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동들의 문화, 여가 시간은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보호자의 부재 등으로 문화, 여가 생활이 쉽지 않은 보호대상아동의 경우 전체의 48.2%가 일주일 평균 1시간 미만의 문화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출처 : 2021년 아동실태조사, 아동권리보장원)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보호대상아동을 위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UN 산하 자문기구에서 발행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청소년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반면, 1위는 핀란드로 청소년행복지수가 매년 최상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비결은 자기주도적 교육 환경과 안정적 복지 체계 덕도 있지만,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의 지원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문화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은 그 관점에서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를 진행했다. 청소년기 보호대상아동이 주인공인 쉼표는 그들이 진로를 확장하고 여가를 만끽하며, 행복을 찾아가도록 다채로운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 가운데 관계를 확대해 나가며 정서적 안전망 또한 형성하도록 지지하고 있다. 쉼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그 취지대로 저마다 희망하는 문화활동에 집중하며 시야를 확장해 나갔다. 그러는 사이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의 씨앗을 품은 듯 생기로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배움
쉼표는 청소년들에게 음악, 미술, 운동, 요리 등 저마다 선호하는 문화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해 경험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였다. 올해 쉼표의 여정에 오른 청소년은 약 30명이다. 그들은 주위의 권유도 있었지만, 평소 관심 두었던 문화영역 교육활동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저는 쉼표의 문화교육활동비 지원으로 통기타와 전자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그전에는 학교 밴드 동아리에서 독학으로 기타를 연주했는데요. 레슨을 받으면서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됐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어요.” (조OO)
“저는 관심 분야가 생활체육이고요. 문화활동으로 피트니스센터에서 퍼스널 트레이닝 중인데요. 6개월 정도 배우면서 체력이 꽤 늘었어요. 제가 포기가 빠른 편인데, 운동 중에 의외로 끈기도 생기더라고요.” (이OO)
“저는 미술과 요리를 배우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유화와 제빵인데요. 유화는 스무 작품 정도 그렸고, 제빵은 웬만한 종류는 다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OO)
“저는 요리에 관심이 있어 처음에 한식 요리 과정을 배웠고요. 지금은 양식 요리 과정에 들어갔는데요. 제가 양식을 좋아하기도 해서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에요.” (김OO)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배움을 통해 청소년들의 일상은 한층 풍성해졌다.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친구에게 운동법도 알려주고, 파이도 나눠주고, 스스로 파스타도 조리하는 가운데 새로운 기쁨을 누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를 배우는 시간을 통해 청소년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고, 여러 상황으로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시작해보며 진로를 탐색해 볼 수 있었다.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활동
청소년들은 쉼표에 참여하며 여러 변화가 시작되었다. 문화영역 배움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팀별 커뮤니티활동도 특별한 영향을 미쳤다. 오리엔테이션, 팝업프로그램, 결과공유회 등의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 팀마다 자율적 활동을 진행하는 커뮤니티 활동은 비슷한 상황의 청소년들이 공감대 속에 함께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달랐다.
“쉼표 팝업프로그램이 팀별로 요리만들고 바비큐파티를 했는데요. 저희 팀은 닭꼬치를 만들었어요. 친구들이랑 닭고기랑 야채를 구우며 요리하는 그 시간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조OO)
“저는 커뮤니티활동으로 힐링카페에서 만났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내년이면 성인인데, 그곳에서 자립에 대한 대화를 깊이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이OO)
“저희 팀은 팝업프로그램에서 다른 팀과 연합해 요리했는데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기뻤어요. 성장환경이랑 관심사도 비슷해 대화도 잘 통하더라고요.” (이OO)
“저도 같은 팀에서 요리했어요. 제가 거주지가 강릉이라 팝업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길이 멀어 조금 피곤했는데요. 친구들이랑 함께 된장찌개를 요리하는 중에 에너지가 회복됐어요. 그리고 여름방학 때 커뮤니티활동으로 서울스카이, 스포츠 테마파크,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는데 진짜 즐거웠습니다. (김OO)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커뮤니티활동을 감명 깊은 추억으로 간직했다. 청소년들에게 커뮤니티활동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다양했지만, 특별히 함께했던 존재 덕분이기도 하다. 바로 자립준비청년들이다. 길잡이로 불리며 팀마다 1인씩 배치된 자립준비청년들은 청소년들의 특별한 커뮤니티활동을 마련하고자 성심을 다했다. 동시에 그들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들에게 자립 관련 정보를 살뜰히 공유하며 지지 체계를 형성해 나갔다. 그러한 그들의 한없는 격려에 청소년들은 쉼표를 감동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청소년들, 특히 곧 자립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들은 2024년 쉼표에 참여할 청소년들에게 귀중한 메시지도 남겼다.
“쉼표에서 진행하는 활동은 전부 참여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웬만한 활동은 다 유익한 것 같아요. 문화활동으로는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고, 커뮤니티활동으로는 길잡이 선생님과 자립은 물론 다양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거든요.” (조OO)
“쉼표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더구나 저는 문화활동과 커뮤니티활동 모두 재미있었는데요. 특히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어 뜻깊었어요. (이OO)
쉼표 속에 머무르며 문화활동과 커뮤니티활동의 가치를 오롯이 깨달은 청소년들. 이제 쉼표의 활동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쉼표가 끝나면 청소년들은 당장, 아니면 길어도 3년 안에 성인이 돼 자립에 힘써야 한다. 아직은 두렵기도 하지만, 쉼표에서 함께한 시간은 행복의 씨앗과도 같다. 그러니 쉼표에서 경험했던 대로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길잡이와 친구들의 응원도 받으며 자립을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행복한 풍경을 움 틔울 수 있다. 다만, 그 길에서 숨이 가쁘면 쉼표에서 배웠듯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글: 노현덕 l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