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2023년 우리가 함께 만든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
2004년에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다양한 공익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시민을 지원합니다. 2023년에도 많은 분이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듯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왔는데요. 지난 1년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는 어떤 이야기를 써 왔을까요? 한 해 동안 진행한 공익활동의 성과를 공유하고, 연대하고 응원하는 시간, ‘2023 우리가 함께 만든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결과공유회’ 현장을 소개합니다.
1월 25일 낙원상가에 있는 공익경영센터 엔피오피아홀에서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결과공유회가 있었습니다. 단체(모임)이 만든 ‘변화의시나리오’를 토대로 1년간 수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하고 사회 변화를 위한 대안을 확인하는 자리인 만큼 각 단체 활동가들의 얼굴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맺혀 있었는데요. 패들렛에 올린 내용을 바탕으로 각 단체명과 프로젝트 명을 소개하고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장면과 우리의 변화, 꿀팁 등을 발표했습니다.
작은 변화와 새로운 시도로 사회 변화를 이끌다
가장 먼저 플로깅울릉의 활동가가 ‘울릉도의 플로깅 지도제작’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울릉도에 많은 쓰레기통이 있는데 왜 아무 데나 버릴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라며 울릉도 도동 지역의 플로깅 정보가 담긴 14개의 지도를 제작, 배포한 경험을 발표했습니다. “지도 배포가 울릉도 내의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쓰레기통 위치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쓰레기를 함부로 투기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들꽃청소년세상전북지부는 ‘나는 너다’프로젝트로 청소년들이 사회와 타인에게 공감하고 사회문제나 지역 의제를 발굴,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인해 사라진 수많은 갯벌 중 마지막 갯벌인 군산의 수라 갯벌을 방문해 생명과 환경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는데요. “현장에서 환경운동가를 만났어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서는 이곳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환경과 자연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어요.”
활동가들은 일상의 변화와 효과를 이끄는 방법으로 책, 영상 등 다양한 제작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비상하는 역사 퀴어문화축제’는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발간한 책자로 전국 9개 도시, 24년 퀴어문화축제의 역사를 연표와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한국의 퀴어문화를 돌아보고 혐오를 넘어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책자에 참석자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시민연대’는 3D 카메라 메타포트로 실제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휴식공간을 촬영했습니다. 아파트 지하 한쪽에 위치한 휴식공간의 열악함을 그대로 전하며 환경 개선의 필요성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알린 것인데요. “1인 작업장, 최저 노동 공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국립공원 낚시 오염 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미네랄 페이퍼로 낚시법 소개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정해진 그곳에서 낚시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만들어 배포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콩기름 인쇄가 가능한 미네랄 페이퍼는 물에 잘 젖지 않으면서도 자연 친화적이에요. 공익적인 의미를 담은 인쇄물을 만들 때 적합한 종이인 것 같아 추천합니다.”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는 사람들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는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이웃과 함께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모임도 함께해 공익활동 저변을 넓히고 활동의 다양성을 확대해 왔습니다. 이번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에도 시민사회역량 강화 등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활동력이 강화된 사업이 많았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전자제품 사수하자’를 주제로 첫 수리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처음으로 시민들과 함께 ‘수리 워크샵’현장에서 수리에 대한 고충과 고민, 필요성을 확인하고, 고장 난 물건을 고쳐보는 수리의 장을 마련한 것인데요. 수리 워크숍은 소비하는 문화에서 수리하는 문화로의 전환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빅테크 규제의 여론형성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열어 빅테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으며, 시민 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만들고 평가하고 나아가 법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사단법인 언론 인권센터’는 ‘시민과 함께한 언론 보도 댓글 클린업 프로젝트’로 댓글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한 내용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시민공익데이터실험실’을 운영, 시민이 직접 공익데이터를 만져보는 자발적 실험실을 운영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사단법인직장갑질119’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년을 맞아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젠더폭력 제보 595건을 분석 발표하고 제도 개선을 제안하는 ‘2023 직장인 젠더 감수성 지표 개발 및 지수조사’ 활동으로 많은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와 연대하고 연결하는 기쁨
활동가들은 ‘변화의시나리오’를 통해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를 만나 연대의 경험을 갖고, 알려지지 않은 사각지대를 세상에 알리고 그들을 위한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지역 곳곳에서 소모임으로 존재하는 여성주의 활동가들을 만나 혼자가 아닌 함께 걷고 있음을 확인했고, ‘(사)환경교육센터’는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삶과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연결해 활동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얻고 응원하는 시간을 통해 연대와 연결의 힘을 느꼈습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성인종차별적인 국제결혼 지원조례의 폐지’를 주제로 성차별적인 국제결혼 문화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고,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유튜브와 카드뉴스로 탈시설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알렸습니다.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 물결’은 외국인 보호소로 상징되는 이주 구금과 시설화 문제를 중심으로 공론장을 만들고 연대의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강원느린학습자부모 커뮤니티 마주봄’은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있는 느린 학습자 아이들과 부모의 역량강화를 위한 활동을, ‘마포다정한 재단’은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지대 ‘다정한 마포’ 프로젝트로 요양보호사들을 만나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시간을 통해 불안정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순수한 열정과 의식이 돋보인 청년활동가들
일상에 스며든 작은 변화가 우리 사회를 움직인다는 것을 믿는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모임은 다양한 공익활동을 구체화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중 청년활동가들은 순수한 열정과 의식으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공익활동을 펼쳤습니다.
