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떻게 이동하고 있나요? 대중교통, 도보, 자차, 휠체어, 유아차 등 다양할 텐데요. 이 많은 수단 중 사망 비율이 가장 높은 수단, 바로 탈 것 없이 걸어가는 ‘도보’입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한 2,735명 중 보행자는 무려 933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4.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행자들을 둘러싼 이동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유튜브 채널 ‘보행자에게 다정한 도시를 보면 도로 위에서 보행자에게 허용된 유일한 공간인 횡단보도마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 수 있어요.
 
수십 년 전부터 보행자들의 권리에 목소리를 높여온 활동가들에게 보행권 문제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는데요. 얼마 전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진행한 공론장에 다녀와 보니 활동가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길 위를 점유할 권리를 ‘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인식을 공유했어요. 장애인, 어린이와 같은 보행약자들이라면 더욱 체감하는 현실이기도 하고요. (공론장 이야기 보러가기)
 
다행스러운 건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보행권 개선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소소도시,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이야기와 보행하기 좋은 동네를 그려보았어요.
 
집 밖을 나선 누구라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행권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시계획 스타트업 ‘소소도시’와 비영리단체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조금 더 내려가 볼까요?👇
🚶‍♀️모두에게 ‘이로운 도로’ – 소소도시
 
길 위의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도로를 실험한 소소도시는 도로를 보행자친화장소로 조성하는 ‘이로운 도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소소도시 서선영 대표를 통해 ‘이로운 도로’ 프로젝트로 만들어 낸 변화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서울 서초구, 성동구, 강남구에서 진행한 ‘이로운 도로’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이로운 도로’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공간을 보행 및 사회적 활동 중심으로 임시 변용해보는 ‘팝업 보행친화도로’를 의미합니다. 도로공간 내에서 자동차로 점유되어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영 주차장, 상습 불법주차 공간을 보행자가 걷거나 쉴 수 있는 임시 공원으로 조성하고, 도로변 보행영역에 노면디자인 페인팅을 시공해 보행친화적 환경을 조성했어요.
 
‘이로운 도로’를 기획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걷거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도 보행친화도로가 유용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보행, 자동차,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공존할 수 있는 포용적 도로공간을 조성하고자 했어요. 축제와 같은 단기 행사가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주민들이 직접 도로공간을 다르게 이용해보는 실험이나(ex. 리빙랩, 택티컬어바니즘 등) 공공 보행친화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캠페인 전시, 안내,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고, 운영결과를 활용해 3개 지자체에 보행친화환경 관련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이로운 도로’에 참여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만족도 조사 결과 만족 의견이 91.1%에 달했어요. 일부 주민들은 직접 보행도시로의 전환 필요성, 팝업 보행친화도로의 취지에 깊은 공감을 표현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초반에 보행자들은 도로변 임시 공원을 이용해도 되는지 머뭇거리셨고, 자동차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접근하여 다소 위험하게 주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4~5일째가 되니 보행자분들도 자연스럽게 공원을 이용하시고 자동차 운전자분들도 공원을 인지하셔서 대상지 주변부터 서행하시는 등 도로이용 행태가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보행하기 좋은 도시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또 이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계획 중이신 프로젝트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을 위한 연속적인 보행로 확보 및 보행 친화적 환경이 보행하기 좋은 도시의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걸으면서 즐기거나 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공공 공간이 있는 도시일수록 보행하기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필요에 따라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는 교통체계가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소소도시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에서 보행중심의 교통문화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보행중심 도로공간을 실험적으로 임시 적용 및 운영하는 다양한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기업 및 지자체 제안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만들기 프로젝트 –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는 어린이 통학로 개선을 위해 어린이들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어린이들의 몸에 직접 카메라를 부착해 통학로 현실을 알아보고, 지역에서 어린이들과 자주 만나는 소상공인들에게 ‘어린이 보행자를 위한 눈이 되어주겠다’는 안전약속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업을 진행한 박미리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최근 어린이들과 함께 ‘안전한 어린이 통학로’ 캠페인을 진행하셨어요. 캠페인 진행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어린이 통학로 관련 법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선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어린이와 함께하는 참여 워크숍을 진행했고,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통학로를 함께 이야기하며 통학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통학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직접 꾸러기요원(꾸꾸요원)이 되어 직접 통학로 촬영도 진행했는데요. 결과는 어떠했나요?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액션캠을 직접 몸에 부착해 어린이들의 신체조건과 활동반경이 반영된 통학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온전히 아이들 손에 맡김으로써 사업의 참여도와 흥미를 끌어냈어요. 
 
꾸꾸요원들이 자주 가는 가게 사장님들이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하셨는데요. 사장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학교 앞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지켜본 분식집, 문구점 사장님들 대부분 사업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캠페인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늘 마주하는 어린이들의 통학안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의 통학 환경 개선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환경 개선 및 시설 설치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되어도 여전히 사고가 일어나는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를 비롯한 성인들의 인식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행권은 단순히 ‘잘 걸을 수 있는 권리’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경우 걸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턱이 높거나 노면이 울퉁불퉁한 경우 이동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후후레터는 인도나 이면도로 등을 이용하는 누구나 안전히, 잘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한번 상상해 봤어요. 멀리 있지 않은, 이미 와 있는 미래인만큼 함께 목소리를 높여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어디선가 이동할 일이 있으시다면, 주변을 한번 둘러봐주세요. 불편한 점은 없는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지, 또 해볼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있을지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오늘을 지켜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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