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은 연구원을 세 번 만났다
내가 이승은 연구원을 처음 만난 것은, 갓 복학해서 구멍난 학점을 열나게 메우던 2003년이었다. 어느 날 학생회 일을 하던 있던 친구가 “내일은 절을 많이 해야 할테니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오라”고 한다. 난 딱히 환경, 생태적인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수경스님의 새만금 갯벌 살리기 삼보일배 행렬에 함께 하게 되었다.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절을 하며 걸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빳빳하던 내 고개는 점점 늘어지고, 자연스럽게 엎드린 상태에서 뒤를 쳐다보게 되었다. 근데… 웬 조그만 아이가 철푸덕~ 철푸덕~ 거리고 있다. 절을 하는 요령이 없어서인지, 힘들어서인지, 절을 할 때마다 상체와 손이 철푸덕 하면서 아스팔트에 접착하고 있었다. 이승은 연구원은 당시 1학년인가, 2학년인가 했던 거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녀가 인상에 깊었다.
세월이 흘러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이번엔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교내집회였다. 나는 대학원을 다니러 학교를 돌아와 있었고, 그녀는 어느덧 선배가 되어 학생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이라는 공익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이 두 번째 만남을 통해, 내가 기억하는 이승은 연구원은 밝고, 씩씩하고… 환경을 사랑하고. 공익을 위해 열심히 사는 학생이었다. 아… 한 가지 더, 어쩌다가 학교 일 때문에 교수님들과 함께 밥이라도 먹을 때면, 나는 교수님이 사주시려니 믿고 샤브샤브니 초밥이니를 실컷 먹어 제꼈지만… 채식주의자인 그녀는 늘 채소 반찬만 먹고 있었다는 장면도 기억이 난다.
2010년에 아름다운재단 공익출판 사업이 시작되었다. 재단에서 사용하는 공익출판기금의 일련번호가 2번이라는 점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시피, 지금껏 10년을 기다린 사업이다. 나는 심사위원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신청단체에 실사를 나갔다. 그런데… 생태지평연구소에서 그녀를 만난 것이 아닌가. 파릇파릇한 신입 연구원으로 본격적인 환경 활동가의 길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이 우연찮은 세 번째 만남에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고민을 잊지 않고 계속 일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새싹같이 푸른 신입 환경활동가 이승은 연구원이 열심히 수행한 공익출판 사업의 결과물 <DMZ 원정대>… 만 부 인쇄가 목표란다. 여러분들, 이 젊은 환경활동가에게 지지를 보내주시라. 마음이 아니라 결재로! 책을 마구마구 사 주시라! 부디… 평화와 환경을 위해 도와주시라. 만 부다. 만 부.
* 이승은 연구원을 좀 더 알고 싶다면 http://www.vop.co.kr/A00000428540.html
* 생태지평연구소에 대해 알고 싶다면 http://www.ecoin.or.kr/
* 공익출판 사업 첫 번째 성과물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후천성 인권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
https://beautifulfund.org/?p=572
다음은 생태지평연구소에서 만든, 아름다운재단 공익출판 지원사업의 두번째 성과물<DMZ 원정대>을 소개하는 글이다. 저자인 생태지평연구소의 이승은 연구원이 보내왔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다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휴전선으로 남북이 갈라져 있는, 정확히 말하면 잠시 전쟁을 중단한 정전상태이기 때문에 남과 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한반도 정세를 급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남과 북 사이에 60여 년간 비무장지대이자 새로운 생명의 공간이 된 DMZ가 있다. 그 DMZ를 주제로 한 어린이책이 2011년 12월 출판되었다.야생동식물로 만나는 DMZ, <DMZ 원정대>
12월 22일 어린이책 <DMZ 원정대>가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6월 아름다운 재단의 출판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평화와 희망, 통일의 상징적인 공간인 DMZ(비무장지대)에서 주인공인 가온, 아라, 마루, 다솜이가 야생동식물을 찾아다니는 모험을 하며, DMZ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에 대해 깨닫고, DMZ의 역사와 평화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을 담았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주된 독자이지만, 평소 DMZ(비무장지대)에 대한 막연한 인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계절 DMZ 일원 야생동식물을 담다.
