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안녕, 열여덟 어른》 북토크 현장입니다.

목련이 환히 핀 봄날의 저녁. 한옥 서까래 아래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서촌의 책방 ‘일일호일’이 북적북적합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자립준비청년 지원 캠페인 ‘열여덟 어른’을 총괄해온 김성식 청년사업파트 파트장 대행(이하 저자)이 쓴 책 《안녕, 열여덟 어른》의 출간 기념 북토크를 진행하는 날이거든요.

책 《안녕, 열여덟 어른》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이 처한 삶의 여건을 짚어보고,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를 담아낸 책입니다. 책을 통해 ‘열여덟 어른’의 세계로 ‘안녕?’하고 인사하며 들어온 반가운 독자들이 하나둘 어느새 책방을 가득 채웁니다.

‘열여덟 어른’의 세계로

책방에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통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펼친 결과물들, 또 직접 ‘열여덟 어른’의 세계를 생생히 전한 오브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안연주 씨의 동화책 《나의, 어린 고래에게》, 주경민 씨의 웹툰 《어쩌다 사막》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의 어린 시절과 일상을 담담하게 직면하게 해주는 ‘검은 머리 인형’, ‘일기장’, ‘가족관계 조사서’, ‘무료티켓’,  ‘보호자 수술동의서’와 같이 여러 가지 심층적인 오브제가 있습니다.

열여덟 어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오브제 전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열여덟 어른에게 보내는 독자들의 메시지

일찌감치 북토크 현장으로 온 독자들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삶에서 좌절하거나 특별했던 경험이 담긴 오브제를 찬찬히 둘러본 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열여덟 어른’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또박또박 써봅니다. 책에서 저자가 힘주어 쓴 자립에 대한 철학을 더 알고 싶어서 북토크에 참가했다는 독자는 “열여덟 어른에게 봄처럼 산뜻한 인사를 건네고 싶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적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띤 다른 한 독자는 “응원과 지지를 건네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쓰며 “’열여덟 어른’의 세계에 더욱더 공감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당사자의 시선, 저자의 시선을 좇아 우리의 인식과 세계는 더욱 넓어지고 커지며, 부드러우면서 단단해집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열여덟 어른’에게

“책이 나왔다고 주변에서 축하해주시는데, 어찌 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슬프기도 하니까, 책이 나왔다고 해서 마냥 들뜬 기분은 아니고 조심스럽습니다. 또 ‘열여덟 어른(자립준비청년)’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제 생각을 좀 보탰을 뿐이라서, 제가 쓴 제 책인가 싶기도 합니다.”

저자는 신중하고도 차분한 출간 소감으로 북토크 말문을 열었습니다. 2022년 여름 스무 살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연달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성식 저자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립준비청년이 겪고 있는 고충을 모두 전달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잠깐 스쳐 가는 뉴스나 TV 속에서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안녕, 열여덟 어른’을 쓴 김성식 저자

“알면 알수록 자립준비청년들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양육시설 퇴소 연령이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늘어났고, 정부의 자립 지원금도 자립지원전담인력도 확충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자립준비청년들은 왜 어려움을 겪고, 왜 이 어려움은 해결하기가 어려울까요? 우리 사회 모두가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숙고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리고 한 명의 어른으로서 저 또한 이 세상에 나온 ‘열여덟 어른’의 존재를 기뻐하고 환영하면서 작은 공감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의 큰 용기가 먼저 있었습니다.

사각지대는 남아 있지만 공공정책이 개선되어 왔고, 한편으로는 실태를 잘 알지 못해서 동정이나 낙인의 대상과 같이 기존에 익숙한 관점으로 ‘열여덟 어른’을 보는 태도도 차츰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보통의 청춘으로서 직접 자신의 삶을 들려주고자 결심한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이 있어서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13명의 캠페이너와 17개의 당사자 프로젝트를 만든 ‘열여덟 어른’ 캠페인

이름과 얼굴을 밝히면서 자신이 가진 문제 인식을 꺼내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멋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세상에 내놓은 13명의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이 가운데 ‘첫 용기’가 되어 문을 열고 나온 신선 캠페이너를 비롯해, 당사자들의 삶에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래퍼 이진명 캠페이너가 북토크 독자석에 함께하여 《안녕, 열여덟 어른》 북토크 자리가 더욱 뜻깊습니다.

