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나눔교육X유스펀치’(이하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년 10개 청소년 팀이 참여해 한 해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 활동과 결과를 나누는 결과공유회를 개최했습니다. 어떤 활동을 통해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한 해 동안 우리의 동료시민 청소년들이 만든 변화를 공유합니다. |
2023년 12월,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나눔교육 X 유스펀치 결과공유회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공익 프로젝트를 진행한 10개 팀이 모였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어려움이 있어도, 한 발씩 내디디며 시도하고 도전하는 유스펀치 청소년을 보며 많은 걸 배웠는데요. 결과공유회에서 유스펀치가 내디딘 한 발, 한 발을 마음껏 뽐내주었습니다.
다양한 현장을 누빈 청소년 팀
2023년 공익프로젝트를 진행한 팀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첫 팀은 <역설>이었습니다. <역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역사를 공부해서 알리는 것을 목표로 모인 팀입니다. 직접 역사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강의를 듣고, 현장을 발로 뛰며 공부했습니다.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관동대지진’과 ‘베트남전쟁’에 관한 포럼을 열었습니다. <역설>의 청소년 대표 민재는 “역사를 생각하면 항상 무거운 감정이 들었는데, 활동을 통해 이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을 하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Share the Warmth>은 2018년부터 서울역 거리 홈리스의 자립을 위해 봉사하는 청소년 연합동아리입니다. 이 팀은 홈리스의 부실한 식사에 주목했습니다. 대부분의 홈리스들이 하루 두 끼 이하를 먹고, 성분을 알 수 없고, 유효기한이 임박한 구호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Share the Warmth>팀은 영양과 정성이 가득한 이동 밥차를 열었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뿐만이 아니라 홈리스 분들이 직접 적은 손글씨를 SNS에 홍보하며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들은 홈리스에 관한 책을 발간하고, 자선 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청소년의 우울증 문제를 다룬 <모닥불>팀도 있었습니다. <모닥불>은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리고 우울감을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었는데요.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 자리를 통해 자신의 고민과 우울감에 대해 타인에게 말할 수 있었고,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모닥불>의 청소년 대표 정은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참여자들을 보며 고마웠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서로배움터 동글>은 마을배움터에서 활동할 청년 교사를 양성했습니다. <서로배움터 동글>에서 활동한 청년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점점 꿈이 없어진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청소년들이 내가 사는 마을에서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진로 경험을 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서로 피드백하는 과정도 거쳤습니다. 청년 교사들은 앞으로도 마을 청소년들을 만나는 수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바람나누미>는 연령이나 성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캠페인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비가 올 때 사용하는 우산을 장착한 휠체어를 구상했습니다. 또,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를 모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잘 몰랐던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나와 타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직접 디자인까지 하면서 사회적 영향을 끼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뜻깊게 남습니다.”
<청소리(청소년들이 전하는 소리>는 청소년이 알아야 하는 지식을 공부해서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성소수자의 인권, 청소년 진로 탐색, 청소년을 위한 근로기준법과 경제라는 세 가지 주제를 잡고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거나 당사자를 만나 공부하였습니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도 진행했는데요. 근로기준법 상황극을 만들어 참여자들이 사장, 아르바이트생 등 역할을 맡아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도록 연습하는 장을 열었습니다.
유기농업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와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틴스파머>가 마지막 발표를 맡았습니다. <틴스파머>는 모종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는데요. 수확한 무와 배추로 김장을 했고, 함께 담근 김치를 홀몸 어르신들과 나눌 예정입니다. <틴스파머>는 “유기농법을 확산하고 청소년도 농부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라며 농사의 즐거움과 중요성에 대해 나눴습니다.