대학별 독립언론 창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비영리 독립언론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자유로운 편집권을 위한 활동으로 전국 곳곳의 10개 대학을 방문해 대학독립언론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사근청년네트워크’는 노후화된 사근동의 빈집을 청년들이 직접 도배, 장판, 인테리어 등을 도맡았는데, 청년들의 움직임은 주민들의 관심으로 이어져, 시공지원을 받는 등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청년탐험가 11명과 함께 900시간 이상의 동네탐험활동을 진행한 ‘사단법인 성북청년시민회’는 청년들이 동네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지역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동네에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친구가 있음을 알고 서로 연대하는 것만으로도 청년 주체성을 키워나가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과 이념, 자연환경까지 한계 없는 활동
일상의 평화를 위한 공익활동은 인간과 이념, 자연환경 간의 연결을 목표로 한 다양한 활동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변화의 월담’은 공익활동가들이 몸과 일의 균형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세미나 컨퍼런스 가이드를 만들어 기후위기의 시대, 삶의 근간인 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알렸고,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은 농촌 환경오염마을 개선을 위한 액션&리서치를 통해 환경위험시설로 인해 위협받는 주민안전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장애인, 예술인과 함께 하는 한국전쟁 다크투어를 기획해 전쟁의 실상을 생생히 경험하도록 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와 정전 70년의 한반도 상황과 평화를 원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은 ‘한반도 전쟁 반대 평화 실현 서명활동’을 전개한 ‘참여연대’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올해로 4기를 맞이한 ‘김복동 희망학교’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평화운동가로 전시 성폭력 피해 재발을 막는 데 새로운 희망이 된 김복동 할머니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섰던 발자취를 돌아보고, 한일청년교류회를 통해 다음 세대로의 연결을 이끌었습니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변화의시나리오’
긴밀한 연결로 함께했던 발표시간에 이어 각 단체에서 준비한 굿즈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에코백, 슈가버블, 양말, 가방, 각종 스티커와 티셔츠 등 각 단체의 개성이 듬뿍 담긴 굿즈를 교환했는데요. 활동가들은 ‘변화의시나리오’가 어떤 의미였는지 짧은 소회를 남겼습니다.
“크고 작은 도전과 실패로 일군 변화의시나리오가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실무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서 해답을 찾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단체를 유지하는 근간이자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긍정적 변화로 공익성을 확산하는 버팀목이 되어준 아름다운재단, 감사합니다.”
활동가들은 실패와 성공의 여부를 떠나 일상에 스며든 작은 변화가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 시간 일구어온 공익활동이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하기도 했는데요. 아쉬움보다 환한 미소로 서로를 배웅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수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사업, 미래세대를 위해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업, 사회 구석구석 부조리를 밝히는 사업 등 우리 사회 곳곳을 밝히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던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의 막이 내렸는데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구심점을 만들고 연대하고, 협력하며 다양한 실행을 이어나간다면 ‘변화의시나리오’의 결말은 해피엔딩일 것입니다.
글. 김유진 l 사진. 조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