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상담을 하다보면 아쉽게도 아름다운재단에서 도움을 드리기 어려운 케이스, 또는 유산기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유류분에 대한 걱정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뵙곤 합니다. ‘신탁을 활용한 계획기부’ 제안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기부자 입장에서 신탁은 각종 보수가 발생하는 부담이나 소유권이 수탁자(금융기관, 대리인 등)로 이전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이 존재하여 아직까지 성사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에요. 이는 신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막연한 불안감 또는 구체적인 세제혜택의 측면을 따져보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서 간사가 기부컨설팅위원회 세무 분과 박민선 위원(회계법인 늘봄 이사)을 만나 현행 신탁제도 하에서 기부자가 신탁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기부자입장에서 신탁을 활용한 계획기부가 일반적인 증여·상속를 통한 계획기부보다 유리한 경우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향후 좀 더 활발한 계획기부를 위해 신탁이 활용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총 3편으로 나누어 구성하였습니다. 첫 번째로는 신탁에 대한 입문 편으로 신탁의 기본 개념과 구조, 신탁의 본질과 실무상 기능, 계획기부를 위한 신탁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해봅니다.

신탁의 기본, 개념과 구조 알아보기!

서 간사 : 위원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신탁 입문 편입니다^^ 신탁이 무엇인지 낯선 기부자님들께 신탁의 기본 개념부터 설명드리는 게 좋겠어요.

기부컨설팅위원회 세무 분과 박민선 위원

박민선 위원 : 신탁은 여성의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았던 중세 영국에서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장군이 영국에 남아 있는 아내를 위해 고안된 제도입니다. 장군(위탁자)은 신탁을 활용하여 재산을 믿을 만한 친구(수탁자)에게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되, 살아서 돌아올 때까지 친구(수탁자)가 아내(수익자)를 위해 재산을 관리하고, 자신이 살아서 돌아오면 재산의 소유권을 다시 장군(위탁자)에게 이전하도록 하여 장군은 자신이 부재 시 남아 있는 가족을 위한 ‘재산관리’와 ‘무사귀환 시 재산의 반환’이라는 두 가지 요구사항를 해결하였습니다. 이처럼, 신탁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위적으로 수익권과 관리처분권으로 분리한 제도로서, 위탁자와 수탁자가 합의하면 수탁자는 “위탁자가 원하는 대로 모든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매우 유연하지만 계약만큼 보편적 성격을 가진 제도입니다.

※ 여기서 잠깐! 위탁자•수탁자•수익자라는 용어, 쉽게 풀이해드립니다.

※ 신탁의 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와 신탁계약, 유언, 신탁선언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재산 전부 또는 일부에 신탁을 설정하고 해당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여 재산을 관리·처분·운용하고, 신탁재산 또는 그로부터 얻은 수익을 신탁 설정시 정한 수익자(위탁자도 수익자로 지정가능)에게 지급하게 됩니다. 이런 구조 안에서 신탁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습니다. 즉, 위탁자는 신탁기간 중에 경제 사정의 변화, 위탁자 생각의 변화, 수익자의 경제적 사정변화, 신탁재산의 가격 및 시장변화에 따라 위탁자 본인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신탁목적, 수익권 및 수익자를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

신탁의 본질

서 간사 : 위탁자와 수탁자, 수익자의 관계와 역할이 핵심이네요. 그럼 신탁을 기부와 접목하려면 일반적인 신탁의 본질에 대해서도 알아야겠죠?

박 위원 : 맞습니다. 첫째, 신탁은 소유권을 분리하여 귀속시킵니다. 신탁설정으로 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지만, 신탁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수익자에게 귀속됩니다. 수익자는 위탁자와 같은 사람일 수도(자익 신탁), 다른 사람일 수도(타익 신탁)있습니다.

