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서울 ‘아르떼숲’ 미술관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보도사진전 ‘기억은 힘이 세지’에 다녀왔습니다. 전시장 입구에는 커다란 그래프가 놓여있는데요. 지난 10년간 세월호 검색 추이를 시각화한 장치입니다. 2014년부터 검색량이 급감하는 것을 보며 스스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얼마나 지켜왔는지 자문하게 되었어요.

왼쪽부터│‘기억은 힘이 세지’ 포스터, 전시장 입구의 ‘이것은 기억이 아니다’ 그래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동안에도, 잊지 않고 진상을 파악하려 애써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렵게 만들어낸 변화도, 앞으로 해내야 할 것들도 많습니다. 망각에 떠밀려가는 하루를 붙잡고 잠시 시선을 고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10년 전, 2014년 4월 16일로 지금 돌아가 봅니다.

2014년, 우리가 여기 있다

아래는 세월호 생존자 수색 현장입니다. 모두가 구조될 것이라고,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시간이죠. 체감할 수 없던 죽음은 고개를 들어도 보이지 않는, 빼곡한 영정들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참사가 발생한 건지 알아야 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가라앉은 세월호 위로 조명탄이 쏘아올려지고 있다.

생존자 수색(한겨레)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희생자들의 영정이 빼곡히 놓여있고 그 앞에 시민들이 조문을 이어가고 있다.

안산 임시 합동분향소(경향신문)

2015년,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마음껏, 충분히 애도할 새도 없이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해야 했습니다. 그 사이 1주기가 되었고, 사고현장을 방문한 가족들의 애통한 모습과 그 곁을 지킨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윗쪽부터│세월호 광화문 거리농성(시사IN), 세월호참사 1주기 사고현장(경향신문)

 

2016년, 텅 빈 졸업식, 304개의 구명조끼

해가 바뀌자마자 단원고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립니다. 여행을 무사히 끝마쳤다면, 20살이 될 설렘에 가득 찼을 시간이었을 겁니다. 주인을 잃은 유류품들이 하나둘 뭍으로 올라왔고, 진상규명을 2차 청문회가 이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고등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리는 날, 유가족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윗줄 왼쪽왼쪽부터 시계방향순│단원고 졸업식(시사IN), 슬픈 졸업식(경향신문), 416대학생 새로배움터(한겨레), 동거차도에서 참사 현장을 바라보는 유가족(한겨레)

2017년, 세월호 선체가 뭍으로 올라오다

세월호 선체가 인양됩니다. 선체에서 퍼낸 진흙에서 유골을 찾기 위한 작업이 이어졌지만, 단원고 2학년 박영인, 남현철 군과 단원고에서 사회 과목을 담당했던 양승진 선생님, 제주도에서의 귀농의 꿈을 안고 세월호에 함께 올랐던 권재근, 권혁규 부자 5인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1월에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통과되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를 구성하게 됩니다.

인양된 세월호 선체와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노란풍선을 날리는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순│동거차도에서 맞는 유가족의 새해(한겨레), 세월호참사 1000일 노란우산 프로젝트(한겨레), 미수습자 수습 위한 노란풍선 날리기(경향신문),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시사IN)

2018년, 침몰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한걸음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최초로 민관 합동영결식이 진행됐습니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 정부 관계자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세월호 선체 내부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조사 목표는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이었지만 선체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인설’, 외부 충격에 의한 외력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열린 안’이라는 상반된 결론이 함께 제시됐습니다.

뭍으로 나온 세월호와 선장실 내부 모습 사진이 배치되어있다

위쪽부터│세월호 직립(시사IN), 세월호 기관실 선장실 내부공개(한겨레)

2019년, 진실은 결코 가릴 수 없으니까

학생들을 살리느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세월호 직원 박지영·정현영씨, 사무장 양대웅씨, 아르바이트생 김기웅씨 등 세월호 승무원 9명을 비롯한 일반인 희생자 44인을 위한 추모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지시해달라는 국민 청원과 유가족들의 촉구 끝에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설치됩니다.

위쪽부터│단원고 명예 졸업식(시사IN),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제(한겨레)

2020년, 4ꞏ16 진실버스가 달리다

세월호참사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4ꞏ16 진실버스가 운행됐어요. 이후 개정을 통해 사참위 활동기간이 늘어났고, 공소시효 중지 등이 이뤄지면서 권한이 강화되었습니다.

세월호 항적 관련 조사결과 발표(한겨레)

2021년 무죄 판결 속에서 허망함만 늘어나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참사를 야기한 이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가 하면 특검에서 청와대의 참사 인지·전파시각 조작,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 13건을 무혐의로 결론내며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청와대 앞 노숙농성(한겨레)

2022년, 이태원 참사 유족과의 연대

사참위 조사기간이 종료되었지만 진상규명은 요원했고, 유가족들의 시름은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해 가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합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달려온 유가족들은 다시금 절망했습니다. 참사현장을 방문하고, 시민추모제를 함께하며 다시금 의지를 다졌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다시 찾은 단원고 기억교실(한겨레), 충남 아산 송악마을 주민 플래시몹(한겨레),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오마이뉴스), 세월호 유가족 이태원 참사 현장 추모 방문(오마이뉴스)

2023년, 다시 한 걸음 더

전시를 본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는데, 10년이 흘러 2023년 전시벽 앞에 섰습니다. 텅 비어있는 보도사진 앞에서 망각하고 지낸 시간을, 아직 채우지 못한 진실의 조각들을 발견합니다. 현재 사참위에서 권고한 사항들 중 ‘해양재난 수색구조 체계 개선’ 1개 분야만 이행된 상황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추모하며 현장을 찾아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10주기, 오지 않은 진실을 향해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기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망각’이라고 합니다. 시간에 기대지 않으면 아픈 기억에 영영 메여 살아가야 하니까요. 상실이라는 고통 앞에서는 더욱 더 그럴 것이고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304명의 목숨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것,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을 누군가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요.

그래서 기억은 의지이고, 다짐입니다. 반복되는 재난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고통스럽더라도 망각하지 않고 마주했으면 합니다.

🔗4.16 보도사진전 ‘기억은 힘이 세지’ 전시정보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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