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물꼬에서 자전거를 매체로 가치교환과 인권(이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물꼬트기에서는 자전거를 통해 가치교환 실험을 했다. 나는 자전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대는 돈이 아닌 무언가를 제공하기를 요청했다. 그것은 악기나 피크닉, 잠잘 곳 제공, 식사 제공 등이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직거래의 형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이 좋다고 했다. 세금은 전쟁을 준비하는 비용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그는 그것을 원치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행위가 좋다고 했다. 서로의 노동을 교환함으로써 자본가가 큰 부를 축적하는데 기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누군가는 육아 노동을 나눌 때 교환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또 다른 이는 당장 교환하기 어려운 형태의 가치를 어떻게 교환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했다.
단순히 나의 노동을 돈으로 요구하기 어려워 시작한 것이었는데 보다 많은 이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 공통적으로 각자가 여유가 있어야 가치교환에 대해 생각하거나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꼬트기 중 어린이 자전거에 올라타며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 하던 중년여성에게 영감을 받아 자전거 타기로부터 배제된 존재와 연결되려는 시도를 했다.
항해하기에서는 중년여성에게 자전거 주행 안내를 하고, 용도를 잃은 자전거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을 했다. 57세에 자전거를 배운 뒤 1년 넘게 매일같이 해안도로를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 가정의 변화를 겪고 스스로의 자유를 찾으며 자전거를 배우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모았다. 또, 용도를 잃은 자전거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 주기도 했다. 70대 삼촌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마을 친구들은 또 다른 영감을 받고 있다.
자전거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각 장애인 등 배제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리어 프리에 대해 생각하며 일반 소책자 이외에 큰 글자 책, 그림책을 만들면서도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하는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책을 본 마을사람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각자의 삶에서 자전거가 있었던 순간을 나누어 주었다. 독일 유학시절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 무리의 풍경. 버스가 흔치 않던 시절에 야외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자전거를 배우게 된 60년대 학생 이야기 등 새로운 이야기들이 내게 오고 있다.
변화의물꼬와 함께하며 자전거와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자전거회사를 다닐 때와 달리 개인적인 고민이나 사회적인 이유로 자전거와 함께해서 좋았다. 판매수단으로써의 자전거가 아니라, 가치교환, 인권 등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오브제로써의 자전거를 발견하게 되었다.
글 / 사진 박진아
※ 박진아님의 ‘자전거, (괄호)의 인권’ 은 2023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2단계 항해하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사회 문제는 소수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느슨한 관계망이 만들어진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민사회가 더 너르게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