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 그 이후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2023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물꼬에 참여한 유용우라고 합니다. 저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옆에 위치한 청사포라는 작은 어촌마을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2019년 이 마을에서 마음에 맞는 주민들, 길고양이를 돌보는 카페나 식당 사장님들과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라는 길고양이 보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마을 곳곳에 길고양이 급식소와 보호 안내문을 설치하고 수의사, 현직경찰을 모시고 길고양이 보호교실도 진행하였고요. 대학생 봉사단체와 마을 청소시간도 갖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였는데요. 초반엔 길고양이 보호에 관심 많은 다양한 분들도 방문해 주시고 방송국에서도 찾아와 주셔서 점점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유기문의 전화 (‘자기 집 고양이를 청사포에 풀어놔도 되느냐?)와 동물원을 생각하고 왔는데 왜 고양이가 없냐? 어디에 가야 고양이를 만질 수 있냐? 는 식의 고객 클레임(?)이 많아지고 또 조금 아파 보이거나 다친 고양이가 있으면 근처 카페에 왜 저 고양이를 치료해주지 않느냐는 책임을 묻는 사람도 생겨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몇몇 사람들이 해운대구청에 민원을 접수해 결과적으로 제가 운영하던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공간을 약 1년 정도 문을 닫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힘든 시기에 코로나19도 겹치며 몇몇 카페는 문을 닫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거치며 코로나도 끝나가고 저도 다시 한번 동물들을 위해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던 중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물꼬를 알게 되었고요. ‘사람과 고양이가 안전하게 공존하는 마을, 다시 만들기’라는 타이틀로 다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공존하는 마을을 다시 만들기 위해, 처음 진행했던 상황에서 부족했거나 성급했던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부분을 다시 천천히 단단하게 만들어가 보자 결심을 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낸 성과는 이렇습니다.
1. 마을 내 가게 사장님들과의 친분 쌓기
2019년 처음 고양이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에 비해 길고양이를 돌보는 가게들이 약 1/2 정도 문을 닫고 새로 생기는 가게도 있는 등 지금 청사포는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기존에 고양이를 돌봐주시는 가게들도 흐지부지 되고 있는 곳들도 많았고요. 길고양이를 돌보거나 호감을 갖고 있는 가게 사장님들과 다양하고 잦은 만남의 시간을 갖고 몇몇 분은 모시고 식사 자리도 가지며 길고양이를 돌보는 정서와 여러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기본인식을 공유해 나갈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2. 마을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이젠 거의 분실되거나 오래된 급식소를 철거하고 새로 제작된 급식소를 설치하였습니다. 가게마다 건물외관을 본단 디자인의 급식소를 선물해 사장님들도 더욱 애정을 갖고 길고양이를 돌보며 손님들에게도 포토존 역할을 할 수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선물하였습니다.
3. 청사포 길고양이의 역사를 다룬 책 집필
23년 1년간 청사포에서 길고양이 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기에 아직 마무리짓진 못했는데 12월 31일을 끝으로 원고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엔 독립출판으로 출간 예정입니다. 이 책을 봐주신 분들이 다시 청사포를 많이 찾아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4. 고양이를 넘어서 청사포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로 확장
고양이를 돌보는 마을 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길고양이 보호 관련된 인식을 공부하며 점점 드는 생각은 ‘무조건 길고양이 보호만 외치면 안 되겠다.’였습니다. 사실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들은 전반적으로 동물애호가 분들인 경우가 많아 고양이뿐만 아니라 유기견이나 동물보호소, 새 같은 주변의 동물 문제에 같이 관심을 갖고 돌보시는 비율이 높은데요. 언론이나 SNS의 극단적인 면 때문에 자꾸 일부의 안 좋은 면만 부각되고 새와 고양이의 갈등 같은 말도 안 되는 부분이 점점 부각되는 등 점점 이슈가 커지고 있습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간 결국엔 극단적인 감정싸움만 남고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는데요. 이 상황을 해결할 순 없지만 더 이상의 최소한 청사포에서는 의미 없는 다툼은 피할 수 있게 청사포에 사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청사포와 청사포를 감싸고 있는 달맞이 숲에 살고 있는 동물들 모두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청사포의 상징과도 같은 등대와 바닷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물고기들은 물론 수달, 고라니, 너구리, 여우까지, 청사포를 감싸고 있는 숲속에서 살고 있는(살았었던) 다양한 동물을 캐릭터로 만들고 이 캐릭터를 활용한 마그넷 만들기 체험을 진행해 방문객들에게 좀 더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동물들과의 공존의 이야기를 전하고 보호인식을 펼쳐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위에 나열한 성과들을 기반으로 내년 1월에 발간될 (가칭) 청사포 고양이마을 백서 출간을 기점으로 코로나 이후 침체된 청사포 가게들에도 다시 손님이 많아져 사장님들도 신나고 덩달아 그 분들에게 돌봄을 받는 길고양이들의 삶도 조금 더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청사포를 감싸고 있는 숲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삶도 올해보다 조금 더 나아진 새해가 되길 기원하고 꼭 그렇게 만들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다양한 앞으로의 이야기를 인스타그램 주소 @cfprint 또는 #고양이발자국 을 검색하시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유용우
※ 유용우님의 ‘사람과 고양이가 안전하게 공존하는 마을, 다시 만들기’ 는 2023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2단계 항해하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사회 문제는 소수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느슨한 관계망이 만들어진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아름다운재단은 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민사회가 더 너르게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