둘째, 신탁은 신탁재산을 수익권으로 전환시킵니다. 예를 들어 건물소유자는 상가건물을 신탁하고 상가건물수익인 임대료의 70%는 배우자에게, 30%는 아들에게 지급하거나 또는 상가건물을 신탁하고 상가건물 수익의 전부는 배우자에게, 상가건물 원본은 아들에게 귀속시킬 수도 있습니다. 다른 예로 주식을 신탁하고 이익수익권인 ‘배당청구권’만 자녀에게 귀속시키고 주식 원본은 본인이 계속 보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셋째, 신탁의 설정과 해지는 조세중립입니다. 신탁설정이나 신탁해지로 인한 소유권 이전에는 양도소득세나 취득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점이 재산승계계획에 신탁을 활용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이 점을 활용해 계획기부를 할 경우, 기부 단체 입장에서 일반적인 기부가 자산의 명의이전으로 기부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각종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실제 기부금(신탁재산의 수익)을 사용할 수 있는 시점까지 각종 조세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거죠.

넷째, 신탁재산은 위탁자, 수탁자 및 수익자 모두로 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재산입니다. 신탁법에 따라 위탁자, 수탁자 및 수익자의 채권자는 신탁재산에 대해 압류할 수 없고, 수탁자가 이혼하거나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신탁재산은 이혼재산분할과 상속재산분할이 아닙니다. 또한 수탁자가 파산하더라도 신탁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아 위탁자나 수익자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탁재산의 독립성 또는 신탁재산의 도산절연성은 신탁을 타인을 위한 재산관리 도구로 활용하기에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섯째, 신탁은 설계의 유연성이 있습니다. 특히, 계약으로 설정되는 신탁은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어떻게 관리·처분하고 수익을 언제 어떻게 지급할지를 위탁자와 수탁자가 합의하여 신탁계약으로 반영하면 그대로 실행됩니다. 이러한 신탁 설계의 유연성 때문에 신탁은 재산보존, 후원지원, 재산승계, 법인대용, 투자기구, 공익실현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영국,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신탁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탁 활용의 장점

서 간사 : 위원님, 그렇다면 말씀해 주신 신탁의 본질을 기반으로, 신탁을 활용해 기부할 경우 기부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박 위원 : 첫째, 신탁은 조건부 권리나 기한부 권리를 포함한 수익권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결혼하면 결혼자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한다.” 라는 조건으로 조건부 수익권을 설계할 수 있고 “손자녀에게 40세까지 매월 100만원씩 지급한다.” 라는 조건으로 기한부 수익권을 설계할 수도 있죠.

둘째, 신탁재산을 현금흐름으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가건물을 운용하면서 임대수익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거나, 상가건물을 처분하여 금전으로 변환한 다음 정기적으로 또는 특정 조건 성취 시에 수익으로 지급할 수도 있고, 또는 일정기간 동안은 상가건물의 임대수익을 배우자에게, 상가건물 원본을 아들에게 분리해서 귀속시킬 수도 있습니다.

셋째, 신탁은 다양한 신탁관계인을 개입시킬 수 있습니다. 현행 신탁법도 신탁관리인이나 신탁재산 관리인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만 그 이외에도 신탁계약에서 다양한 권한과 의무를 가진 제3자를 둘 수 있어 보다 더 다양한 맞춤형 신탁구조를 활용할 수 있는거죠.

넷째, 특히 유산기부를 고려하는 기부자가 주목할 장점으로, 위탁자는 가족과 재산에 대한 본인의 의지를 생전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실현할 수 있습니다. 사후에도 죽은 위탁자의 의지가 신탁재산의 관리·운용 배분에 미칠 수 있는데, 이를 죽은 자에 의한 지배 또는 의사동결기능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위탁자는 사후에도 본인의 의지대로 재산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점도 이미 선진국이 자산승계 계획 수립 시 신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신탁은 재산보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탁자가 치매에 걸린 상태에서 재산을 제3자나 가족에게 빼앗기는 것을 수탁자가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증여재산이나 상속재산을 수증자나 상속인이 낭비하는 것을 수탁자가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이혼이나 조기 사망으로 인해 가족이나 가문의 재산이 감소되는 것도 신탁이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사회의 가족구성이 다양해지고, 이혼/재혼률 증가나 치매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 등을 고려할 때 신탁이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거죠.

