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자리마음자리는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은 기부자님들께 아름다운재단을 소개하고 ‘나눔’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작은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 기부자님과 만남은 늘 설레는데요. 올해는 따뜻한 이야기와 진심이 더해져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지난 12월 9일.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에서 기부자님들을 만났습니다. 수줍음과 설렘이 가득한 모습으로 들어선 기부자님들은 아름다운재단 1%나눔파트 매니저들의 안내를 받아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잔의 커피가 더 큰 나눔이 되다 ‘소스페소(sospeso)’
따뜻한 커피 한잔을 두고 마주 앉은 기부자님들의 얼굴에 옅은 설렘과 긴장이 고여 있었는데요. 커피 한잔으로 어색함을 씻어내는 사이 아름다운재단 1%나눔파트 최율 매니저가 오늘의 커피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단맛과 삼나무의 뉘앙스가 합쳐진 근사한 향의 커피는 르완다에서 온 공정무역 커피로 커피 감정사이기도 한 최율 매니저가 직접 내린 것입니다. 기부자들은 커피를 음미하며 처음자리나눔자리의 첫 순서인 ‘커피 나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탈리아에는 ‘소스페소(sospeso)’라는 커피 나눔 문화가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소스페소는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입니다. 한 명이 와서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미리 커피값을 계산하면, 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카페에 “소스페소 커피 있나요?”라고 물으면 맡겨둔 커피를 받을 수 있죠. 이 전통은 최근 다양한 사회 분야로 확산되어 ‘맡겨둔 식사’, ‘맡겨둔 식료품’ 등 다양한 나눔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나눔이 많은 이들을 끌어안는 따뜻한 포옹이 된 이야기에 기부자들은 앞에 놓인 커피를 더 신중하게 즐겼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을 소개합니다
1%나눔파트 한혜정 파트장이 아름다운재단 소개를 위해 나섰습니다. 기부자, 활동가, 시민이 함께하는 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의 시작과 다양한 기부영역 등을 알렸는데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군자 할머니의 기부금 5천만 원은 현재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캠페인’의 전신이 되었습니다. 오늘 모인 기부자들 모두 보호종료청년의 자립을 돕는 기부영역에 기부하고 있기에 더욱 몰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 우리 사회 어둠을 밝히는 캠페인, 건강, 문화, 안전, 교육, 주거, 환경, 노동, 사회참여영역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선순환을 만드는 다양한 공익사업 등 소중한 기부금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온 아름다운재단의 지난 23년을 돌아보았는데요. 권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함께 가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힘을 더하는 기부의 의미를 나눌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행사를 준비한 1%나눔파트 매니저들의 소개와 함께 2023년 환경영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이 소개되었습니다.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에코 교실을 만들기 위한 지원사업인데요. 지난 3년의 캠페인을 통해 교실 유해물질 제품교체, 학교 유해물질 안전관리 정책개선 등 변화의 성과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기부자님들의 진심을 듣다
처음자리마음자리의 하이라이트는 기부자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눔을 결심하고 실천하게 된 이유, 기부에 대한 나의 생각 등, 기부자들은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습니다.
제게 나눔은 장래희망입니다. ‘연애시대’라는 드라마에 ‘연애는 어른들의 장래희망이다’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제게 나눔이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충분히 하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분을 돕고 싶다는 기부 장래희망이 생겼거든요. -박지희 기부자-
저에게 나눔은 미래입니다.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살아 있는 동안 계속되어야 할 스스로와의 약속이고, 목표라고 할까요. 미래에도 성실하게 기부를 이어나갈 제 모습이 그려집니다. -배흥권 기부자-
나에게 나눔이란 의미와 재미입니다.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의미는 있는데 재미가 없거나, 재미는 있는데 의미가 없으면 지칠 수 있잖아요. 나눔이란 의미와 재미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유일한 것이라 생각해요. -최요한 기부자-
나눔 하면 리턴 백(retune back)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그동안 부모님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랄까요? 실질적으로 봉사는 하지 못하지만 내게 주어진 여유를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서 기부하게 되었어요.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제가 일원으로 조금이라도 역할을 한 것 같아 자존감도 올라간 것 같아요. -곽은아 기부자-
제게 기부는 의무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저도 누군가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나눔을 받았을 거예요. 내가 받은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기부를 의무처럼 여기고 어쩌다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받은 나눔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김덕기 기부자-
기부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기부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상이며, 나눔을 행하는 나도 큰 힘과 용기를 얻는 일이라고. 소감을 나누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에 앞서 한 기부자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기부로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뭘 해도 안 되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이 보이더라고요. 꼭 나를 보는 것 같고, 마음이 자연스레 돕고 싶더라고요.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기부를 시작하면서 제가 더 위안을 얻었어요. 힘들더라도 이겨 내서 더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되었고요.
그의 이야기처럼 나눔은 작은 마음 하나로 시작해 나와 우리를 변화시키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행사를 준비한 매니저들 또한 기부자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운재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기부자님의 시작이 아름다운재단이어서 행복합니다
행사 말미. 장소를 옮겨 아름다운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재단의 일상이 녹아있는 업무공간을 둘러보며 어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자세히 안내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기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자료실을 꼼꼼히 둘러보며 아름다운재단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긴 것 같다는 감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단 건물 밖으로 나온 기부자들은 1%나눔파트 매니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기부의 건강한 에너지를 나눈 이들의 얼굴은 어딘가 닮아 있었는데요. 환한 미소로 배웅을 하는 매니저들도, 기부자들도 짧은 만남이 아쉽다며 다음을 기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초대받았을 때 쑥스러운 마음에 망설이기도 했는데, 용기 내길 잘한 것 같아요. 아름다운재단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고, 내 나눔이 소중한 곳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부를 결정하고 나눔의 자리를 선택한 마음의 무게를 다시금 깨달은 시간. ‘처음자리마음자리’로 나눈 마음을 기억하며, 기부자님들의 선의가 소외와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름다운재단은 ‘연결’과 ‘변화’에 힘쓰겠습니다. 기부자님의 나눔의 처음자리가 아름다운재단이어서 참 고맙습니다.
글: 김유진 작가 ㅣ 사진: 김권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