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많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두고 1%가 100%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23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참여한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
인간다운 노동 공간의 기준
거리 위에 우뚝 솟아있는 가로 판매대를 보면서 ‘왜 노동 공간은 불편해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는걸까?’ 생각했습니다. 가로판매대뿐만 아니라 건물의 주차 관리소, 톨게이트, 경비실 등 혼자 일하는 곳들은 작은 책상과 앉을 수 있는 공간만이 주어진 곳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을 머물었을 때 노동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혼자 일함으로 인해 소외받기 쉬운 1인 노동 공간에서도 최소한의 질을 갖춘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1인 최저 주거 면적, 최저 임금 등과 같이 노동 공간의 ‘최저’ 또는 ‘표준’에 대한 기준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인간다운 노동 공간’을 정의할 때, 노동자가 해당 공간에서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며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소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공간을 생리적, 안전적, 사회적, 그리고 존중의 요소로 분류했습니다. 생리적 요소에서는 기본적인 본능적 욕구(예: 화장실, 식사 공간, 적절한 온도 조절)를 충족시키는 공간과 시설을 포함합니다. 안전적 요소는 노동자의 물리적 및 정서적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예: 안전장비, 환풍기, 잠금장치, 충분한 조명)를 의미합니다. 사회적 요소는 혼자 일하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교류와 친교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의 존재를 말하며, 존중의 요소는 노동자가 그 공간에서 얼마나 배려와 존중을 받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경비실에 휴게 공간이 제공되었지만 그것이 지하 펌프실에 위치한다면, 이는 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1인 작업장의 현황은?
이 기준을 가지고 변화를 가장 먼저 요구해볼 수 있는 공공영역에서 조성한 1인 작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가로판매대, 구둣방, 주공 아파트 경비실, 1인 공방 레지던시를 방문하였고, 노인,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섭외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화장실이 없는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화장실을 이용하는지,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어떤 때에는 불안함을 경험하는지 등을 조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24시간 근무하는 경비실에서는 때로 기존 화장실 공간을 개조해 휴게 공간으로 만들기도 했고, 많은 재료를 보관해야 하는 구둣방에서는 천장에 플라스틱 통을 설치해 추가적인 수납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화장실이 멀어 물을 적게 마시는 등의 습관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소음이나 경적 소리로 인한 청력 손상, 버스와의 사고 등으로 불안함을 느낀 경험들을 통해, 노동 공간이 인간다운 조건을 갖추기 위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1인 작업장, 홀로 일하는 사람들 홈페이지 구축
현장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완료하고 위 내용들을 더 잘 확산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구축했습니다. 노동 공간과 각 요소들이 잘 보여질 수 있도록 3D 프로그램, 도면, 관계도 등을 통해서 시각화 하였으며 “당신의 노동 공간은?” 인터랙션 페이지를 통해, 단순한 안전 기준이나 물리적 조건을 넘어서 노동자에게 적합한 공간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자신의 노동 환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공유와 시각화가 자유로운 홈페이지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노동 공간이 단순히 작업을 수행하는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노동 공간을 통해 개인이 사회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노동 환경 중에서도 그동안 중요 이슈로 부각되지 않는 공간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도하였습니다. 노동 공간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기준을 정하고 조사를 진행하는 데에 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한국 사회에서 소홀히 해온 ‘노동공간의 최소기준’을 공론화하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노동 공간으로 변화하는 데에 변화의 물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