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는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인 길잡이로 구성된 팀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지지체계 형성을 통한 심리정서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문화영역 교육활동비 지원을 통해 진로선택권을 확장하고자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은 두나무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며, 여울돌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이 함께 합니다. |
봄의 언어
헤르만 헤세의 시 <봄의 언어>가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이들은 다 안다.
살아라, 자라라, 꽃피워라, 꿈꾸어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로운 충동을 느껴라.
몸을 내맡겨라!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3월의 마지막 토요일, 헤세의 시처럼, 봄의 언어로 가득했던 2024 청소년 커뮤니티 지원사업 ‘쉼표’ 오리엔테이션. 전국 11개 지역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청소년들이 도착했습니다.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팀별로 나뉘어 있는 자리에 자신의 이름표를 찾아 앉았습니다. 먼저 도착한 친구가 막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눈을 맞춰주려 기회를 봅니다. 어색하게 눈이 마주친 청소년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웃어주었습니다.
“몇 살이에요?”
상대의 나이를 제일 먼저 묻는 걸 보면,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겠죠. 다행히 나이가 같은 친구가 둘 정도씩은 팀에 있었습니다. 나이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그리 반가운지 금세 이름을 불러주고 사는 곳을 묻고, 그다음으로 요즘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봅니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뒤늦게 온 친구에게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인 것처럼 옆자리의 친구를 대신 소개해 주기도 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자, 이제 시작!
11시 30분. 전국 11개 지역 30명의 청소년이 모두 도착하자 여울돌 사각지대청년지원센터 봄 박해정 팀장님의 설명으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습니다.
“오늘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한 청소년은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또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한 친구,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온 친구까지. 모두 기꺼이 먼 길을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이렇게 모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것부터 좋은 출발의 신호였습니다. 서른 명의 기대 가득한 눈빛을 받으며 제일 먼저 두나무 가치혁신팀의 황선명 차장님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에 그랬지만 여러분도 뭘 좋아하는지 아직 못 찾은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래서 이번 1년을 통해 다른 친구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성과를 이루는 것도 결과지만, 경험 자체가 결과니까 많은 경험, 좋은 경험 누리고 그것을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꼭 ‘무언갈 찾겠어’라는 것보다 편하게 쉼표 같은 1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번 쉼표의 취지입니다.”
이어서 아름다운재단 변화확산국 김성식 국장, 사단법인 여울돌 박봉진 대표의 환영 인사까지 일년간 함께 할 청소년들을 향한 응원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서른 명의 청소년들과 팀에서 가장 가까이 함께할 자립준비청년 길잡이의 소개가 이어지자 아낌없는 박수가 들려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길잡이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저도 청소년기에 이런 멘토들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제가 그 멘토가 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 좋은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러니 아직 많이 어색하겠지만 한 발짝 다가와 주시면 저희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길잡이의 인사에 아이들도 따라 미소지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길잡이입니다. 저도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여러분들과 깊은 공감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정 넘치는 길잡이들의 인사말에 아이들도 더 큰 박수 소리로 반가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지루할 틈 없이 1년 동안 이루어질 쉼표 행사 소개까지 모두 마치자 처음 만나는 청소년들이 낯선 환경에서도 친해질 수 있도록 준비한 재밌는 레크레이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작 1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 어느새 친해졌는지 학생들은 레크레이션 게임을 하는 동안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무대로 나가 보라며 용기도 나눠 주었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점심시간!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수다가 오고 갔습니다. 의자를 당겨 앉고 몸을 더 앞으로 기울이며 서로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뭐할까?
참여 청소년들은 그동안 아동복지시설에서 일방향적인 강의형 프로그램을 많이 접했기에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은 기획할 때부터 청소년의 관심사를 반영한 6가지 ‘선택형’ 팀 커뮤니티활동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참여하며 존중받는 느낌을 경험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감정오일로 현재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맞춤 감정향수를 만든 ‘아로마오일 테라피’, 자신과 팀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예쁘게 쓸 수 있도록 배워보는 ‘캘리그라피’, 하루 만에 끝내는 스마트폰 ‘사진 촬영과 보정법 배우기’, 휘낭시에 10가지 맛을 만드는 ‘베이킹’, ‘클라이밍 체험 강습’, 신나는 ‘볼링’까지 두 시간 동안 6명씩 팀으로 나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배우는 것도 재밌었지만, 서로 도와주며 함께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 년 동안 잘 부탁해!
오리엔테이션을 모두 마치고 돌아가면 개별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문화, 예술 분야의 다양한 배움, 활동을 진행하게 됩니다. 일년 간 진행될 배움의 과정을 통해 더 다양하게 진로를 선택하고 쉼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또한, 여름엔 팀별 활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만에 많이 친해진 청소년들과 길잡이 선배는 팀별 활동계획을 함께 세웠습니다. 콘서트에 갈까, 어떤 액티비티 활동을 함께 해볼까 팀별로 행복한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가을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팝업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는 얘기에 벌써 신이 났습니다. 물론, 선후배로서 친구로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격려하며 함께 만들어 갈 시간에 더 설렜던 것 같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가는 청소년들은 아침에 보았던 수줍음 대신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가수가 꿈인 고3 청소년은 보컬 레슨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습니다. 주짓수 국가대표가 꿈인 고1 청소년도 마음껏 운동할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아직 꿈을 못 정했다는 청소년은 올해 운동도 하고 베이킹도 배울 거라며 설레했습니다.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준 길잡이 자립 준비 선배들과 청소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 ‘쉼표’. 이렇게 올해도 우리 모두의 찬란한 봄이 피었습니다.
글. 김현정 l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