법을 배운다. 시민들은 ‘램블러(Ramblr)’ 라는 트래킹 어플에 고사된 나무의 사진과 둘레 정보 등을 기록한다. 이처럼 수집한 정보는 차후 기후위기 고산침엽수의 대책에 활용된다.

참가자들은 침엽수 주요 피해지인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계방산, 함백산, 발왕산 등 국립공원 일대를 방문한다. 조사 위치와 관찰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자신의 SNS를 통해서 인증했다. 이러한 인증 방식을 통해 녹색연합의 네트워크를 넘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효과가 있었다.

시민과학 참가자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조사하는 시간도 가진다. 기후변화 시민 참여 모니터링의 인증자를 대상으로 한 심화 교육이다. 현장 교육 참여는 자율에 맡겼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함께했으며 프로그램 만족도 또한 높았다.

이러한 시민과학 프로그램은 기후위기에 시민이 직접 나섰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또 침엽수 고사 상황을 일반인 시야에서 관찰·기록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참여자를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친숙하게 공감대 형성을 이룰 수 있었다.

시민과학자들의 활동은 기초적인 자료 데이터 수집에도 의미가 있다. 침엽수 고사 현장을 방문하고 모니터링 한 자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녹색연합에서 발간한 지금 보고서 역시 시민과학자의 관찰 기록 자료를 집대성한 것이다.

모니터링 현장에 참여한 양희영 씨는 “기후가 따뜻해지는 것을 침엽수 고사라는 문제의식으로 확장해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둘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어 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모니터링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며, 주변 사람들과 등산하러 다니며 이번과 같은 시민과학 활동을 자연스레 유도해볼 수 있겠다.” 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적응 차원의 실천을 위하여 등산이라는 물리적 행위를 연계한 시민과학은 새로운 시도였다. 시민들은 직접 참여를 통해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민과학의 활성화는 기후위기 적응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가 우리의 삶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평범한 시민들의 평범하지 않은 작은 실천이 기후위기 적응의 소중한 씨앗이 될 것이다.

글 / 사진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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