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청소년들에게도 꿈은 있다. 세계를 바라보는 제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와도 닮지 않은 고유한 개성이 오롯하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세상에 유일무이한 단독자로 존재하면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집단이기에 하나로 묶이는 교집합도 있을 것이다. 98%가 담아내고자 하는 바도 이것. 청소년 개개인의 꿈과 생각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함께 관심을 둘만한 이슈를 공유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이야기로 사회와 소통하고자 한다.

평범해서 더 사랑스러운

모둠 '98%'의 대표 김예빈 학생

모둠 ‘98%’의 대표 김예빈 학생

 

모둠명 ‘98%’에 담긴 의미는 ‘평범’이다. 세상은 2%의 비범한 사람들과 98%의 평범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출발한 이름인 셈이다. 98% 대표 김예빈 학생은 자신을 포함한 모둠 구성원 6명의 정체성을 ‘평범’이란 키워드로 묶어낸다. 공부든 예체능 쪽 재능이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구석은 하나 없지만, 평범한 청소년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달라는 항변과도 같다. 

98%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청소년들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판을 벌이는 것. 둘째, 이를 기록하는 것. 그리고 기록의 최종 결과물은 책이 될 것이다. 

“누구나 자기 이름으로 펴낸 책,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꿈꾸지 않나요? 책을 펴내는 건 제 오랜 꿈 중 하나이기도 해요. 처음부터 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청소년자발적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에 응모했어요. 평범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도 한데 모아 엮으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98%를 출범시킨 장본인 김예빈 학생은 오리엔테이션과 중간보고회 자리에서 은근히 눈에 띄는 청소년 중 하나였다. 매번 대전에서 홀로 상경하여 98%의 자리를 외로이 지키면서도, 늘 활발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참여했던 까닭. 한 팀, 한 팀 발표가 끝날 때마다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던 친구이기도 하다. 질문은 관심으로부터 비롯되고, 관심은 애정으로부터 발원하는 것. 또래 친구들과의 소통에 대한 그 왕성한 의욕이 98%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중간보고회에서 98%의 활동 프로그램을 소개 중인 김예빈 학생

중간보고회에서 98%의 활동 프로그램을 소개 중인 김예빈 학생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98%를 지키는 힘

중학생 4명, 고등학생 2명으로 구성된 98%는 타 팀에 비해 구성원 연령층이 낮은 편이다. 더욱이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고등학생 2명은 고3 수험생인 상황. 오리엔테이션과 중간보고회에 대표만 참석한 이유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김예빈 학생을 비롯한 모둠원들은 대전 탄방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운영위원회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 활동을 해왔다는 김예빈 학생은 이를 통해 자연스레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꿈도 그렇게 시작됐을 터. 

평범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김예빈 학생의 꿈에서 98%가 출발됐다.

평범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김예빈 학생의 꿈에서 98%가 출발됐다.

 

기실, 98% 결성엔 마치 킹스맨 선발과 같은 깐깐한 기준의 스카우트 방식이 적용됐다. 

“문화의집에서 친해진 동생들 가운데 괜찮은 친구들을 제가 점찍었어요. 공부에 대한 부담으로 활동에 부담을 느낄 거 같아 고등학생 보단 중학생 위주로 봤고요. 저 외에 또 다른 고3 멤버는 그림 그리는 친구예요. 책을 만들자면 표지 일러스트며 내지 삽화가 필요할 거 같아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제일 친한 제 친구를 섭외했죠.”

예빈 학생이 점찍은 중1, 중2, 중3 동생들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제 역할을 열심히 해줬다.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 기획하는 일은 예빈 학생이 중심이 되지만, 기타 현장 진행은 중학생 4인방의 몫이다. 매월 2회 주제를 정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도란도란’ 시간에 토론 내용을 녹취하고 타이핑하는 것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리고 이를 통계 내는 것도 기특한 동생들이 해낸 일들이다.      

도란도란, 꽃 중의 꽃은 이야기꽃
청소년들 서로가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공부를 하든 안 하든, 고3 수험생의 삶이란 부담 백배죠. 이러한 제 상황을 이해해준 동생들에게 고마울 뿐이에요. 어려서부터 청소년운영위원회에 소속되어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청자발의 경우는 이전에 진행해 본 사업들과 달랐어요. 선생님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힘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부담이 크더라고요. 물론 그만큼 보람도 컸지만요. 혼자서는 못했을 거예요.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예선이, 정우, 선우… 든든한 동생들 덕분이죠.”

“우리 힘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부담이 크더라고요. 물론 그만큼 보람도 컸지만요.”

 

98%는 탄방청소년문화의집을 거점 삼아 이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을 모아 매월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둠 프로그램 ‘도란도란’을 진행했다. 가장 원활히 추진된 사업이자, 많은 청소년들의 참여로 학교 폭력, 내가 꿈꾸는 학교, 행복의 기준 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고. 가령, 학교 폭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험을 두루 들을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가진 편견도 가감 없이 나눌 수 있었다. 때론 울분을 토했고, 해결점이 쉬 보이지 않아 암담해지기도 했지만 감춰진 이야기들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둘만한 자리였다. 

그런가 하면 급식 메뉴 하나로 행복과 불행이 갈리는 일상을 공유하며, ‘행복과 불행은 한끝 차이’라는 소박한 진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주제가 무겁든 가볍든, 친구들과 ‘도란도란’ 생각과 느낌을 나눌 수 있었던 모든 자리는 소중했다.          

물론 전망이 암담한 사업도 있다. 원고 접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 공모전이 그것. 응모만 해도 주는 참가상, 소소한 기프티콘을 걸고 막바지 홍보에 나섰으니, 후반전의 저력을 기대해볼 만도 하다. 이 모든 것은 이야기꽃이 한권의 책으로 탄생하는 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고우정 |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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