드러난 현상 너머로 –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열여덟 어른’의 현실

북토크 현장에는 당사자 캠페이너뿐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는 사회복지사, 보육원 거주 아동을 후원하는 시민들 뿐만 아니라 자립준비청년의 진로교육을 준비하는 교육서비스 업체,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 자립전담기관 관계자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열여덟 어른’에게 응원과 지지를 건네는 어른이 되고 싶은 독자들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4월의 봄밤,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알아가고자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독자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고 당사자들로부터 의견이 더욱 활발히 나와야 하는데,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왜 숨는지, 무슨 편견 때문에 어떤 상처를 받아서 자신을 감추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또 드러난 문제 현상 너머로 그간 자립준비청년이 살아온 삶에 어떤 과정이 있는지 차근차근 말하고 싶었습니다. 책에 쓴 예를 들자면, 한 자립준비청년은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 ‘컨베이어 벨트’ 같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니까 아무래도 다 비슷한 모습, 무채색 같은 느낌으로 살게 되는 측면이 있지요. 오랜 기간 주어지는 대로 똑같이 받는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사소한 선택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컨베이어 벨트가 끝날 때 쯤 되면 ‘너 이제 뭐 할 거야?’, ‘뭐 먹고 살 거야?’, ‘어떻게 살 거야?’ 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취업이라는 결론이 나와요. 애초에 질문을 잘못 던진 거예요.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한테 포인트를 맞춰줄 수 있는 그런 질문들을 해야 된다는 거죠. ‘너 뭐 좋아해?’, ‘너는 어떤 걸 하고 싶어?’, ‘너는 어떤 사람이야?’ 그 질문 하나가 사람을 바꿀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북토크 진행을 함께 한 열여덟 어른 손자영 캠페이너

이번 북토크에서 사회를 맡은 손자영 캠페이너는 “책이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우리 문제를 우리와 같이 고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했다”라며 책을 읽은 소감을 들려줍니다. 김성식 저자가 “캠페이너들의 큰 용기가 먼저 있었기에 《안녕, 열여덟 어른》을 쓸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자, 손자영 캠페이너가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향한 바람을 덧붙이며 화답했습니다.

“저자와 저희가 같이 작업한 ‘열여덟 내 인생’이란 영상이 있는데요. 자립준비청년 개개인이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삶의 서사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영상을 유튜브 채널 ‘열여덟어른TV’(@eighteen_adults)에 올렸는데, ‘당신의 멋진 미래가 기대됩니다’라는 댓글이 달려서 저희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성공한 자립준비청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쳐내고, ‘우리는 지금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됐어요. 《안녕, 열여덟 어른》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서 자립준비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열여덟 어른’ 한 사람 한 사람, 그 존재를 기뻐하고 환영하며

독자와의 Q&A 시간,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김성식 저자와 손자영 캠페이너

독자와의 질의응답 시간. 김성식 저자는 우리 사회가 허덕이는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이제 막 자립준비청년들을 알아가기 시작한 만큼 “서두르지 않고 성숙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더 고민해보면 좋겠다, 먼저 이해하고 공감해보자”고 답했습니다. 가령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낼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기다리면서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제가 책 제목을 ‘안녕, 열여덟 어른’이라고 정한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의미는 우리가 만났을 때 가볍게 ‘안녕?’하고 인사를 나누듯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편견 없이, 저마다 놀라운 잠재력과 빛나는 개성을 가진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이고요. 두 번째 의미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더 이상 약점이라거나 고정된 시선에 갇힌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게 됐을 때, 그때가 되면 자신의 다채롭고 매력적인 정체성 가운데 한 가지 정체성으로 ‘자립준비청년’임을 받아들이고 ‘안녕! 잘 가, 나의 열여덟’하고 편안히 헤어지는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입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이렇게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존재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자체로 엄청나고 대단하다, 소중하다’고 그런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제가 책에서 잘 표현해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함께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주시는 고마운 독자 여러분과 같이 ‘열여덟 어른’의 세계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 열여덟 어른》을 소개합니다!
고립보다는 자립을, 홀로서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지금 열여덟 어른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2023년 1월 발간된 이래, 석 달 만에 3쇄를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안녕, 열여덟 어른》(파지트 출판사). ‘자립준비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남겨진 과제’라고 쓰인 부제처럼, 책은 전반 1부 ‘열여덟 어른이 살아간다’, 후반 2부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는 어린 시절 보육원과 학창 생활, 퇴소하던 날의 기억, 보육원에 살던 것을 비밀로 하게 되거나 밝히는 과정 등 자립준비청년의 구체적인 경험을 들여다보면서 사회의 편견과 차별 앞에서 고단함을 느끼거나 낯선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어봅니다. 아울러 한국의 지원 정책을 정리하고, 당사자의 권리와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반영하는 외국의 정책 사례도 살펴봅니다. 2부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동료 시민으로서 어떻게 자립준비청년을 대하면 좋을지를 두고 당사자인 자립준비청년의 눈높이에 맞춰보자는 제안이 들어있습니다. 1부와 2부 사이에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실감 나는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사자 관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책, 불우한 개인사에만 집중하여 동정이나 낙인을 반복·강화하지 않고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에 도움을 줄 시각 등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하며 저자가 깊게 고민해온 내용도 풍부히 담았습니다. 자, 이제 ‘열여덟 어른’의 세계로 떠나볼까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소중한 이유는 성공하거나 모범적으로 자랐기 때문이 아니다. 마침표를 찍지 못했더라도 그 시간을 견뎌내고 고통에 아파했던 모든 것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내가 자립준비청년들의 삶 앞에서 감동을 느낀 이유는, 인간으로서 진실되게 살아낸 이들의 삶 자체가 감격스러웠기 때문이다.《안녕, 열여덟 어른》167쪽

 

글: 조승미 작가 | 사진: 임다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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