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은 청년활동가가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안전망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본 사업은 공익활동 연차에 따라 지원대상과 내용을 구분하여 두 개의 사업(첫돌기금지원사업, 기초안전망지원사업)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첫돌기금 지원사업’은 공익활동 경력 1년 미만 청년 활동가에게 저축횟수에 따라 최대 30만원의 기금을 매칭하여 공익활동 첫 돌을 축하하고, 앞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경제적 안전망을 지원합니다. ‘기초안전망 지원사업’에서는 공익활동 경력 3년 미만 청년 활동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금을 지원합니다.  또 활동에 있어 꼭 필요한 선배, 동료 활동가와의 사회적 관계망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했습니다. 지원사업을 마무리하며, 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로 청년활동가에게 안전망을 마련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마지막 순서로 본 사업을 만들고 운영한 아름다운재단 최지은 매니저,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의 여진, 유은강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본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과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협력사업으로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의 중심에서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

그동안 아름다운재단(이하 재단)은 시민사회와 활동가들을 만나고 지원해 왔는데요, 특별히 ‘청년’활동가를 지원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최지은 재단이 2022년에 진행한 연구에서 2010년대 이후 다양한 경로로 시민사회에 유입된 청년 활동가들의 고민과 어려움들을 발견했어요. 개인적으로 청년활동가들이 성장하고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지원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지만 해결방법은 너무 방대했어요. 코로나19를 겪으며 시민사회의 어려움을 마주하면서 청년활동가들을 더 촘촘하게 살피게 되었고, ‘우선은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경제적인 부분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로 이 사업을 시작했어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하 동행)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최지은 협력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건 같이 할 동료 단체를 찾는 거예요. 청년활동가를 지원하기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누구와 같이 할지 생각했을 때 공익활동가를 다방면으로 지원해 온 동행이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먼저 자문을 구했고, 협력 사업을 제안했죠. 다행히 동행도 사업의 목적에 공감해 주셨고 동행이 가지고 있는 관점과 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잘 맞았어요. 관계망을 지원했던 직접적인 경험이 없어 걱정하셨지만 현장에서 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어요.

여진 청년활동가 지원 사업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이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가 먼저였고,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일이니 ‘하고 싶다’였어요. 시민사회 위기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2030대 활동가들이 이 공간에 남아있지 않고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건 시민사회 공통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활동가들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민사회에 일자리 경험이나 뉴딜 일자리 등의 사업으로 청년활동가들이 유입되고, 시민사회 전반적으로 운동이나 활동 문화 자체가 굉장히 많이 변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왔어요. 시민사회 단체들 역시 너무 어려워졌고, 사람을 채용하기는 더 어려워졌죠. 그래서 청년활동가들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을까도 굉장히 궁금했었어요. 사업을 기획하면서 이런 논의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세 개의 칼럼에 세 명의 마이크를 들고 있다. 가장 왼쪽에는 검정티를 입은 여진, 가운데에는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은강, 마지막으로 꽃무늬 셔츠를 입은 최지은이다.

사진제공 /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만연한 힘듦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청년활동가들은 이 사업이 금전적인 지원도 좋았지만 동료 활동가들과 사회적 관계가 생긴 게 굉장히 좋다고 했어요. 기초안전망 지원 사업이 사회적, 경제적 안전망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여진 청년활동가들은 시민사회의 경험, 연대의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재단에서 ‘우리는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관계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을 때 ‘어? 새로운 사업방법인데?’라고 생각했죠.

최지은 청년활동가들이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것도 이 사업의 중요한 목적이에요. 지원금은 한 해로 끝나지만 관계는 평생의 자산이기 때문에 여기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계망을 만드는 활동은 꼭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는데 경험이 없다고 하셔서 걱정되는 한편 동행도 이 활동으로 얻게 되는 즐거움, 뿌듯함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어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을 지원하는 사업이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이건 꼭 지키자’ 서로 약속하거나 정해 놓은 기준이 있었나요?

최지은 그 회의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저희의 고민은 ‘활동가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증명하지 않게 해야 한다’였어요. 그래서 신청서 질문 문항도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서 신청서 마지막에 ‘10년 후 나의 공익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나의 활동에 정말 필요한지를 알려달라는 관점으로 만든 질문이었어요. 동행이 배분 사업에 많은 경험치를 갖고 있어서 활동가들의 경제적 여건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여진 3년 차면 한창 고민이 많을 혼란의 시기잖아요. 활동가들을 지원하지만 이 지원 사업이 시민사회의 자산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단체 규모를 10인 이하로 하고, 가능한 기초 자치단체에 우선순위를 두었어요.

코로나19로 저연차 활동가들은 고립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았어요. 3년차 청년활동가들은 지리산에서의 첫 만남에서 ‘나 혼자 있는 거 아니네’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었다고 해요.

최지은 지리산에서의 첫 만남이 활동가들에게도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벗고 집단으로 모인 첫 행사였을 거예요.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3박 4일 동안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생각보다 재밌기도 하고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를 느꼈던 것 같아요. 3년 차 활동가들은 코로나19 시기에 활동을 시작했고 네트워킹 경험이 없는 세대잖아요. 자기 활동에서의 힘듦과 지금의 고민을 밤새워 얘기하면서 관계망의 시작으로 잘 안착된 것 같아요.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 동그랗게 사람들이 원형을 이루어 서있다.

