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들에게 재활치료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치료입니다. 물리, 인지, 운동, 작업, 언어치료 등을 통해 이른둥이는 조금 더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에 집중된 재활치료 병원을 매주 오고 가기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 부담 또한 증가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이른둥이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는 물론 교통비, 양육비용 등의 간접비용을 함께 지원했습니다. |
“더디지만 앞으로 가면 되니까요”
목요일을 설레고 고대하는 이른둥이 정혜 아동의 어머니 지희님을 만났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푸르메재단이 협력하여 진행하는 ‘2023년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 조그마한 몸으로 일찍 태어나 숨쉬기조차 고된 고비를 넘기고 하루하루 용기 있게 커나가고 있는 이른둥이의 재활치료비를 지원하여 이른둥이의 지속적인 성장과 돌봄을 돕는 사업입니다. 올해 지원사업에 참가한 이른둥이 정혜 아동(가명)의 어머니 지희님(가명)을 만나 정혜 아동이 자신의 속도로 자신만의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희망차고 소중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표현이 두루 풍성해졌어요
일하는 어머니 지희님이 주중에 하루 쉬는 날인 목요일. 만 다섯 살의 이른둥이 정혜 아동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입니다.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하는 목요일이라서요. 또 목요일은 이번 지원사업으로 언어치료를 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정혜 아동은 내일은 민트 선생님(언어치료사 선생님 별명) 보러 가야지!”하면서 두근두근 설렙니다. 지난 석 달 동안 재활의학과에서 꾸준히 언어치료를 받으면서 쓰는 낱말도 다양해지고, 표현력이 부쩍 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알파벳을 배워서 부모님께 ‘LOVE’라고 쓴 글씨를 보여주었습니다. 여린 고사리손으로 펜을 단단히 움켜쥔 정혜 아동은 글씨 쓰기도 그림 그리기도 참 좋아합니다.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 덕분에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정혜가 향상된 건 저는 확실히 느끼거든요. 아이들은 습득하고 흡수하는 게 빠른데, 정혜도 올해는 좀 더 컸다는 게 느껴져요. 언어 부분이 계속 늦어져서 세 살 때쯤에 언어 발달을 제일 많이 걱정했던 것 같아요. 언어치료를 받아보고 싶은데 시간도 비용도 드니까 미루면서 그냥 제가 집에서 책 읽어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거든요. 요즘 정혜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고 그래요. 애정 표현도 단지 ‘좋아’가 아니라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말하고요. 표현이 두루 풍성해졌어요!”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오늘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임신중독증이 심했던 어머니의 배 속에서 있다가 27주 만에 세상으로 일찍 나온 정혜 아동. 820g이었습니다. 호흡곤란 증후군, 기관지폐 형성 이상, 동맥관개존증, 망막증과 같은 여러 합병증을 겪고 돌까지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는데 의료진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약물치료로 큰 산을 넘었습니다. 그래도 고단한 싸움은 계속됐습니다. 퇴원하고서도 온종일 대학병원의 여러 과를 돌며 외래진료를 받는 시간을 숱하게 거쳐야 했고, 그간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 검사도 해왔습니다.
“병원에서 올해부터는 추적 관찰 검사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해요. 아직 안과, 재활의학과 진료를 더 받아야 하지만요. 베일리 검사(영유아 발달 검사)를 하면, 아이가 소근육, 대근육 쪽은 또래보다 조금 더딘 편이라 신체 건강은 괜찮은데, 언어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말하기가 늦은 편이고, 발음도 좀 안 좋은 부분이 있고요. 아무래도 더는 미루지 말고 알아봐야겠다 싶던 참에 마침 이번 지원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요사이 정혜 아동은 언어치료로 조음이 어려운 이중모음, 된소리를 연습합니다. 가령 “꽝” 같은 발음을 소리 내어 말해봅니다. ‘어제, 오늘, 내일’과 같이 시제를 구분해서 단어와 문장을 말하는 법도 폭넓게 익혀 나가고 있습니다. 또 정혜 아동은 출생 때 경미한 뇌출혈이 있었는데, 인지 치료도 받으면서 헛갈리는 개념을 배우고 지식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호기심이 넘치는 표정으로 미소를 띠며 도전하는 중입니다. 의사소통도 원활해져서 요새는 바깥에서 일하는 중인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아빠는 지금 어디서 뭐 해?”하고 묻고는 이내 대화를 시작합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또래, 선생님, 이웃 등 외부세계와 활발히 상호작용을 하려 합니다. 여의치 않은 여건에 있는 이른둥이의 의미 있는 변화와 끊임없는 성장에 깊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는 기부자에게, 참 고맙습니다.
자기 속도대로 잘 커나가고 있으니까 고마워요
“예전에는 아이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더랬어요. 일찍 태어나게 해서,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직도 아이 손에 주사 자국이 남아 있거든요. 작은 몸에 피 검사니 뭐니 검사도 워낙 많이 하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무엇보다도, 아이가 더디지만 자기 속도대로 잘 커나가고 있으니까 고마워요. 더디지만 앞으로 가면 되니까요.”
임신중독증을 앓던 때 고혈압이 처음 시작된 지희님. 올해는 고혈압이 재발한 데다가 육아와 일 병행, 일터에서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사실 심신이 좀 지쳤었는데, 이른둥이 가정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소진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이번 사업에서 실시된 심리 상담을 지원받게 되면서 그간 쌓인 피로가 스르르 풀렸습니다. 또 이번 사업에서 이른둥이 부모님을 대상으로 이른둥이 언어발달, 가정 내 운동발달 놀이법에 관한 교육이 열려 참가했습니다. 온라인 교육이라서 지희님은 일을 마치고 돌아와 바쁜 저녁 시간에 설거지하며 교육내용에 귀 기울일 수 있었는데, 특히 교육강사님과 부모님의 질의응답 시간에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이 힘내요!
다섯 해 동안 이른둥이 자녀의 성장을 지탱하려 열심히 애를 쓰며 자녀와 탄탄히 연결되어 온 어머니 지희님. 정혜 아동이 어릴 적부터 집 근처 복지관에서 열리는 이른둥이 부모님의 모임에 부지런히 참가해왔습니다. 이번 지원사업도 모임 단톡방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전보다 모임이 뜸해진 면이 있긴 하지만 정보도 교환하고, 자녀를 돌보며 기쁨도 고충도 나눌 수 있어서 든든하고 즐겁습니다.
이른둥이가 증가 추세에 있는 현실 속에서, 지희님은 곳곳에서 이른둥이 부모님의 모임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또 앞으로 이른둥이와 장애위험군 아동, 장애아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공공 복지 전달체계가 더욱 포괄적이고 일원화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지원사업을 마친 이후에도 정혜 아동은 재활치료를 이어나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이 계기가 되어 지속적인 치료 계획을 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값진 양육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으로서 아이가 갖고 있는 차이를 존중하여 진정한 가능성을 끌어내고 싶다는 지희님. 이른둥이 부모님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최선을 다하고 계신 모든 부모님께 같이 힘내자며 뜻깊은 말씀을 전해주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들과 비교하게 되는데, 저도 많이 고민했거든요. 아이에게서 안 좋은 점, 약점보다는 좋은 점, 강점을 더 찾아보고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꼭 이른둥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려면 다급하거나 위급하거나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 있기 마련인데요. 육아하시는 부모님들 모두 그때그때 힘을 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같이 힘내시기 바라요! 그리고 이렇게 깨닫고 경험하게 해주셔서, 지원사업을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조승미 작가
사진: 임다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