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의 자립정착꿈] 캠페인이 한창이던 어느 날, ‘친구들의 열여덟 자립정착꿈을 후원합니다.’ 라는 짧은 나눔 댓글을 남긴 부산 화명고 2-11의 기부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또래가 또래를 지지하는 일, 그 어떤 응원보다도 뜻깊었기에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어떤 방식으로 기부참여를 하게 되었는지 여쭙게 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장문의 글로 화답해주신 담임 조정련 선생님.
알고 보니 선생님께서 깨알같은 이벤트도 마련하여 학생들이 캠페인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셨더라고요.
‘기부’에 대해 느꼈던 솔직한 심정도 고마웠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선생님의 진실한 글, 함께 보시겠어요?
시작,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기
트위터를 통해 아름다운재단의 자립정착금 사업을 처음 접하고 학급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평소 공감지수가 높고 열린 마음으로 늘 칭찬받던 2학년 11반 그녀들 아닌가. 교실 게시판에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서 인쇄한 자료를 붙여놓고 간단하게 취지를 설명해 주었다.
고아원이나 보육원에는 TV에서 보던 대로 어린 아이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 학생들은 그들이 자라고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면 시설을 나와 자립해야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받아들이면서 지금의 자신과 비슷한 또래가 사회에서 홀로 자립해야 한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진로 고민과 입시 준비에 버거워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들에게 그저 ‘평범’하고만 싶은 그들의 상황은 남의 일로 여겨지지만은 않았다.
나눔, 관심에서 참여로
아이들의 호응을 확인하고, 교실에 작은 기부함을 만들었다.
학생들이라 액수보다는 자립정착금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데 의미를 두고 싶어 작은 이벤트도 준비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모금을 위해 판매하는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모금 마지막날 추첨 상품으로 주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다이어리 구입 후 크리스마스가 겹치는 바람에 배송이 늦어져 미리 보여주지 못해 다이어리 홍보는 크게 효과를 얻지 못했고 –; 모금 액수로 보아 다행히 다이어리에 눈이 멀어 마음없이 과도하게 기부하는 부작용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지나치게 지성이 충만한 디자인의 다이어리여서 여고생의 반응이 걱정스러웠지만, 예쁘다며 부러워하는 아이들의 감탄 속에서 당첨자에게 다이어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나눔을 경험하다
모금함을 개봉하던 날 생각보다 모금액이 적어 제안자로서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조차도 평생 기부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끼다가 고작 몇 년 전에야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생각하며 아이들의 작은 참여가 고맙게 느껴졌다.
스스로 마음이 끌려 자기 가진 것을 부담없이 아주 조금 내어 줄 수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기부란게 뉴스에 나올 만큼 대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게, 쉽게, 만만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아이들이 접해 볼 기회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기부금액에 마음을 맞추어선 안 된다는 걸 모금 중간 역할을 하면서 나도 크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우리 반에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이 관심을 가져 자료를 주었더니 이번 학예제 행사에서 봉사 동아리가 ‘귀신의 집’을 운영할 때 홍보 자료도 붙이고 벌어들이는 수익을 기부해주기로 했다. 김영란 학생은 “봉사 활동을 여기저기 다니기만 해서 기부는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하다 (김영란)”고 소감을 밝혔다.
“아주 조그만 기부이지만 동참하면서 당연하기만 하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 (김수빈)”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의 자립에 보탬이 되었다는 게 뿌듯하다 (최은경, 이도원, 최단빈)”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어 기뻤다 (김소영)”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경진)”
“남을 도우면서 생기는 신뢰에 스스로 든든했다 (김태인)”
겨울방학 직전이지만 설레임보다 기말고사 결과 때문에 씁쓸해 하던 아이들. 하지만 이 아이들의 소감을 보면 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 오히려 우리 반 아이들이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성숙이라는 기부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 화명고등학교 2학년 11반, 담임 조정련
열여덟 어른의 자립정착꿈 모아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