사진제공 /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청년활동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확신했던 시간들

사업을 운영하면서 선배로, 동료로 청년활동가들을 바라봤을 때 지금,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 무엇이었나요?

유은강 사업을 운영하면서 청년활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설문조사 후기에서도 활동가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는 내용들이 많았어요. 이런 경험이 처음인거죠. 옳다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일을 하지만 3년차 쯤 되면 고민도 많고 지칠 시기잖아요. ‘너 잘하고 있어, 네가 하고 있는 일 되게 중요해’라는 긍정의 메시지가 필요할 때 아름다운재단과 동행이 응원과 지지를 보냈고 그들의 동기와 열정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지은 사업을 준비하면서 모두의 머릿속에 본인의 20대, 처음 활동할 때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우리도 청년활동가로 호명되는 시기를 겪었으니까요. 저는 그때 만난 커뮤니티와 친구들이 지금까지 활동하는데 큰 원동력이에요. 그래서 관계망이 있으면 버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만드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세대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이 사업으로 더 확고해진 같기도 해요.

여진 맨 처음 했던 설문조사에서 여유 자금이 0원도 없다는 청년활동가들이 25% 정도였어요. 저는 약간 충격을 받았어요. 활동을 계속하고 싶지만 지금의 이 상황이 얼마나 불안할까 생각했어요. 지원금으로 생활비, 월세처럼 고정적인 지출에 도움을 받으니 갑자기 아플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는 후기를 보는데 되게 짠했어요. 여전히 100만 원 이하 급여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오래된 선배로 ‘시민사회는 왜 이럴까, 적어도 최저임금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지원금을 받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생활의 불안정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생활의 숨통, 삶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도 청년활동가로 동기들과 열심히 활동했던 때가 굉장히 행복했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이번에 모인 청년활동가들도 ‘존재 자체가 든든하다’ ‘나도 동료들이 있구나’를 느끼는 경험한 것 같아요. 시민사회는 경험과 활동이 사람을 통해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정책 의제나 반대 운동을 하더라도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활동을 했던 선배, 동료에게 듣고 같이 고민하고 나누는 거죠. 경험의 전달이 형성된 관계망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청년활동가에게 관계망이 꼭 필요하고, 이 사업이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지 않았을까 해요.

활동가 지원은 더 좋은 사회를 위한 투자

사업 성과에 대한 고민도 많을 텐데요, 1년 후, 3년 후, 10년 후에 그 사람이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그것이 이 사업의 성과가 아닐까 해요. 세 분이 생각하는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최지은 300만원이라는 금액이 병원에 갈 수 있고, 월세를 낼 수 있고,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마련해 줬다는 것에 이 사업의 성과와 의미는 충분히 증명됐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삶에 숨통을 틔우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개인의 삶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어야 할까 고민이 있어요.

유은강 청년활동가 지원 사업은 공익활동을 하는 청년활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업이 개인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공익활동가를 지원하는 게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지원하는 활동가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잘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여진 정말 사람이 현장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지역에는 사람이 없으면, 활동가가 없으면 활동이 이어지지가 않잖아요. 그 사람이 있다는 건 그 활동이 이어져 간다는 것이고 그래서 활동가를 지원한다는 건 더 좋은 세상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기초안전망 지원 사업에서 만났던 활동가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6월에 봤던 표정과 전혀 달랐어요. 본인이 단체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가 된 느낌을 받았어요. 되게 기분 좋더라고요. 활동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을 시기에 동료 활동가들을 만나고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래, 한 번 더 해보자’라는 각오를 다진 것 같았어요. 그 기운이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전해지고요. 그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을 만나보니 ‘활동가들 간의 네트워크 장치가 더 필요하다, 1회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어요. 이 사업이 한 번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죠?

최지은 청년활동가 지원 사업의 긍정적인 부분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속할 예정입니다. 다만, 현장에서 우리가 놓친 부분들을 정리해야하고,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예요. 저는 이 사업이 되게 뿌듯해요. 같이 살아가는 동료 시민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 활동가들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즐거워요. 우리는 공익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시도하고 실험해 본 경험들이 많지 않아요. 그런 레퍼런스들이 많이 필요한데 이 사업이 그걸 방법적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속가능한 공익 활동을 위해서는 단체나 특정 이슈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활동가들의 안정적인 삶과 조건이 마련되어야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잘 알리고 마음을 보태는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잘 해내고 싶어요.

여진 동행, 아름다운재단, 그리고 사업에 참여한 활동가들도 안전망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요구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방향 안에서 설계가 될 것 같아요. 이번 사업은 그동안 동행이 했던 다른 사업보다 지역의 비율이 높았어요. 지역을 안배해서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원한 건 옳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들의 경제적 안전망과 사회적인 관계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 방향으로 확장되면 좋겠는데 지역에 활동가가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지원사업을 활동가들은 내 존재에 대한 인정과 응원, 활동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이거든요. 시민사회 활동 영역 안에서의 느끼는 연대감,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거죠. 앞으로도 이 사업이 청년 활동가에게 ‘너희를 응원해. 시민사회에서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이 정도의 자원을 줄 수 있는 믿음은 있어’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활동을 지속하는 힘이니까요.

저마다의 빛깔로 빛나는 사람들을 더 반짝이게 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전합니다. ‘청년 활동가를 지원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더 좋은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많은 고민 속에서 뿌듯함을 느끼면서 사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잘 보이지 않지만 이런 노력을 알아주고 함께 해주는 기부자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글&인터뷰 이경원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