역량강화 워크숍으로 새로운 관점을 배운 청소년 팀들
2부에서는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했던 세 팀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역량강화 워크숍은 효과적으로 캠페인을 실행할 수 있도록 캠페인 방법을 학습하고, 메시지 전달 도구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세 팀 모두 역량강화 워크숍을 통해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목적에 맞게 캠페인 과정을 바꿔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첫 발표는 동두천의 아프리카 난민 지원센터에서 통, 번역 봉사활동을 하는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We Are One>이 맡았다. <We Are One> 팀은 요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했다. 먼저, 아프리카 난민 아동들과 요리하는 워크숍을 진행했고, 그 뒤에는 아프리카 요리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책에서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드는 아프리카 음식 레시피가 담겼습니다. 역량 강화 워크숍을 하며 <We Are One> 팀은 애초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원래는 활동을 다 마치고 레시피북을 만들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역량강화 워크숍을 통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레시피북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고, 덕분에 더 자세하게 참여자들에게 레시피를 물어보고 기록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활동 후에 바로 아프리카 음식 레시피북을 활용한 학교 급식 캠페인까지 진행할 수 있었어요.”
<We Are One> 팀은 앞으로 레시피북을 배포하여 아프리카 난민들의 음식을 국내 식재료로 만들 수 있음을 알리고, 학교 급식이나 구내식당 메뉴로도 정해 아프리카 음식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청소년 대표 빛나는 “우리가 만든 레시피북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프리카 난민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를 통해 선입견, 차별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오드웨이>는 ‘느린 학습자’에 대한 관심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전체 청소년의 10%인 느린 학습자들이 대인관계나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이들은 역량강화 워크숍 과정에서 ‘느린학습자시민회’와 만나고 다양한 조언을 받으면서 접근 방법을 바꿨습니다.
“역량강화 워크숍을 통해 느린 학습자에 대해 깊이 알게 되었고,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질문에 답해나가며 실마리를 찾게 됐어요. 이전에는 우리가 느린 학습자를 교육한다고 접근했는데, 모두가 어울려 친구를 만드는 자리에 느린 학습자를 비롯한 다양한 또래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오드웨이>는 또래와 함께 하는 자아탐색 행사를 진행하고, 자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감정 다이어리를 제작했습니다. 연말에는 느린 학습자 등 다양한 또래 청소년을 초대해 친해질 수 있는 크리스마스 파티도 열며 올해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지역에 청소년을 위한 시설과 활동이 부족하다는 데에 문제 의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청소년이 미래다> 팀은 청소년과 진로 탐색, ‘청소년도 마을 주민입니다’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들은 역량강화 워크숍을 통해 동네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캠페인을 진행해 ‘우리 동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뭐가 있을까?’에 관한 의견을 받았습니다. 길에서 하는 캠페인이 낯설었지만, 그동안 듣지 못했던 동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활동의 순간을 엿볼 수 있었던 전시회
발표와 동시에 온라인전시회(https://padlet.com/shinsy2/2023-17omn0k0lwecpq1v)도 진행 했습니다. 각 팀은 그간 활동하며 찍은 사진과 스토리를 올렸습니다. 첫 활동의 순간, 유니버설디자인 전문 교육을 받은 순간, 모종을 심고 수확해 김장 담그는 순간까지 활동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 수상도 이어졌는데요. 가장 많은 전시물을 올린 <청소년이 미래다> 팀이 다작상을, 사진마다 정성스럽게 긴 설명글을 적은 <We Are One>팀이 정성상을 받았습니다. 인기상은 참여자들의 투표로 <We Are One>, <신바람나누미>, <청소년이 미래다> 세 팀이 받았습니다.
역사, 노동권, 유니버설 디자인, 유기농업 등 활동 분야는 다양했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왜 학교에서는 ‘베트남전쟁’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을까, 왜 홈리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성분도 알 수 없을까. 왜 농사를 짓는 청소년을 보기 어려울까. 이날의 결과공유회는 이 질문에 응답해 행동한 청소년들이 있었기에 열릴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24년에도 멈추지 않고 이어질 것입니다.
글 | 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