※ 신탁의 본질과 장점 요약표

계획기부에 신탁을 활용하는 방법!

서 간사 : 네~ 여기까지 잘 읽어보셨다면 기부자 입장에서 계획기부시 신탁을 활용하는 것이 다양한 이점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기부 문의 상담을 하다보면, 가족의 의미가 점차 다양화되면서 법적상속인에 국한하지 않고, 생전 나에게 특별했던 사람에게나 내 뜻에 맞게 기부를 하고자 하는 기부자들이 점차 더 많아짐을 체감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신탁은 자기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온전히 발휘하는 재산관리도구로서 재산이전에 신탁을 활용한 사람은 민법의 획일적인 규정에서 벗어나 사후에도 자기의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이전할 수 있는데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아요. 반면 신탁을 활용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속인끼리 합의해 재산을 이전하거나 합의되지 않으면 법에서 정한 대로 법정상속인에게, 법에서 정한 비율대로 강제로 재산이 이전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박 위원 : 그렇죠. 기부문화가 상대적으로 정착이 잘 된 국가들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기부가 활성화가 되어 있습니다. 즉흥적인 일회성 기부가 아닌 계획기부의 장점은 기부자는 기부재산에 대한 자산관리 및 기부재산의 사용에 대한 제한 사항을 설정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대로 기부재산의 사용목적을 정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경제상황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을 해 세제 혜택을 크게 받을 수 있도록 기부시기를 정한다는 것입니다. 계획기부에 신탁을 활용하면 일반적인 증여나 상속를 통한 기부보다 기부자와 기부단체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어 기부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를 맞이하여 2011년 신탁법과 2020년 신탁세제의 전반적 개정으로 다양한 사회적 욕구의 해결책으로 신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뒤에서 대표적인 계획기부를 위한 신탁의 활용방안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기부자가 생전에 기부를 실천하면서 동시에 본인의 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 이익증여형 기부신탁이고, 다른 하나는 기부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본인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본인의 의지대로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유언대용 기부신탁입니다. 다음 편에서 사례를 들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죠.

서 간사 : 네, 위원님. 오늘은 신탁에 대한 입문편이니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웃음) 이번 편으로 신탁의 개념과 장점, 기부에 접목해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얻었으니, 다음 편에서는 실질적인 활용 포인트를 짚어주시길 기대할게요. 오늘 고맙습니다.

서 간사 Talk

박민선 위원님이 설명해주신 신탁의 이해~ 어떠셨나요? 핵심 내용을 위주로 엑기스만 말씀드린 거랍니다.(웃음) 저는 위원님의 설명을 들으며 신탁을 활용하면, 그동안 상담 하면서 재단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기 어려웠던 부분 중,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기부 문의 사례가 대표적일 수 있을 거고요.

사후에는 자식들에게 남은 유산을 물려줄 생각이지만 자식들이 그 돈을 가치 있게 썼으면 좋겠고 상속과정에서 서로 다툼이 없었으면 합니다. 또 나이가 많아 생전 효과적인 자산관리를 맡기고 싶고, 세금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입니다.”_50억 자산가, 80대 A씨

이런 경우, 합리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한 방법으로써 기부(기금조성)를 할 수 있겠죠. 사전에 세금 규모 검토를 통해 자식에게도 생전 증여와 사후 상속할 재산의 비율을 설정할 수 있고, 그 중 일부를 생전에 공익재단에 기부하여 상속세를 줄이는 동시에 연간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자식들에게 가치 있게 돈 쓰는 법을 알려주는 정신적 유산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신탁계약이 정해놓은 대로 상속집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은 가족과의 과도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요. 다음 편에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해 신탁을 통한 기부 계획을 세워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아름다운재단은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 회계법인 늘봄과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기부 신탁 관련 개인 맞춤형 상담과 기부컨설팅위원회의 법률/세무 분과 자문을 지원합니다.

나만의 뜻과
이름을 담은
기금조성

내가 원하는
기부 플랜을 세우는
계획기부

상담/문의하기
02-6930-4554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