출판을 위해 진행된 가장 주된 일은 바로 현장답사였다. 책의 컨셉이 원정대가 DMZ를 따라 기행을 하며, 보고 배우는 것들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직접 다니는 일이 시급했다. 2010년 겨울부터 DMZ 일원을 찾아온 철새들을 찾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강원도 고성 화진포의 고니 그리고 경기도 김포시 재두루미, 파주의 개리까지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DMZ에는 새로운 생명이 삶의 터전을 잡고 있었다.
가장 길고 어려웠던 현장답사는 바로 백령도이었다. 2010년 침몰된 천안함이 발견된 곳이며,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섬으로 북한과의 거리는 불과 4킬로미터였다. 그곳에 멸종위기 1급인 물범이 봄여름을 보내기 위해 중국 앞바다에서 이곳으로 찾아온다.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 들어가야 하는 백령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물범을 만났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안개와 기상악화로 물범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배도 뜨지 않는 백령도에서 하루를 더 머물다가 나와야 했다. 우리가 찍은 백령도의 아름다운 모습은 모두 단 하루만에 찍은 것들이다.
여름은 모든 생명이 크게 자라는 시기이다. 이 무렵에는 우리나라 DMZ에 오는 철새 중 유일하게 번식을 하는 저어새를 볼 수 있는 때이다. 저어새를 보기 위한 현장답사는 강화도와 경기도 김포시 유도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우아하게 날개짓을 하는 저어새의 모습과 남쪽에서는 보이지 않은 유도의 반대편 북쪽 모습을 북한 친구들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원정대에 잘 나타나있다.
실제로 만나긴 했지만, 책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만남을 가지게 된 동물도 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산양은 하루 종일 화천 DMZ 일대 산 속을 돌아다녔지만 실제로 우리들은 배설물만 발견하였다. 함께 동행했던 야생동물 탐험가 선생님도 10년간 산양을 10번밖에 만나지 못했다고 하니, 우리 원정대가 한 번에 산양을 만나는 것은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산양을 만나러 간 곳이 바로 양구에 있는 산양증식복원센터였다.
멸종위기종이자 땅을 갈라놓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식하고 있는 산양이 유전적으로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센터에서 야생의 환경을 제공하고 기르는 것이다. 산양 수십마리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물론 야생의 산양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명성답게 센터에서도 멋진 산양을 볼 수 있었다.
<DMZ 원정대> 책이 나오다.
이렇게 현장답사를 2011년 9월까지 총 20여 차례 다녀오고 나서야 최종원고가 나왔다. 최종원고는 이후 윤문작업과 원고에 알맞는 그림작업을 거쳐 책으로 완성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작업은 이명애 작가가 진행해주었는데 원정대 아이들과 초아 삼촌의 특징을 잘 살려주었고, 사진으로 다 첨부하지 못한 DMZ 일원의 경관을 잘 표현해주었다.
책 출판을 마무리하며 다섯 분의 전문가들로부터 감수를 받았다. 산림생태분야에 신준환박사님, 조류생태분야에 박진영 박사님, 동물생태분야에 최태영박사님, 전체 원고 감수에 오충현 동국대 교수님과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님께서 수고해주셨다. 감수자들의 의견은 책의 짜임이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의견이었다.
2011년 12월 20일 <DMZ 원정대>가 출판되었고, 22일에는 홍대 앞 작은 카페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 ‘출판기념회 및 DMZ 사진전’을 진행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출판 지원 사업을 위해 기부해주신 작가분들께 감사를 드렸고, 앞으로 우리 모두가 DMZ원정대가 되어 DMZ를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지켜가자고 마음 모았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 등장하는 물범 박사님, 야생동물 탐험가, 용늪마을 이장님, 철새 박사님은 모두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하여 썼다. DMZ 일원을 보전하기 위한 이런 많은 분들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실제 인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책을 읽어보면 더욱 재미날 것이다.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출발! <DMZ 원정대> 많이 읽고, 주변에 추천해주세요!!”
<DMZ 원정대>
글. 생태지평연구소
그림. 이명애
펴낸곳. 한울림어린이
값. 13,000원
책 사러가기
시중 서점에서 만날 수 있어요.
우리, 만 부 찍어 봐요….
이제는 결재다!
아이들에게 교육용으로 좋은 책인 거 같아요. 아이에게 정말 사주고 싶어요.
단… 난 아이가 없다는 게 문제로군요. 결혼이 먼전가? 아니… 일단 연애가 먼저구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